"취업? 난 다른 길 갈래".. 고학번들, 결국엔 '스펙 쌓기'

전은지 기자 2022. 7. 22. 11: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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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업·대학원 진학·재입시 준비 선택한 고학번들의 아이러니.. "취업에 도움될 것 같아서"
대학 졸업 후 취업 대신 다른 일을 찾는 20대. 졸업을 앞둔 고학번들을 만나 이유가 무엇인지 들어봤다. /일러스트=이미지투데이
"대학 졸업하면 바로 취업해야지?"

대학생이라면 한 번쯤 친인척 등 주변인으로부터 취업에 대한 이야기를 듣는다. 기성세대에게 대학 졸업 후 취업은 당연한 수순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다보니 대학교 3~4학년이 되면 취업에 대한 걱정이 쌓인다. 특히 취업 시즌이 다가올 때면 자신의 진로에 대한 생각으로 머리가 복잡해진다. 본인이 선택한 길이 옳은지, 언제 어떻게 취업해야 할지, 주변 친구들과 자신을 비교해보며 불안해하는 경우도 많다.

하지만 최근에는 대학 졸업을 앞둔 '고학년'들이 졸업 후 바로 취업하지 않고 다른 길을 찾는 경우도 늘고 있다. 이에 머니S가 취업 외에 다른 진로를 계획하는 고학번을 만나 그들의 생각을 들어봤다.


졸업 후 취업 대신 다른 길 선택하는 이유


인터뷰이들의 '자의적인' 활동 역시 취업과 관련 있었다. /일러스트=이미지투데이
주위의 대학생 중 다양한 활동을 하는 고학번들은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이들은 각종 대외활동과 인턴십, 봉사활동 등 다양한 일로 능력치를 키우고 있다. B대학의 취업관리지원팀에 따르면 지난 2019년 기준 대학원에 진학한 인원이 129명, 창업자(개인 창작·프리랜서·1인 창업)는 194명으로 나타났다. 이는 지난 2018년 106명, 141명에 비해 증가한 수치다.

그렇다면 이들은 왜 취업 대신 다른 선택지를 찾는 걸까. 이는 취업과 관련된 각종 조사를 통해 추측해볼 수 있다. 지난 2020년 잡코리아와 알바몬에서는 구직자 1316명을 대상으로 스펙 현황에 관한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현재 보유하고 있는 스펙이 부족하다고 생각하나'라는 질문에 88.7%의 응답자들이 '부족하다'고 답했다. '현재 보유 스펙이 부족하지 않다'고 생각하는 구직자는 11.3%에 불과했다. 설문자의 72%는 '부족하다고 생각하는 스펙을 꾸준히 보완하고 있다'고 답했다.

나날이 취업문이 좁아지는 만큼 '바늘구멍'에 들어가기 위해 다양한 능력치를 쌓는 '고스펙자'는 넘쳐나고 있다. 그러다보니 자신이 가진 능력이 경쟁자들에 비해 부족하다고 생각하는 대학생이 많아지는 것이다.


졸업은 뒷전, 다른 일 도전하는 이들


많은 대학생이 졸업하지 않고 자신의 길을 찾아 나서고 있다. 사진은 조혜빈씨가 다니는 연구실의 모습. /사진=전은지 기자
포항공과대학교에 재학 중인 조예은씨(23·여)는 최근 창업에 도전해 스타트업 회사를 꾸렸다. 그는 '생각하는 것을 구현해낼 수 있는 능력'을 갖고 싶어 공대에 진학한 케이스다. 그러나 막상 수업을 들어보니 이러한 능력을 공대에서 배울 수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조씨가 원하는 능력은 직접 메이커로 활동해야만 키울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미래에 대해 방황하던 그는 같은 학교 친구의 제안으로 창업에 뛰어들었다.

조씨는 "살아가는 데 여러 가지 도움이 될 것 같아 창업을 했다"며 "창업을 성공적으로 마칠 경우 무엇보다 훌륭한 스펙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다만 스펙만을 위해 창업에 도전하는 것이 아닌 공모전, 교내 프로그램 등을 통해 취업 준비를 하고 있다.

한경대학교 무선 네트워크 진흥 연구실에서 학·석사 연계 과정을 밟고 있는 조혜빈씨(23·여) 역시 졸업 후 취업이 아닌 대학원 진학을 목표로 하고 있다. 그는 대학 재학 중 통신분야에 매력을 느껴 대학원 진학을 결정했다.

조씨는 "학부 연구생 생활을 하며 점점 연구에 흥미를 느꼈고 대학원에 진학한 선배들을 보며 동경하는 마음이 생겨 부모님의 반대에도 대학원 진학을 결정했다"며 "연구실 교수님이 취업에 유리한 연구를 하고 있다고 판단해 대학원 진학을 결정한 부분도 있다"고 취업과의 연관성을 인정했다.


MZ가 찾아 떠난 일, 과연 이들이 진정 원한 것일까


자신의 길을 찾아 나서며 고민하는 이들도 많다. 사진은 A씨가 다른 학교에 진학하기 위해 여러 차례 수능을 봤던 성적표. /사진=전은지 기자
A씨(20대)는 물리치료학과를 다니다 올해 타 대학의 국어국문학과에 입학했다. 그는 첫 번째 학교에 3년여 다니던 도중 여러 가지를 고려해 다시 입시에 도전했다. 그는 "학과를 다시 정한 것을 후회하지 않는다"며 "오히려 물리치료학과로 대학에 진학한 것이 더 후회된다"고 입시 결과에 만족해했다.

A씨는 "국어국문학과가 물리치료학과보다 취업이 더 어렵지만 그래도 4년제가 (취업에) 더 용이할 것이라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아울러 "주위 친구들 중에서도 졸업하지 않고 인턴·교환학생을 선택하거나 적성 또는 취업 문제로 다른 과로 옮기는 경우도 많다"고 전했다.

김서진씨(23·여) 역시 대학 졸업 후 자신의 갈 길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고 있다. 언어치료청각재활학과 4학년에 재학 중인 그는 취업과 대학원 진학 사이에서 고민하고 있다. 그는 "원하는 곳에 취업하기 위해 대학원에 진학하려고 한다"고 밝혔다.

기자가 만난 인터뷰이들이 추구하는 진로, 목표, 방향성 등은 각자 달랐으나 이들에겐 명확한 공통점이 하나 있었다. 바로 자신이 선택한 길이 '취업'에 도움이 될 것을 고려해 활동한다는 점이다. 결국 고학번들이 새로운 일을 선택하는 것 역시 취업과 스펙을 위한 행동이라는 것이다.

이날 인터뷰이들은 자신의 활동이 '자의'로 선택한 길임을 강조했다. 그러나 어려운 구직 상황에 '스펙'이라도 쌓아야 도움이 될 것 같은 환경과 자신의 스펙에 대한 불안을 가진 채로 선택한 길이 과연 '자의'라고 정의 내릴 수 있을지 의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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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은지 기자 imz05@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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