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 무기 지원 전세 역전 어렵지만.."'빠르게 서방 대리전 변화중"
기사내용 요약
미군 피한방울 안흘리는 우크라 전쟁
첨단 무기 지원 조금씩 늘어나면서
빠르게 서방의 대리전장으로 변화중
[서울=뉴시스] 강영진 기자 = 우크라이나를 지원하는 서방, 특히 미국은 전투기와 러시아 본토까지 미치는 장사정(장거리) 로켓 등은 지원하지 않고 있다. 반면 러시아는 수백 km 떨어진 곳에서 순항 미사일로 우크라이나 내륙의 민간 시설을 수시로 공격해 큰 피해를 입히고 있다. 이 때문에 우크라이나는 한손을 뒤로 묶은 채 러시아와 싸우는 꼴이다. 그나마 정확성과 기동성, 화력이 우수한 서방 지원 무기 덕분에 러시아군이 빠르게 진격하는 것을 차단하고 있고 러시아군이 점령한 일부 지역에서 탈환 작전을 진행하고 있다.
이와 관련 미 CNN은 21일(현지시간) 서방의 우크라이나 무기 지원 범위가 신중하지만 일부 확대되고 있으며 그 결과 우크라이나 전쟁이 서방의 대리전 양상으로 변하고 있다고 전망하는 기고문을 실었다. 기고자는 뉴욕타임스(NYT) 등의 유럽 특파원을 역임한 데이비드 앤델먼이다.
지난 20일 우크라이나 영부인 올레나 젤렌스카가 미 의회에서 연설하면서 "러시아의 로켓이 어린이들을 살상하지 못하도록" 방공무기를 지원해 달라고 호소했다.
우크라이나 당국자들은 서방의 무기 지원에 감사를 표시한다. 더 많은 무기를 지원받아 전세를 빠르게 역전시키고 싶은 열망이 있기 때문이다.
서방의 지원은 아직 전세 역전까지는 이어지지 못하고 있다. 특히 우크라이나 동부 지역을 점령한 러시아군을 물리치는데는 역부족이다.
미국이 지원한 고기동다연장로켓(HIMARS·하이마스)로 우크라이나군은 현재까지 전선 후방의 러시아군 탄약고와 지휘소 20여곳을 타격했다. 이달초에는 러시아 육군 제22군의 아르템 나스불린 소장이 남부 오데사 지역 인근 지휘소에서 공격을 당해 전사하기도 했다.
그러나 하이마스는 서방이 보유한 무기들 가운데 사거리가 비교적 짧은 80km 불과하다. 하이마스와 같은 발사대를 사용하는 미국의 육군전술미사일시스템(ATACMS)은 사거리가 300km에 달하지만 우크라이나에 지원되지 않고 있다. 우크라이나 내륙에서 러시아 본토를 타격할 수 있다는 이유 때문이다.
미국은 우크라이나 지원이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회원국들에 대한 러시아의 공격을 유발할 가능성을 우려해 지원 무기 선정에 매우 신중한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다른 이유들도 있다. 미 국방부 당국자들은 미국의 첨단 무기가 적군 수중에 들어가는 것을 원치 않는다고 말한다. 미라 레스닉 국무부 지역안보담당 부차관보는 "무기가 러시아나 제3자의 손에 들어가면 미군을 공격하는데 악용될 수 있다"고 말했다.
미국의 무기 재고가 충분치 않은 문제도 있다. 미군이 보유한 ATACMS 미사일은 3000기가 못된다. 이 미사일을 대신할 신형 미사일은 생산되기까지 1~2년이 더 걸릴 예정이다.
우크라이나 전쟁의 전황은 미국이 무기 지원을 지속할 수 있느냐에 크게 좌우된다. 우크라이나의 무기 지원 요청은 갈수록 커지지만 지원 무기는 여전히 태부족이다.
제시카 루이스 미 국무부 정치군사담당 차관보가 이번 주 독일에서 우크라이나 지원 무기 문제를 처리하고 있다. 이곳 첨단무기지원센터에 모인 나토 전문가 및 우크라이나 당국자들과 필요한 무기가 어떤 것인지를 가려내고 우크라이나 군사지원의사가 있는 50개 나라에 배분하는 중이다. 우크라이나가 필요로 하는 무기를 가려내는 특별팀도 참여하고 있다.
