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용진 "민주, 매번 지면서 목소리만 셌다..선거 이겨야 강한 정당" [민주 당권주자 인터뷰③]
최대 경쟁자인 이재명 향해선 "대세론 이미 흔들"
"확장성 없는 대표로는 총선 승리 난망" 李 한계 비판
"중도·보수 국민 편 갈라선 안돼..들어야 변화"
"李 대선 1614만표? 민심은 몇 달 만에도 출렁"
쓴소리 하는 자신이 '당 위한 진정한 친구' 강조
[헤럴드경제=배두헌·이세진 기자] “민주당은 매번 지면서 목소리만 셌어요. 링 밖에서는 의자 집어 던지고 괴력 과시하다가 링 위에 올라가서는 한 방에 K.O 되는 게 강한 정당인가요? 선거에서 이겨야 강한 정당입니다.”
더불어민주당 당 대표 예비후보 박용진(51·재선, 서울 강북을) 의원은 지난 20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에서 진행된 헤럴드경제와의 인터뷰에서 어떤 민주당을 만들고 싶은지 묻는 질문에 이같이 답했다.
민주당이 현재 국회 과반 의석을 차지한 압도적인 원내 제 1당이지만, 진정한 ‘강한 야당’이 되려면 지지층 복원 및 중도 외연 확장을 통해 선거에서 승리하는 정당이 돼야 하고, 그러한 측면에서 자신이 당 대표 적임자라는 것이다.
박 의원은 “무조건 강하게 싸우는 게 잘 싸우는 게 아니다”라며 “스마트하게 싸우는 야당이 되겠다”고 했다. ‘어대명(어차피 대표는 이재명)’ 대세론에 대해서는 “이미 흔들리고 있다”면서 “예비경선 후 단일화를 통해 일대일 구도가 되면 모른다. 지금 다른 후보들 지지율을 다 합치면 이 의원과 오차범위 내 접전”이라고 말했다.
이 의원의 강력한 팬덤 지지층에 대해서는 “단지 이재명이 좋아서 정당 활동을 하는 거라면 그건 진정한 의미의 정치활동이기보다는 팬클럽 활동”이라며 “당원들은 이기는 정당을 간절하게 갖고 싶어한다. 이 의원에 대한 열광적 지지가 아무리 모여 있어도 확장성 없는 대표로 다음 총선 이기는 건 난망한 일”이라고 꼬집었다.
‘그래도 대선에서 1614만표를 받은 이재명밖에 없지 않느냐’라는 이른바 ‘대안 부재론’에 대해서도 박 의원은 고개를 저었다. 그는 “민심은 단 몇 달 만에도 출렁하는데 지난 대선 득표율로 얘기하는 건 아니라고 본다”며 “만약 지난 선거 때 받은 표가 계속 이어진다고 하면 나는 다음 총선을 치를 필요도 없을 것”이라고 했다. 박 의원은 지난 2020년 제 21대 총선 서울 강북구을에서 64.45%를 득표해 서울 지역 민주당 후보들 중 가장 높은 득표율을 기록한 바 있다.
문자폭탄에 대해서는 “상대를 향한 언어폭력을 넘어 모욕과 인신공격, 욕설과 명예훼손 등 그 자체로 범죄인 행위를 선동한 사람은 당적 제재와 법적 제재를 병행해야 한다고 본다”며 동시에 당직 및 공직 선출시 민심이 50% 이상 반영되도록 하고 여론조사에서 ‘역선택 방지 조항(민주당 지지층 응답자로만 한정)’을 없애야 한다고 했다. 그래야만 폭력적 팬덤에 눈살 찌푸리는 사람들의 민심이 그대로 반영되고 그들이 민주당을 떠나지 않을 수 있다는 설명이다.
