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행 10년 만에 대통령실 온라인 투표 오른 '대형 마트 의무휴업 폐지'..중소상인 거센 반발
헌법재판소, 2018년 대형마트 의무휴업 폐지 조항에 8대1로 '합헌' 결정
대형마트 업계에서는 규제 완화에 기대감
국민제안에 '좋아요'만 있다는 비판도.."반대 의견도 볼 수 있어야"
윤석열 정부의 대국민 온라인 소통창구 역할을 맡은 ‘국민제안’이 지난 21일부터 열흘 일정으로 온라인 투표에 부친 안건 중 ‘대형마트 의무휴업 폐지’가 눈길을 끈다. 앞서 국내 대형마트는 2013년 1월 유통산업발전법 시행 이후 한 달에 이틀 이상 의무휴업을 해왔다.
22일 오전 9시 기준 대형마트 의무휴업 폐지 사안은 ‘좋아요’가 총 7만4725개가 달리면서 대통령실이 선정한 ‘국민제안 TOP 10’ 1위를 달리고 있다. 7만4513개를 받은 ‘9900원 K-교통패스(가칭) 도입’이 2위이며, 최저임금을 업종별·직종별 차등 적용하는 방안과 임대차 계약 시 임대인의 세금 완납 증명서 첨부 의무 신설, 콘택트렌즈 온라인 구매 허용, 반려견 물림 사고 시 견주 처벌 강화와 개 안락사 조치, 백내장 수술 보험금 지급 기준 표준화 등에도 ‘좋아요’가 7만개 넘게 달렸다.
대통령실은 이 중 3건을 추려 국정에 반영할 방침이어서 지금 추세라면 대형마트 의무휴업 폐지가 논의 대상에 오를 가능성이 크다. 그동안 약 1만2000건의 민원과 제안 등이 들어왔으며, 국민제안 심사위원회가 이 중 10건을 선정했다고 강승규 시민사회수석은 지난 20일 브리핑에서 밝혔다.
중소상인들은 대형마트 의무휴업 폐지가 국민제안 10건 중 하나로 포함된 데 대해 “골목상권 보호는 국민투표 대상이 아니다”라며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한국중소상인자영업자총연합회(한상총련)는 지난 21일 성명에서 “대형마트 영업시간 제한과 의무휴업은 2018년 대형마트 7곳이 낸 헌법소원에서 합헌으로 결정됐다”며 “새 정부는 국민투표로 골목상권 최후의 보호막을 제거하고 재벌 대기업의 숙원을 현실화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아울러 ‘경제 민주화’를 명시한 헌법 제119조를 거론하고 “새 정부는 오직 자율 규제만을 강조하면서 헌법정신을 무력화하고 있다”며 “이제라도 골목상권 보호를 강화해 대한민국 경제의 한 축이 무너지는 것을 막아야 한다”고 촉구했다.
헌법재판소는 2018년 6월 이마트 등 대형마트 7곳이 지자체장의 대형마트의 영업시간 제한 등을 규정한 유통산업발전법의 일부 조항이 헌법에 어긋난다며 제기한 헌법소원에서 재판관 8대1 의견으로 합헌 결정했다. 강한 자본력을 가진 소수 대형 유통업체의 독과점에 의한 유통시장 거래질서 왜곡을 막고 건전한 유통질서의 확립을 입법 목적으로 한다며, 대형 유통업체 종사자의 건강권 확보도 국가의 보호의무가 인정되는 공익이라는 게 당시 헌재의 설명이다. 반대 의견 1건은 자유시장 경제 질서의 근간을 흔들며 대형마트 등 운영자의 직업수행 자유를 상당 부분 제한해 매출액 감소를 초래한다고 근거를 댔다.
대형마트 업계에서는 의무휴업일 규제가 완화되면 휴무일 온라인 배송도 재개될 거라는 관측과 함께 기대감을 내비치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형마트 규제만이 전통시장 활성화의 길은 아니라면서, 오히려 대형마트 규제는 소비자의 불편만 초래한다는 것도 관련 업계 종사자들의 주장이다.
다만, 대형마트 노동자들로 구성된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전국서비스산업노동조합연맹 유통분과는 지난 21일 대통령 집무실 인근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윤석열 정부가 휴식권과 건강권을 뺏으려한다”면서, “윤석열 정부는 이해 관계자 이익만 대변하고 노동자 권리는 내팽개쳤다”고 엇갈린 생각을 드러냈다.
국민제안 사안이 ‘좋아요’만 있고 ‘싫어요’와 같은 반대 의견을 볼 방법은 없다는 비판도 나온다. 송유경 슈퍼마켓연합회 회장은 전날 MBC 라디오 ‘표창원의 뉴스하이킥’에서 “국민투표는 찬성과 반대 의견을 동시에 개진해야 한다고 보는데 찬성 의견만 싣게 되어 있다”며 “수천명이 찬성 의견에 걸었다면 그만큼 반대 의견도 많지 않겠냐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계속해서 송 회장은 “상생법인 유통산업발전법을 잘못된 규제법으로 해석해 정부가 나서 찬반대상으로 논한다는 자체를 이해할 수 없다”며 “대형마트와 소상공인이 상생하게 하는 법을 국민이 불편하냐 아니냐로 얘기한다는 자체가 납득이 가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대형마트 의무휴업에 따른 불편함을 주장하는 소비자 사이에서의 목소리에는 “저희도 그런 목소리를 잘 듣고 있고, 먼 곳까지 돌아간다는 이야기를 하시는데 우리 소상공인들의 접근성이 가장 좋다”고 부연했다.
김동환 기자 kimcharr@segye.com
Copyright © 세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윗집男 칼부림에 1살 지능된 아내”…현장 떠난 경찰은 “내가 찔렸어야 했나” [사건 속으로]
- “효림아, 집 줄테니까 힘들면 이혼해”…김수미 며느리 사랑 ‘먹먹’
- “이 나이에 부끄럽지만” 중년 배우, 언론에 편지…내용 보니 ‘뭉클’
- “39만원으로 결혼해요”…건배는 콜라·식사는 햄버거?
- “송지은이 간병인이냐”…박위 동생 “형수가 ○○해줬다” 축사에 갑론을박
- “식대 8만원이래서 축의금 10만원 냈는데 뭐가 잘못됐나요?” [일상톡톡 플러스]
- “북한과 전쟁 나면 참전하겠습니까?”…국민 대답은? [수민이가 궁금해요]
- “홍기야, 제발 가만 있어”…성매매 의혹 최민환 옹호에 팬들 ‘원성’
- 사랑 나눈 후 바로 이불 빨래…여친 결벽증 때문에 고민이라는 남성의 사연
- "오피스 남편이 어때서"…男동료와 술·영화 즐긴 아내 '당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