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68조 vs 韓 3.7조 '극과 극'..'칩4 압박' 기업도 난감
민간투자 340조·민관 공동추진 정책 많아
미국 주도 '칩4 동맹' 대응전략도 부재
"발표된 공약·지원정책 실행이 중요"
치열한 반도체 패권경쟁 속 지원확대 필요
정부가 경제안보의 핵심 전략산업인 반도체 산업 육성을 위해 ‘반도체 초강대국 달성전략’을 발표했지만 업계에서는 ‘의미있고 환영한다’면서도 한편으로는 ‘아쉽다’는 평가도 나온다. 지원 규모나 투자 세액 공제율 등이 미국 등 경쟁국에 비해 크지 않고 전략의 상당 부분을 민간에 의지하는 측면도 커보인다는 판단이다. 당장 현안으로 꼽히는 미국의 ‘칩(Chip)4’ 동맹 압박에 대응하기 위한 전략이 없었다는 지적도 나온다.
22일 정부의 ‘반도체 초강대국 달성전략’을 종합해 보면 한국은 차세대 반도체 개발을 위한 전력반도체 4500억원, 차량용반도체 5000억원 예타사업 추진, AI(인공지능) 반도체 1조2500억원 지원 등을 포함해 스타팹리스 선정 지원 1조5000억원 등 정부 총 지원 규모는 3조7000억원이다. 여기에 시설투자 세액공제율을 2%포인트(대기업) 상향해 세금 감면을 통한 간접지원도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최근 반도체 산업 등 첨단산업을 둘러싸고 미국이나 유럽연합(EU), 일본, 중국 등 다른 국가들은 대규모 지원을 통한 자국 산업 경쟁력 강화에 나선 상황이다. 각국과 치열한 패권 경쟁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지원 규모가 보다 확대될 필요도 있다는 지적이다.
미국은 반도체 시설 및 연구개발(R&D) 투자에 5년간 520억달러(약 68조원)를 지원하는 반도체 지원법 입법이 예고되고 있다. 이 법안에는 반도체 제조사 25% 세금 공제, 15억달러 공공 무선통신망 혁신 자금 지원, 5억 달러 국제보안 통신프로그램 제공 등 지원 방안이 포함돼있다.
EU는 ‘유럽 반도체법’을 통해 2030년까지 공공·민간 투자에 430억유로(약 57조5000억원)를 지원하는 법안을 검토하고 있으며 일본은 반도체 첨단기업 지원을 위해 올해 7740억엔(약 7조4000억원)의 추가경정예산을 편성했다. ‘반도체 굴기’를 추진하는 중국은 지난 2015년부터 10년 간 1조위안(약 193조1000억원)을 투입하고 있다. 설비투자 세액 공제율도 경쟁국 대비 낮다는 평가다. 이번 전략에서는 대기업의 경우에만 기존 6~10%에서 8~12%로 2%포인트 공제율을 높이는데 그쳤다. 전국경제인연합회는 “미국이 반도체 설비투자액의 최대 40% 세액공제를 추진 중임을 감안할 때 이에 상응하는 세액공제율 상향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공제율 인상을 단계적으로 추진할 수밖에 없다는 목소리도 있다. 재계 한 관계자는 “R&D 대비 시설투자 세액공제율이 낮은 편이고 이번에 인상한 것은 의미가 있다”며 “업계 입장에선 지금보다 더 공제율을 높이면 좋겠지만 당장 한번에 40% 수준으로 올리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340조원 투자도 모두 민간에서 나온다. 정부 지원 금액의 100배에 가까운 수준이다. 삼성전자 평택캠퍼스 증설 120조원과 SK하이닉스의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조성 130조원, 청주 팹(공장) 증설 등 200~300여개 기업의 투자 규모가 종합된 수치다.
정부는 “과감한 인프라 지원, 규제특례로 반도체 기업 투자를 적극 뒷받침할 것”이란 설명이지만 경제 유발 효과의 많은 부분을 민간에 의존해야 하는 상황이다. 인력 양성을 위한 3500억원 R&D 자금 3000억원 규모 반도체 생태계 펀드도 민관이 공동으로 마련해야 한다.
업계 한 관계자는 “세제정책도 기존에 나왔던 것을 붙인 것이고 민간에서도 주로 투자해야 하는 부분들도 많다”고 평가했다.
미국 주도로 한국, 일본, 대만이 참여하는 ‘칩4’ 동맹 압박에 대한 전략도 부재했다는 지적도 있다. 미국이 동맹 참여를 압박하고 있는 상황에서 중국에 공장을 가동하고 있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업계는 동참할 경우 중국 시장 타격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또 미국이 추진하는 반도체 지원법이 중국 투자를 제한하는 내용을 담고 있어 기업들로선 난감하다. 정부는 업계 등 여러 목소리를 듣고 이해득실을 따져 우리 조건을 미국에 역제안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경제 뿐 아니라 외교·안보 문제까지 고려한 판단이 이뤄질 것이란 관측이다.
다른 한 업계 관계자는 “과거 공약·지원정책이 많이 나왔지만 기업만 이용하고 제대로 이행되진 않았다”며 “아쉬운 측면도 있지만 발표된 전략을 실행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문영규 기자
ygmoo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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