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불안·정권혼란에 이상기후까지..'위기의 유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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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두운 코로나19 터널을 헤쳐나가는 유럽에 새로운 위기의 그림자가 곳곳에 드리우고 있다.
특히 치솟는 물가를 감당 못한 유럽중앙은행(ECB)이 21일 빅스텝(0.5%포인트 기준금리 인상)을 밟으며 스태그플레이션과 남유럽 재정위기 재현의 공포가 떠오른 가운데, 같은 날 터진 이탈리아 연정 붕괴와 이보다 앞선 영국 총리의 사퇴 선언 등으로 리더십 위기도 감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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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CB, 금리 0.5%P 인상 빅스텝
스태그플레이션·재정위기 우려
伊 연정 붕괴로 드라기 총리 사임
英은 총리 선출때까지 국정 마비
천연가스 등 에너지난 여전한데
유례없는 폭염·가뭄·산불까지
어두운 코로나19 터널을 헤쳐나가는 유럽에 새로운 위기의 그림자가 곳곳에 드리우고 있다. 특히 치솟는 물가를 감당 못한 유럽중앙은행(ECB)이 21일 빅스텝(0.5%포인트 기준금리 인상)을 밟으며 스태그플레이션과 남유럽 재정위기 재현의 공포가 떠오른 가운데, 같은 날 터진 이탈리아 연정 붕괴와 이보다 앞선 영국 총리의 사퇴 선언 등으로 리더십 위기도 감지된다. 여기에 우크라이나 전쟁이 촉발한 에너지 불안과 최근 이상기온이 안 그래도 갈 길 바쁜 유럽의 발목을 잡고 있어 영락없는 일모도원(日暮途遠·날은 저물고 갈 길은 멀다) 위기에 빠진 형국이란 평가가 나온다.
외신 등에 따르면 이날 ECB는 22년 만에 첫 빅스텝 기준금리 인상을 단행했다. 당초 시장에서는 0.25%포인트 인상을 예상했으나 ECB는 역대 최고치인 8.6%까지 치솟은 물가상승률을 더는 방치할 수 없다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다만 예상보다 강한 긴축을 두고 우려의 목소리가 제기된다. 우크라이나 사태로 물가 안정이 쉽지 않은 상황에서 공격적 긴축은 스태그플레이션을 부를 수 있기 때문이다. 더욱이 이탈리아 등 정부 부채 규모가 큰 국가의 경우 이자 부담이 크게 늘어나 2011년 남유럽 재정위기의 악몽이 재현될 수 있다는 문제도 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마침 같은 날 이탈리아는 마리오 드라기 총리 내각이 붕괴하며 혼돈의 시기로 접어들었다. 드라기 내각의 중심축인 ‘오성운동’이 14일 민생법안에 대한 표결에 불참하며 정국 위기의 방아쇠를 당긴 지 일주일 만이다. 드라기 총리가 사임하자 세르조 마타렐라 대통령은 의회 해산과 함께 오는 9월 25일 조기 총선 실시를 선언했다. 이에 이탈리아 10년물 국채금리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와 비슷한 3.7%까지 치솟으며 위기를 반영했다. 영국 역시 보리스 존슨 총리의 뒤를 잇는 총리가 선출될 때까지 사실상 국정 마비가 예상된다.
에너지 위기는 유럽의 상수(常數)가 됐다. 특히 이날 러시아가 자국과 독일을 잇는 가스관 노르트스트림1을 재가동하며 천연가스 공급을 재개했지만 공급량은 통상 수준의 30%에 불과한 것으로 파악됐다. 특히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앞서 유럽으로의 가스 공급량이 절반 수준으로 감소할 것이라고 시사한 바 있어 유럽의 에너지 부족과 그로 인한 인플레이션 압력은 앞으로도 가중될 가능성이 크다.
이런 가운데 유례없는 폭염과 가뭄·산불은 취약해진 유럽의 에너지난과 경제 부담을 높이고 있다. 영국은 섭씨 40도의 폭염으로 학교와 병원이 폐쇄되고 기차·항공편도 취소되는 등 경제 활동에 차질을 빚고 있다. 독일의 경우 가뭄으로 라인강 수위가 급격히 낮아지면서 선박 운송에 문제가 생겼다. 루크레지아 레이클린 런던비즈니스스쿨 경제학 교수는 뉴욕타임스(NYT)에 “폭염이 이미 취약한 상태인 유럽 경제를 한계에 이르게 하고 있다”고 말했다.
임정환 기자 yom724@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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