전쟁 발발 직후부터 우크라이나에 필요한 무기를 지원하는 문제가 큰 과제였다. 지난 2월 우크라이나는 나토 회원국이 보유한 소련제 전투기를 지원해 달라고 요청했지만 거절당했다.
그러나 러시아군은 현재 우크라이나 동부 지역을 상당부분 점령했고 내륙의 민간 거주지를 순항미사일로 공격하고 있다. 이런 상황 때문에 미국이 어떤 무기를 지원해야 할지, 언제 지원해야 할 지가 매우 중요한 문제로 떠올라 있다.
이달 초 미 국방부는 노르웨이가 보유한 미제 NASAMS 대공 미사일 체계 2기를 지원하는 걸 승인했다. 러시아 순항미사일을 막기 위한 것이다. 흑해에 있는 러시아군 잠수함에서 발사된 순항미사일이 우크라이나 중부 내륙 깊숙한 빈니챠의 쇼핑센터, 댄싱 스튜디오, 결혼식장을 공격해 어린이 4명 등 23명이 숨지고 64명이 부상한 사건이 계기가 됐다.
현재까지 우크라이나와 서방의 대응은 러시아군의 공세를 충분히 저지하지 못하고 있다. 이에 대해 미 신안보센터(CNS)의 크리스 도거티 선임연구원은 "전쟁은 매우 복잡하다. 모든 요인들이 상호 작용하며 서로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예상하기가 극도로 어렵다. 이같은 복잡성을 잘 활용해 적군을 곤경에 빠트리는 것이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도거티 연구원 등은 러시아군에게 안전지대를 허용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탄약고를 파괴하고 분산시키면 러시아군은 통신이 약하기 때문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할 것이라는 것이다. 도거티는 "러시아군이 문제를 해결하려 들면 또다른 문제에 봉착하도록 해결하기 어려운 딜레머들을 만들어내 해결하려 들면 오히려 악화되도록 만들어야 한다"고 했다.
서방 군사 당국자들 사이에선 초기부터 우크라이나에 첨단 무기를 지원했다면 전쟁의 흐름을 수주 내에 바꿔 우크라이나군 수천명의 전사를 막을 수 있다는 생각이 갈수록 확산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보다 발전된 무기가 필요할 것으로 본다. 도거티 연구원은 "러시아군을 무너트리는데 핵심이 전자전"이라고 강조했다. 전자통신과 위치추적장치(GPS)에 의존하는 많은 군사장비를 가로 채 무력화하면 국경 넘어 러시아 본토를 공격하지 않아도 전황을 바꿀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이란제 공격 드론 수백대가 러시아에 넘어가기 직전이다. 일부는 야간에 미사일을 발사할 수 있을 정도로 발전된 수준이라고 제이크 설리번 미 국가안보보좌관이 밝혔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이란을 방문한 가장 큰 목적이 드론 지원을 보장받으려는 것일 가능성이 크다.
호주 육군 소장 출신 믹 라이언은 "러시아군과 이란군의 드론을 무력화할 수 있는 대응 무기 체계가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러시아군이 포격할 표적을 찾아내는 드론과 자살공격 드론을 무력화해야 한다. 지금은 이들 무기에 대한 대응이 몇 분이 걸리지만 이를 개선해야 한다"는 것이다.
우크라이나 전황이 역전되고 있다는 증거는 아직 미약하다. 우크라이나군 내부에서는 러시아군의 전진을 막을 수 있더라도 점령지를 탈환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독일 외교전문가 울리히 스펙은 "서방의 생각은 러시아가 이겨서도 안되지만 져서도 안된다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우크라이나 전쟁은 빠르게 서방의 전쟁으로 변하고 있다. 미국의 정책 담당자들이 미국의 군사적 능력을 한껏 발휘해야 한다는 것 빨리 깨달을수록 미국은 피 한 방울 흘리지 않고도 우크라이나가 성공할 수 있도록 할 수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은 미군이 참전한 아프가니스탄이나 이라크, 베트남 전쟁과는 다르지만 서방의 대리전이 돼가고 있음이 분명하다.
☞공감언론 뉴시스 yjkang1@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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