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온순해서" 8살 아이 물어뜯은 개, 안락사 중단
울산의 한 아파트 단지에서 8살 초등학생을 물어 크게 다치게 한 사고견의 안락사 절차가 잠정 중단됐다.
경찰은 안락사해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검찰은 '위험 발생 염려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는 이유로 자료 보완을 요구했다. 이에 한 동물단체는 '개를 희생시키는 것만이 답이 아니다'며 사고견을 인수하겠다며 나섰다.
21일 사고견을 임시 보호 중인 유기동물보호소에 따르면 안락사 위기에 놓인 개는 온순한 모습으로 지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보호소 관계자는 "사람을 공격했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을 정도로 온순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다른 개들은 케이지 안에 갇혀 있으면 꺼내 달라고 짖는 경우가 많은데, 사고견은 사람이 지나가도 짖지 않고 가만히 앉아만 있다"면서 "맹견인지 확인하려고 접촉했는데도 얌전했다"고 말했다.
사고견을 키우던 80대 남성은 8세 아이가 개 물림 사고를 당한 직후 개에 대한 권한을 포기했다.
경찰은 사고견에 대해 인명사고를 낼 우려가 크다고 보고 안락사 절차를 진행했지만, 검찰이 위험성을 입증할 추가 자료를 요구하면서 지난 16일 이를 부결, 안락사는 보류됐다.
검찰은 현행법상 물건으로 규정되는 동물(압수물)이 상해를 야기한 사고견이라고 해도 사람의 생명·신체·건강·재산에 위해를 줄 수 있는 물건으로서 보관 자체가 대단히 위험한 물건인지 아닌지를 판단할 수 있는 간접자료가 필요하다고 판단했고 이를 확보해 압수물 폐기 여부를 다시 검토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 사고견을 인수하겠다는 동물보호단체도 나타났다. 동물복지단체 비글구조네트워크는 인스타그램에 "상상하지 못할 피해를 입은 초등학생과 가족들에게 심심한 위로의 말씀을 전하며, 어서 완쾌돼 가정의 행복을 되찾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어 "개 한 마리를 죽인다고 근본적인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 개를 죽여 이 사건에 대한 합리적 해결점에 도달할 수 있다면 저희 동물권 단체들도 그 희생을 인정하겠다"며 안락사를 반대했다.
그러면서 "개가 사람을 무는 행위는 개들에게는 본능적이고 직관적인 문제"라며 "도덕적 인식이나 윤리적 기준을 자의적으로 가질 수 있는 지성적 주체가 아니므로 이러한 개에 대해 안락사라는 사회적 처벌은 합당하지 않다"고 덧붙였다.
그들은 개를 인수할 수 있게 해주면 법 테두리 내에서 안전하게 보호하겠다며 "사회적 책임은 사회적 규범과 법률에 따라 이 개를 제대로 통제하고 관리하지 못한 견주에게 있다"면서 "필요하다면 안전이 담보될 때까지 필요기간 동안 사육공간에서의 이탈도 금하겠다"라 개를 살려 달라고 요구했다.
또 "어떠한 경우라도 인권을 넘어선 이념과 가치는 있을 수 없다"며 "하지만 이 개를 희생시킨다 해서 인권의 가치와 사회적 정의를 실현하는 것이라 볼 수 없다. 또 다른 한 생명의 희생에 대해 부디 다시 한번 돌아봐 달라"고 호소했다.
보호단체는 같은 사고가 일어나지 않는다는 조건만 담보된다면 그 개를 굳이 죽이고 얻을 사회적 가치가 무엇이냐는 입장이다.
앞서 이번 이번 사건은 지난 11일 울산시 울주군의 한 아파트 단지에서 발생했다. 당시 하교 중이던 A(8)군은 갑작스럽게 달려든 사고견에게 공격을 당했다.
A군 측이 공개한 사고 당시 폐쇄회로(CC)TV 영상을 보면 A군은 개한테서 벗어나려 안간힘을 썼지만 개는 A군을 물고 놔주지 않았다.
이 장면을 목격한 택배기사가 짐을 싣는 손수레를 끌고 와 개를 쫓아내면서 119구조대가 A군을 병원으로 옮길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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