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54일만에 국회 정상화..과방-행안위는 '임기 쪼개기'로
[서어리 기자(naeori@pressian.com)]
여야가 21대 상반기 국회를 마무리한 지 54일 만에 하반기 원(院)구성 협상을 완료했다. 막판 쟁점이었던 행정안전위원회와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 임기를 1년씩 쪼개 여야가 교대로 맡는다는 절충점을 찾은 것이다. 이에 따라 행안위원장은 국민의힘, 과방위원장은 민주당이 내년 5월까지 먼저 맡기로 했다.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와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22일 오전 국회 본청에서 김진표 국회의장 주재로 막판 협상을 벌인 끝에, 이같은 내용을 골자로 한 원구성안에 합의했다.
구체적으로는, 민주당이 과방위원장을 2023년 5월 29일까지 맡고, 2023년 5월 30일부터는 국민의힘이 맡는다. 행안위원장은 2023년 5월 29일까지 국민의힘이 맡고, 2023년 5월 30일부터는 민주당이 맡게 됐다.
민생 경제가 어려운 상황에서 국회 공전이 계속되는 데 대해 여야 모두 정치적인 부담이 커지자 쟁점 상임위 위원장의 임기를 반반씩 나눠 갖는 '묘수'를 짜낸 것으로 보인다. 이번 절충안은 민주당이 먼저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체적으로 보면, 민주당은 △정무위원회 △교육위원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보건복지위원회 △환경노동위원회 △국토교통위원회 △여성가족위원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등 11개 상임위 및 특위 위원장을 맡기로 했다.
국민의힘은 △국회운영위원회 △법제사법위원회 △기획재정위원회 △외교통일위원회 △국방위원회 △행정안전위원회 △정보위원회 등 7개 상임위 위원장을 맡을 예정이다.
여야는 이와 함께 기존에 잠정 합의했던 사개특위 운영안을 변경하기로 했다. 사개특위(사법개혁특위)라는 명칭을 '형사사법체계개혁특별위원회'로 바꾸고, 위원장은 민주당이 맡되 위원은 민주당 6인, 국민의힘 6인 동수로 하기로 했다. 활동기간은 2023년 1월 31일까지이며, 특위에 법률안 심사권을 부여하되 안건은 여야 합의로 처리키로 했다.
정치개혁특별위원회의 경우 위원 정수는 17인에 민주당 8인, 국민의힘 8인, 비교섭단체 1인으로 하기로 했다. 위원장은 민주당이 맡기로 했으며, 활동기한은 2023년 4월 30일까지로 했다.
연금개혁특별위원회도 2023년 4월 30일까지 설치·운영하며, 위원장은 국민의힘이 맡기로 합의했다.
아울러 이른바 검수완박법(검찰청법과 형사소송법) 관련 권한쟁의 심판사건에 대한 국회의 법률적 대응은 국회의장과 전반기 법제사법위원장인 민주당 박광온 의원이 수행하며, 국민의힘 소속이 될 후반기 법사위원장은 이에 관여하지 않기로 했다.
권 대행은 협상을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여야 모두 만족스럽지 못하다고 믿지만 그것보다는 빨리 원구성을 마무리하고 시급한 민생 문제를 처리하는 것이 더 우선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오늘 합의에 이르렀다"고 밝혔다.
쟁점 상임위 위원장 임기를 반씩 나눈 데 대해 "여야에 모두 공평하게 된 것이 아닌가 그런 생각을 갖는다"고 평가했다.
나머지 상임위 배분과 관련해선 "우리 국민의힘은 집권 여당이기 때문에 비록 비인기 상임위지만국가를 운영하는 데 있어서 중추적인 상임위를 다 맡았다"면서 "민주당은 의원수도 많아서 주로 경제, 환경, 노동 같은 주요 경제정책과 관련된 소위, 우리 의원들이 선호하는 상임위원장을 맡았다"고 했다.
여야는 지난 5월 29일 상반기 국회가 종료한 뒤 하반기 원 구성 협상 과정에서 상임위 배분 문제를 놓고 평행선을 달려왔다. 협상 초기 민주당이 법제사법위원장직을 국민의힘에 넘기며 협상이 수월하게 진행될 것이란 관측도 나왔으나 국민의힘이 사개특위 위원 구성을 문제 삼으면서 갈등이 불거졌다. 이어진 협상에서 여야는 사개특위 위원 정수를 여야 각각 6명씩 동수로 하고 위원장은 야당이 맡되 '안건은 여야 합의로 처리한다'는 내용에 잠정 합의하며 고비를 넘는 듯했다.
사개특위 문제가 해결되자 또다른 쟁점이 생겼다. 협상 초기 법제사법위원장을 국민의힘에 넘기기로 한 민주당은 '법사위원장을 양보한 대신 행안위·과방위를 모두 달라'고 주장하자, 국민의힘이 '법사위는 원래 여당 몫이기 때문에 양보를 받은 게 아니라 행안위·과방위를 하나씩 나눠 가져야 한다'고 맞선 것이다.
당초 김 의장이 제시한 협상 마지노선은 전날이었다. 양당 원내대표는 전날도 김 의장 주재로 회동을 했으나, "이견이 다 좁혀지지 않았다"며 이날 오전으로 미뤘고, 이날 뒤늦게나마 합의점을 도출했다.
원구성 협상이 최종 타결됨에 따라 여야는 이날 오후 2시 본회의를 열고 상임위원장단을 선출했다.
국회는 이날 오후 본회의를 열어 18개 상임위원회 위원장과 위원 명단을 의결했다.
이날 여야 합의에 따라, 1년 임기로 정해진 과방위 위원장으로는 민주당 정청래 의원이, 행안위 위원장으로는 국민의힘 이채익 의원이 선출됐다.
그 외 상임위에서는 국민의힘이 운영(권성동)·법사(김도읍)·기재(박대출)·외통(윤재옥)·국방(이헌승)·정보(조해진) 등 7명이 맡기로 했고, 민주당에서는 정무(백혜련)·교육(유기홍)·문체(홍익표)·농해수(소병훈)·산자(윤관석)·복지(정춘숙)·환노(전해철)·국토(김민기)·여가(권인숙)·예결(우원식) 등이 위원회를 이끌기로 했다.
비교섭단체 "김진표, 희망 상임위 무시하고 일방 배정" 반발
이날 본회의에 앞서 정의당 배진교, 장혜영 의원은 김 의장이 비교섭단체 소속 의원들의 의사를 무시하고 희망 상임위에서 배제했다며 이를 규탄하는 '손피켓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정의당 측은 "당초 배진교 의원은 정무위, 류호정 의원은 산자위, 강은미 의원은 복수 상임위로 여성가족위원회를 희망했다"면서 "국회의장은 정의당 원내 지도부나 해당 의원들과도 단 한 마디 협의나 조정 과정도 없이 일방적으로 다른 상임위원회로 배정해버렸다"고 했다.
이들은 "얼마 전 국회 민생특위에서도 배제하더니, 이번에 상임위 배정에서도 정의당을 또다시 배제한 것"이라면서 "일방적이고 편파적으로 정의당을 상임위에서 배제한 결정을 재고한다"고 촉구했다.
국민소득당 용혜인 의원도 "기재위를 희망 상임위로 제출했으나 의사와 무관하게 행안위에 배정됐다"며 재배정을 요구했다.
[서어리 기자(naeori@press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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