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기 퇴진에 이탈리아 극우 쾌재 "집권 기회 왔다"

김지연 2022. 7. 22. 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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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로존(유로화를 쓰는 19개국)을 재정 위기에서 구해낸 마리오 드라기(74) 총리가 이끌던 이탈리아 내각이 무너지자 극우 세력이 포함된 우파 연합이 차기 정부 주도권을 쥘 기회를 얻게 되면서 환호성을 지르고 있다고 영국 일간 가디언이 2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탈리아 독재자 무솔리니의 계보를 잇는 극우정당 '이탈리아형제들'(FdI)의 조르자 멜로니(45) 대표는 이날 드라기 총리 내각이 붕괴하자 곧바로 지지를 호소하는 메시지를 쏟아내며 세력 결집에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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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대 여성 극우당 대표 멜로니, 차기 총리 가능성 회자
여론조사 "우파 3당 연합 시 9월 조기총선서 과반 의석 확보"
조르자 멜로니 '이탈리아형제들'(FdI) 대표 [EPA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연합뉴스) 김지연 기자 = 유로존(유로화를 쓰는 19개국)을 재정 위기에서 구해낸 마리오 드라기(74) 총리가 이끌던 이탈리아 내각이 무너지자 극우 세력이 포함된 우파 연합이 차기 정부 주도권을 쥘 기회를 얻게 되면서 환호성을 지르고 있다고 영국 일간 가디언이 2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탈리아 독재자 무솔리니의 계보를 잇는 극우정당 '이탈리아형제들'(FdI)의 조르자 멜로니(45) 대표는 이날 드라기 총리 내각이 붕괴하자 곧바로 지지를 호소하는 메시지를 쏟아내며 세력 결집에 나섰다.

유럽중앙은행(ECB) 총재 출신인 드라기 총리는 이날 사임하면서 1년 5개월에 걸친 내각 사령탑 직무에 사실상 마침표를 찍었다.

멜로니 대표는 로마 도심 광장 연단에 올라 지지자들을 향해 "(2018년 총선 이후) 3개의 다른 정부, 3개의 다른 다수당이 존재했지만 이중 제대로 굴러간 게 있느냐. 없다. 역사는 우리가 옳다는 걸 증명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드라기 내각은 2018년 3월 총선을 통해 구성된 현 의회의 세 번째 내각이며, FdI는 주요 야당 가운데 유일하게 드라기 내각에 참여하지 않고 있다.

4년 전 총선 때만 하더라도 득표율 4%에 불과한 군소정당이었던 FdI는 반이민 정서 등에 편승해 세력을 급속히 불려 현재 20%를 훌쩍 넘는 지지율로 이탈리아 정당 중 가장 높은 지지율을 달리고 있다.

최근 여론조사 결과, 조기 총선을 실시할 경우 멜로니 대표가 이끄는 FdI와 마테오 살비니 상원의원이 당수인 극우당 동맹(Lega), 실비오 베를루스코니 전 총리가 이끄는 우파 정당 전진이탈리아(FI) 등 우파 3당이 연합하면 과반 의석 확보가 가능한 것으로 나타났다.

우파연합이 과반을 차지할 경우 우파 연대를 주도하고 있는 멜로니 대표가 헌정사상 최초의 여성 총리가 될 가능성도 점쳐진다.

다만 가디언은 이탈리아 정치가 예측 불허인 탓에 차기 총선까지 남은 약 두 달간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른다는 신중론도 곁들였다.

이탈리아 조기 총선은 9월 25일에 실시된다.

한편, 드라기 총리 내각의 붕괴의 방아쇠는 내각 중심축인 오성운동(M5S)이 내각이 입안한 민생법안의 상원 표결을 14일 보이콧하면서 당겼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동맹과 전진이탈리아 등 두 우파 정당이 드라기 총리의 운명을 결정지었다고 가디언은 해설했다.

드라기 총리는 오성운동의 보이콧으로 사임서를 냈다가 반려당해 다시 한번 의회에 총리직 수행 의지를 피력했지만 결국 전날 상원에서 실시된 신임안 표결 이후 물러날 수밖에 없었다.

찬성 95표, 반대 38표로 명목상 재신임을 받았지만 전진이탈리아와 동맹이 정국 위기를 촉발한 오성운동과는 연정을 함께 할 수 없다며 투표를 보이콧한 것이다.

왼쪽부터 멜로니 FdI 대표, 마테오 살비니 동맹 대표, 실비오 베를루스코니 FI 대표 [EPA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EU의 통합을 중시하는 군소 좌파정당 '+에우로파(+Europa)'의 리카르도 마지 대표는 "오성운동이 폭탄을 터뜨렸고 다른 두 개(동맹과 전진이탈리아)가 최후 폭탄을 추가했다"고 촌평했다.

그러면서 "멜로니 대표의 영향을 받았다는 점은 틀림없다"며 "멜로니 대표는 지금 (우파) 연합을 지배하고 있고 그들(전진이탈리아와 동맹)은 그가 원하는 대로 움직였다"고 말했다.

kit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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