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리랑카 새 대통령, 취임 직후 군경 통해 반정부 시위대 급습·강제해산

김혜리 기자 2022. 7. 22. 1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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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리랑카 군경이 22일(현지시간) 수도 콜롬보에 있는 대통령실 앞 반정부 시위대 텐트를 강제로 철거하고 있다. | AFP연합뉴스

스리랑카 군경이 22일(현지시간) 대통령실 앞에서 반정부 시위대를 폭행하고 강제로 해산시켰다고 AFP통신 등 외신이 보도했다.

군경 수백 명은 이날 새벽 무렵 수도 콜롬보 대통령실 앞에 있는 반정부 시위대를 급습해 텐트를 철거하고 시위대를 내쫓았다. 앞서 시위대가 이날 오후 대통령실 앞에서 자진 철수하겠다는 의사를 밝혔음에도 불구하고 장비를 동원해 시위대 캠프를 급습한 것이다. 이들은 시위대가 대통령실 출입로에 설치한 방어벽을 철거하고, 해당 지역을 봉쇄한 뒤 일부 시위 지도자들을 체포했다. 이 과정에서 군경과 대치하던 시위대가 폭행당하는 일도 벌어졌다. 알자지라는 10여 명의 시위자가 공격받은 후 심하게 다쳤다고 전했다.

군경의 공격은 라닐 위크레마싱헤 신임 대통령이 취임한 지 몇 시간 만에 이루어졌다. 고타바야 라자팍사 전 대통령은 지난 9일 콜롬보에서 재정 위기를 초래한 현 정권의 퇴진을 요구하는 대규모 시위가 벌어지자 해외로 도피한 뒤 e메일로 사임계를 제출했다. 당시 총리였던 위크레마싱헤 새 대통령 역시 시위대의 사퇴 요구를 받고 사임 의사를 밝혔으나, 이를 곧 철회하고 대통령직에 오르면서 민심에 다시 불을 질렀다. 위크레마싱헤 대통령은 취임 직후 시위대에 대한 강경 대응을 예고했다. 그는 정부를 전복시키거나 정부 건물을 점거하려는 어떠한 시도도 민주주의가 아니라며 이러한 행동을 법에 따라 단호하게 처리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반정부 시위가 계속되면 국제통화기금(IMF)과의 협상이 어려워질 수도 있다. IMF 측은 지난주 스리랑카 내부 불안이 빨리 진정돼 협상을 재개하길 바란다고 밝힌 바 있다. 위크레마싱헤 대통령은 필수 수입품을 조달할 외화가 바닥난 상황에서 IMF 구제금융만이 임박한 경제참사를 피할 유일한 선택지라고 강조했는데, 시위가 다시 격화되면 정치적 혼란 수습은 물 건너가는 셈이 된다.

김혜리 기자 harr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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