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유·버터 대신 아몬드..영역을 넓히다
캘리포니아 아몬드 생산량 증가 출하량 역대급
한국 수입 7668만 MT..10년 전보다 71% 증가
'유제품 대체 식품' 선호도·신제품 활용도 1위
음료·버터..가루·페이스트로 비건 케이크까지
한 줌 , 한국인 일일 권장량 67% 비타민E 충족
피부·체중·헤어 관리 효과적 '뷰티 효능' 한몫
미국 북부에서 남부로 약 500마일(약 804㎞). 서울과 부산을 왕복할 수 있는 긴 거리에 한 가지 종류의 나무가 늘어서있다. 바로 견과류 아몬드이다. 전 세계 아몬드 생산량의 80%(캘리포니아 아몬드협회, ‘Almond Almanac Report 2021’)를 차지하는 캘리포니아 아몬드는 미국 캘리포니아의 최대 수출 농산물로, 최근 3년간 더욱 두드러지는 성장률을 보이고 있다. 이는 아몬드가 ‘웰빙’과 ‘식물성’이라는 글로벌 트렌드에 부합할 뿐 아니라, 가루나 음료, 오일 등 다양한 형태로 변신하며 그 활용도를 높였기 때문이다.
특히 시장에서 ‘유제품을 대체하는’ 용도로 선호도가 높아진 것은 주목할 만한 요인이다.
리차드 웨이콧(Richard Waycott) 캘리포니아 아몬드 협회장은 “팬데믹(전염병 대유행)과 연속된 가뭄이라는 악조건이 있었으나 재배 면적 증가 등의 요인으로 최근 3년간 생산량이 크게 증가해 지난해 출하량은 역대급을 기록했다”고 말했다.
실제로 지난 2018년 캘리포니아 아몬드 생산량(2018~2019, 이하 회계연도 기준)은 22억6957만 파운드(lb,1lb=0.45㎏)였으나, 2020년에는 31억695만파운드로 36.9% 증가했다. 가공된 아몬드 제품 출하량 역시 같은 기간 37% 증가했다.
웨이콧 협회장은 “아시아태평양 지역은 전 세계에서 가장 큰 아몬드 수출 시장으로, 그 중에서도 한국 시장의 성장세는 눈부시다”고 말했다. 지난 2020년 캘리포니아 아몬드의 한국 수출량은 7667만 6062미터톤(MT, 1MT=1000㎏)으로, 이는 10년 전인 지난 2011년 보다 71 % 증가한 수준이다.
아몬드 시장의 성장세는 아몬드의 특성이 웰빙과 식물성이라는 글로벌 푸드 트렌드에 잘 맞아 떨어졌기 때문에 가능했다. 일찌감치 ‘슈퍼푸드’ 대열에 오른 아몬드는 식품 기업들의 신제품 출시에 자주 등장하는 견과류로 등극했다. 글로벌 식음료 시장조사기업 이노바마켓인사이트(Innova Market Insights)의 2022 글로벌 신제품 보고서에 따르면 아몬드는 지난 2014년부터 2021년까지 전 세계 견과류 신제품 중 가장 많이 활용된 견과류 1위를 유지하고 있다.
지난해 새롭게 출시된 전 세계 견과류 신제품 중 아몬드가 활용된 비율 역시 39.8%나 된다. 이는 헤이즐넛이나 땅콩, 캐슈넛, 호두 등 다른 견과류보다 압도적으로 높은 비중이다. 하빈더 만(Harbinder Maan) 캘리포니아 아몬드 협회 무역담당 부책임자는 “이러한 조사 결과는 아몬드가 식품 분야에서 활용도가 매우 크다는 것을 보여준다”며 “특히 유럽과 아태(亞太) 지역이 아몬드를 활용한 신제품 출시를 견인하고 있다”고 말했다.
여기서 눈 여겨봐야 할 것은 신제품에 사용되는 아몬드의 형태가 이전보다 다채로워졌다는 점이다. 통아몬드에 초콜릿 옷을 입히거나 빵이나 쿠키에 아몬드 조각을 넣는 등 과거의 활용법에서 더 나아가 아몬드 가루나 아몬드 음료, 아몬드 페이스트(paste, 부드럽게 으깸) 등을 신제품에 활용하는 등 아몬드를 보다 다양한 형태로 사용하고 있다. 특히 아몬드 가루는 가장 급성장하는 제품 활용 형태이다.
이처럼 아몬드가 다양한 형태로 활용되고 있다는 점은 채식 트렌드에 따라 아몬드의 소비 트렌드 역시 바뀌고 있음을 의미하기도 한다. 이노바마켓인사이트 보고서에 따르면 아몬드는 그동안 초콜릿처럼 기호 식품에 주로 사용됐으나 최근에는 식물성 기반의 식품과 스낵의 기본 재료로 사용되는 경우가 늘고 있다.
특히 유제품을 대신하는 식물성 식품의 선택지로서 소비자 선호도가 커지고 있다. 실제로 미국 소비자를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아몬드는 ‘유제품 대체 식물성 식품’으로 선호도 1위(38%, Innova Dairy Technology survey 2020)를 차지했다. 즉 아몬드가 단순한 견과류의 일종에서 이제는 ‘유제품 대체품’으로 아몬드를 인식하는 소비자가 많아졌다는 얘기다. 우유 대신 아몬드 음료를 마시고, 아몬드 버터를 빵에 바르며, 아몬드 가루와 페이스트로 비건(vegan, 완전 채식)케이크를 만드는 등의 식이다.
국내 시장에서는 아몬드가 웰빙 트렌드에 ‘뷰티 효능’까지 더해져 주목받고 있어 흥미롭다. 김민정 캘리포니아 아몬드 협회 한국 및 일본 담당 이사는 “몸에 좋은 견과류로 10년간 한국 소비자 마음에 자리잡은 아몬드가 최근에는 아름다움과 피부, 체중 관리에도 효과적인 견과류로 인식되고 있다”며 “2018년 이후 ‘아름다움을 위해 (아몬드가) 필요하다’는 속성을 인식한 소비자가 빠르게 증가하는 추세”라고 말했다.
실제로 캘리포니아 아몬드 협회가 지난해 9월 한국인 10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2021 글로벌 소비자 인식 조사에 따르면, 아몬드 섭취 동기에 대한 상위 10개 답변 중 절반 가량이 ‘뷰티·건강’에 대한 것으로 나타났다. 아몬드 섭취에 대해 “체중 관리에 도움된다”, “단백질이 풍부하다”, “비타민 E가 많다” 등으로 답변한 사람들이 많은 것이다. 뷰티와 관련한 아몬드 효능이 아몬드의 국내 소비를 촉진하는 주요 요소임을 보여준다.
이에 따라 아몬드의 영양소 중 몸에 이로운 불포화지방산과 단백질 뿐 아니라 피부·헤어관리에 좋은 ‘비타민 E’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아몬드는 한 줌(30g, 약 23알)에는 한국인 일일 권장량의 67%에 해당하는 비타민E(7.3㎎)가 들어있으며, 이는 나호두·브라질너트·캐슈넛·마카다미아·피칸 등 나무 견과류 중 가장 많은 양이다.
업계 관계자는 “글로벌 트렌드의 변화에 따라 국내 시장에서도 아몬드에 대한 기존 인식과 활용 범위가 확장되고 있다”며 “특히 유제품을 대신하는 아몬드의 활약이 기대되고 있다”고 말했다. 육성연 기자
gorgeou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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