당의 강성 지지층은 박 의원이 개혁성향보다는 중도·보수층에서 더 많은 지지를 받고 있다고 비판하고 있다. 박 의원은 이에 대해 “이번 지방선거 때 그 어려운 상황에서 정원오 성동구청장이 57% 득표로 압도적 승리했다”며 “이걸 두고 ‘민주당이 공천 준 후보가 왜 보수 표를 받았냐’고 욕하고 따지는 사람 없지 않느냐. 선거가 무엇인지, 민심을 얻는다는 게 무엇인지 모르는 얘기”라고 일축했다.
그러면서 “중도적 국민, 보수적 국민이라고 편 갈라선 안된다. 맨날 나 좋다는 얘기만 들을 게 아니라 국민들이 민주당에 짜증내고 비판하는 목소리를 들어야 변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민주당 내 대표적인 비주류·소신파로 꼽히는 그는 “내가 쓴소리 하다가 문자폭탄을 받는데도 당 대표에 나가겠다는 건, 무모한 게 아니라 역설적으로 내가 이 당을 얼마나 사랑하는지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자신이야말로 민주당에 필요한 ‘진정한 친구’이자 ‘명의’라는 것이다.
박 의원은 “담배 피우고 술 마시고 수업에 안들어가는 친구한테 ‘생활 태도 바꾸라’고 하는 게 진정한 친구이고, 건강이 상해서 병원에 온 사람한테 ‘식단 바꾸고 운동 하라’고 얘기하는 게 훌륭한 의사”라며 “승리로 가기 위한 ‘명의’ 역할을 해서 확 달라지도록 바꿀 것”이라고 했다.
당 내에는 ‘박용진은 세력이 없다’, ‘정치를 혼자 하는 것 아니냐’는 평가도 있다. 이에 대해 박 의원은 지금까지 ‘당내 정치’보다는 국민 삶을 바꾸는 ‘과업(유치원 3법, 재벌개혁, 현대차 리콜 등)’을 중심으로 에너지를 쏟았다고 인정했다. 이어 “당내 기반 확대하고 넓히는 일에 게을렀던 건 사실”이라면서도 “상임위에서 정치 팀워크 만들어서 다 해냈다. 앞으로는 세력화 등 당내 정치에 더 집중할 것”이라고 말했다.
조직력에서 열세인 박 의원이 예비경선에서 70% 비중을 차지하는 중앙위원 투표에서 불리할 것이란 관측도 있다. 박 의원은 이에 대해 “민주당 중앙위원들은 어려운 선거에서 살아 돌아온 기초단체장들, 어려운 지역에서 고생하고 있는 지역위원장들, 민심을 목도하는 국회의원들이 주축”이라며 “과거의 인연이나 친소 관계를 중심으로 투표할 거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누가 민주당 전당대회 흥행 카드냐’, ‘누구를 올려보내야 역동적 모습이 발휘되고 혁신 논쟁에 불 붙일 수 있느냐’, ‘누가 이재명에 맞서서 새로운 에너지를 응집시킬 것이냐’라는 전략적 판단을 하고 계실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같은 ‘97세대’ 경쟁자인 강병원·강훈식·박주민 의원에 대해선 “앞으로 10년은 같이 정치 해나가야 할 동지”라며 “선의의 경쟁을 하면서 성장할 것”이라고 평가했고, 제1 야당 대표로서 정부·여당과의 관계설정에 대해선 “투쟁과 협상 양면에서 능수능란하고 주도면밀하게 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박 의원은 지난 18일 공식 출마 선언 장소를 부산 강서구 명지시장으로 택해 눈길을 끌었다. 명지시장은 22년 전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이 지역주의 아성을 깨겠다며 부산 북·강서을에 출마했을 때 귀 기울이는 청중이 없는 상태에서 연설한 곳으로 유명하다. 박 의원은 “영남에서 고분군투하는 우리 동지들에게 격려와 응원이 될 거라 생각했다”며 “영남과 강남 3구 등 험지에서 민주당이란 이름이 짐이 돼서는 안된다. 약세 지역에서도 돌파할 수 있는 당을 만들어야 한다. ‘이기는 민주당’으로 가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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