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끄러운 청년층 채무조정 정책을 바라보는 언론의 시선
청년층 채무조정 정책에 공정치 않다며 부정평가
[미디어오늘 박재령 기자]
지난 21일 국민의힘 물가 및 민생안전 특별위원회는 자영업자, 소상공인, 청년, 서민 등 취약계층에 대한 금융 지원책을 발표했다. 가장 논란이 된 것은 청년층 채무 조정 내용이다. 특정 연령층의 '투자실패'를 정부가 구제하는 모양새이기 때문이다. 보수언론을 포함한 대다수 언론이 '공정하지 않다'는 사설을 내면서 비판 여론이 확산되는 상황이다.
정부가 발표한 채무 조정 프로그램은 하위 20% 이하인 34세 이하 청년을 대상으로 한다. 최대 3년의 원리금 상환 유예기간을 부여하고, 최장 10년간 원리금을 균등분할 상환할 수 있도록 한다. 대출 이자는 30~50% 감면해준다. 신용회복위원회에서 운영 중인 신속 채무조정 프로그램에 청년 프로그램을 추가하는 방식이다.
이밖에도 일부 언론은 정부가 18일부터 모집한 '청년내일저축계좌'도 비판했다. 대상 청년의 소득이 중간에 오르면 가입이 중도 해지된다는 점을 지적했다. '자산형성'을 목적으로 하는 청년내일저축계좌 취지에 맞지 않다는 것이다.
조선일보 “청년 빚 탕감, 공정하지 않다”
언론은 특례 프로그램이 '불공정'을 야기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보수언론이 앞장섰다. 투자는 개인 책임이어야 하는데, 정부가 특정 계층을 구제해선 안 된다는 것이다. 감면 정책의 '절차'를 문제 삼는 언론도 있었다.
조선일보는 발표 당일 데스크칼럼 '청년 빚 탕감, 공정하지 않다'에서 “가상 자산 투자자까지 구제 대상에 포함하면서 역풍이 거세다”며 “이번 조치는 투자는 개인 책임이라는 상식을 무너뜨린다. 일부 투자자의 실패를 금융권에 부담시키는 건 공정하지도 않다. 윤석열 대통령이 후보 시절 내세웠던 '공정과 상식'이라는 가치가 4만8000명쯤 된다는 청년층 지원 대상자 빚 탕감액보다 훨씬 값지지 않겠나”고 말했다.
동아일보는 절차적 문제를 짚었다. 22일 사설 '청년 채무 이자 감면 논란, '빚투' 배제 원칙 분명히 하라'에서 “제대로 된 당국이라면 부채 폭탄이 터지기 전 취약가구의 실태부터 점검했어야 한다. 중장기 계획을 세워 빚을 갚도록 유도하고 부실채권은 절차에 따라 정리하는 것이 순서다. 그런데도 당국은 일반적인 단계를 건너뛴 채 청년층에는 이자 감면, 자영업자에게는 원금 탕감이라는 선심성 정책부터 내놓았다. 정부가 자초한 논란 때문에 선제적인 부채 구조조정 계획이 차질을 빚고 있다”고 지적했다.
경제신문도 비판했다. 한국경제는 20일 데스크칼럼 '진짜 공정은 무엇인가'에서 묵묵히 룰 지킨 시민을 보듬어야 한다는 메시지를 냈고, 15일 사설에서는 “저신용 청년의 빚을 30~50% 깎아주는 '청년특례 신속채무조정' 프로그램도 생각해볼 대목이다. 무리한 코인·주식 투자가 많았던 청년층에 '젊다'는 이유만으로 과도한 혜택이 돌아간다면 정치적 결정이라는 의구심을 부를 수밖에 없다”고 비판했다.
조선 '젠더 갈등 번진 빚 구제 대책' 한겨레 '빚 감면 오해와 진실'
조선일보는 21일 아침신문 8면에서 빚 구제 대책이 불러온 '젠더 갈등'을 전했다. 코인, 주식 투자자들이 대체로 남성이었기 때문이다. 조선일보는 기사에서 금융위원회 자료를 인용하며 “작년 하반기 기준 실명 확인을 마친 가상 화폐 투자자(558만 명)의 40%인 218만 명이 20·30대 남성이다. 같은 세대 여성은 90만명으로 절반도 안 된다. 코인 투자는 거래세 및 배당에 대해 세금 등을 내는 주식과 달리 아무 세금도 내지 않는데, 굳이 구제할 필요가 있느냐는 지적도 적지 않다”며 “주식 투자자의 경우도 남성이 62%로 여성보다 많다. 특히 2030세대 남성은 공격적인 투자 행태를 보여 투자 수익률이 낮은 경우가 많다. 투자 실패 가능성이 여성보다 높다는 뜻이다”고 전했다.
한겨레는 '빚 감면' 정책을 둘러싼 몇 가지 '오해'를 짚었다. 청년층만 채무 조정을 받을 수 있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한겨레는 21일 아침신문 17면에서 “정부가 언급한 대책은 새로운 제도가 아니라 기존에 있는 신용회복위원회 개인채무조정제도다. 이 제도는 빚을 갚기 힘든 1개월 미만, 1∼3개월, 3개월 이상 장단기 연체자가 대상이다”며 “개인채무조정제도는 지금도 청년뿐 아니라 모든 계층이 지원을 받을 수 있다”고 전했다.
이어 “현재 개인채무조정제도는 자금 용도를 세세하게 따지지 않는다. 채무자가 빚을 통해 마련한 자금으로 주식 및 가상자산 투자를 했는지, 생활비에 썼는지 등을 일일이 구분하기보다는 전체 채무액을 덩어리로 놓고 금융기관과 채무조정을 협의한다. 청년층이 아니어도, 빚내서 투자로 손실을 봤어도, 채무를 갚기 힘든 상황에 부닥칠 경우 이자 감면 및 원금상환 유예를 지원받을 수 있다는 뜻이다”며 다른 연령층도 투자 손실 구제가 가능하다는 것을 강조했다.
'청년내일저축계좌'… 가입상한선 월 200만 원?
이밖에 '청년내일저축계좌'에 대한 논쟁도 뜨겁다.
청년내일저축계좌는 저소득 청년을 대상으로 18일부터 모집한 보건복지부 자산형성지원사업이다. 저축액의 최대 3배만큼 추가 적립을 만드는 것이 골자다. 월 10만 원을 저축하면 정부가 월 10만 원을 추가 적립하는 방식으로 3년간 지원한다. 3년 만기시 본인 납입액 360만 원에 정부 지원금 360만원을 더해 총 720만 원과 예금이자까지 수령하게 된다.
하지만 가입 요건이 지나치게 엄격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가입 상한선이 월 200만 원이기 때문이다. 또한 혜택을 유지하려면 3년간 월 300만 원 미만의 소득을 유지해야 한다. 이데일리는 20일 기사에서 “정부가 저축액에 10만 원을 얹어주는 청년내일저축계좌 신청 열기가 뜨겁지만, 엄격한 가입 요건 때문에 볼 멘 소리가 나오고 있다”며 “지원금 혜택을 받기 위해선 당시의 소득이 최저임금 수준이어야 하기 때문에 가입 폭이 넓지 않아 청년을 위한 정부정책이 맞는지 의구심이 쏟아지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해택을 유지하려면 3년간 월 300만 원 이하의 소득을 유지해야 되는데 경제적으로 어려운 청년들의 목돈 마련과 안정적인 사회출발을 지원하는 정책 취지가 무색해진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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