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살 아이 목 물고 흔든 개..동물단체 "안락사 합당하지 않아"

지난 11일 울산의 한 아파트 단지에서 8살 초등학생을 물어 다치게 한 개. [사진 제공 = 비글구조네트워크]

지난 11일 울산의 한 아파트 단지에서 8살 초등학생이 개에 목 등을 물려 크게 다친 사고와 관련해 한 동물단체가 안락사 반대 주장과 함께 사고견을 인수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동물복지단체 비글구조네트워크는 지난 17일 인스타그램에 사고견의 사진과 함께 '울주군 초등학생 개물림 사고에 대한 입장문'을 게시했다.

이 단체는 "경찰은 (사고) 당일 즉시 해당 개에 대해 안락사 집행을 요청했고 그 절차가 진행 중이라고 보도됐지만, 검찰이 여러 법리적 이유를 들어 현재 안락사 진행을 중단한 상태라 들었다"고 전했다.

단체는 "해당 사건의 개에 대한 처분에 대해 관계기관인 검찰, 경찰, 그리고 울산시에 건의하고 호소한다"며 "개를 체계적으로 보호하고 사육하는 전문집단인 동물보호단체로서 해당 개를 비글구조네트워크가 인수할 수 있다면, 그 개를 법률이 정하는 범위 내에서 책임지고 안전하게 보호하겠다"고 요청했다.

이 단체는 "인간은 사회적 동물로서 사회적 규범과 보편적 상식, 그리고 법률로 정한 사회적 약속을 지키며 살아가야 하고, 이를 범하거나 어겼을 경우 사회적 비난을 받고 또한 법률로 처벌을 받지만 개는 사회적 동물이 아니다"라며 안락사 반대 입장을 밝혔다.

그러면서 "개는 도덕적 인식이나 윤리적 기준을 자의적으로 가질 수 있는 지성적 주체가 아니기 때문에 개에 대해 안락사라는 사회적 처벌은 합당하지 않다"고 주장했다.

앞서 지난 11일 오후 1시 20분께 그날 새벽 목줄을 풀고 달아나 아파트 단지를 배회하던 사고견은 8살 초등학생을 보자 갑자기 달려들었다. 당시 현장을 촬영한 폐쇄회로(CC)TV를 보면, 이 초등학생은 개의 공격에서 벗어나기 위해 도망치다 넘어졌고 개는 쓰러진 아이의 목과 팔다리 등을 물어 뜯었다. 2분간 이어진 개의 공격은 현장을 지나던 한 택배기사가 손수레를 휘두른 뒤에야 중단됐다.

초등학생이 개 물림 사고를 당한 이후 사고견을 키우던 70대 남성은 개에 대한 권한을 포기했다. 이후 사고견에 대한 안락사 절차를 경찰이 시작했으나 검찰은 보완 수사를 지휘하며 제동을 걸었다.

이 사건의 압수물인 사고견이 비록 사람을 물어 중한 상해를 야기했더라도 지금까지 수사한 내용만으로는 다른 사람을 공격할 가능성 등 위험 발생 염려가 있다고 인정하기 어렵다는 판단에서다. 형사소송법에 따르면 사람의 생명이나 신체 등에 위해를 줄 수 있는 압수물은 사건 종결 전에 폐기처분할 수 있지만 이 경우는 인정되지 않는다는 것이 검찰의 판단이다.

[전종헌 매경닷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