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시의 나라, 모빌리티 잔혹사]①우버부터 타다·카모까지…택시에 막힌 혁신

이정후 기자 2022. 7. 22. 08: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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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모빌리티 산업 등장하면 매번 택시업계와 '충돌'
'택시 대란' 부메랑으로 돌아온 업계 간 갈등…"정부가 나서야"

[편집자주] 심야택시 대란이다. 택시를 못잡아 호텔을 잡았는데 이제는 그 호텔마저 없다는 푸념이 나올 지경이다. 수요는 있는데 왜 공급이 따라가지 못하는 일이 벌어질까? 일상의 불편함이 바로 혁신을 만드는데, 21세기 플랫폼 시대에 모빌리티 혁신은 왜 아직도 요원할까?

지난 6월 3일 서울 중구 서울역에 택시가 정차해 있다. 2022.6.3/뉴스1 ⓒ News1 송원영 기자

(서울=뉴스1) 이정후 기자 = 최근 심야 시간 '택시 대란'으로 이용자들의 불편함이 커지면서 모빌리티 혁신이 또다시 주목받고 있다. '타다금지법' 이후 마련된 '제도'가 고령화로 인한 기사 부족 등 '현실'을 따라가지 못한다는 이유에서다.

그동안 국내 모빌리티 산업은 차량 공유 서비스인 우버를 시작으로 카풀, 렌터카 기반 콜택시 등 다양한 형태로 등장했으나 번번이 택시 업계의 반발로 좌초됐다. 택시 중심으로 모빌리티 판이 짜이면서 '공급 문제'가 해결되지 못하는 구조적 문제가 이어지고 있는 실정이다.

◇우버로 시작된 택시업계 반발…新사업 등장 때마다 이어져

국내 모빌리티 산업은 ICT·플랫폼 발전과 함께 10여년간 성장해왔지만 그 중심에는 항상 기존 택시 업계와의 갈등이 존재했다.

지난 2013년, 전 세계적인 '공유경제' 흐름과 함께 우버가 한국에 진출했다. 우버는 렌터카 기반 고급 리무진 서비스 '우버블랙'과 자가용 운전자와 승객을 연결해주는 '우버엑스'를 차례로 선보였다.

당시 우버의 등장에 택시 업계와 서울시는 강하게 반발했다. 국내 법상 택시면허권이 없는 사업자가 돈을 받고 운송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은 불법이라는 이유였다. 우버는 관련자들에 대한 고발과 기소가 잇따르자 결국 국내에서 우버엑스 서비스를 중단했다. 사실상 국내 시장에서의 '퇴출'이었다.

택시업계의 반발은 우버에게만 향하지 않았다. 2016년 카풀 서비스를 선보인 국내 스타트업 '풀러스'도 불법 논란에 휩싸이며 3년 만에 사업을 접어야 했다. 우버와 마찬가지로 택시 면허 없이 운송 사업을 펼친다는 게 반발의 이유였다.

2018년 카풀 스타트업 럭시를 인수하며 시장에 뛰어들 준비를 마쳤던 카카오모빌리티도 예외는 아니었다. 카풀에 반대하는 택시기사 2명이 잇달아 분신을 시도해 사망한 일이 벌어진 것. 분신까지 불사하는 택시업계의 반발에 카카오모빌리티는 시범 서비스를 중단했다. 이후 사회적 대타협기구를 통해 카풀 시장 합의안이 도출됐으나 택시기사들의 반발로 사업은 지속되지 못했다.

이재웅 쏘카 대표가 16일 오후 서울 강남구 성홍타워에서 열린 '타다 금지법을 금지하라' 대담에서 발언하고 있다. '타다 금지법'으로 불리는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 개정안의 국회 통과가 지연되는 가운데 이 대표는 택시업계의 주장을 반박하고 혁신산업의 진출을 막는 국회 움직임에 반발했다. 2020.1.16/뉴스1 ⓒ News1 신웅수 기자

◇모빌리티 혁신 시도 꺾어버린 '타다 금지법'…타다OUT

2019년 말, 카풀에 대한 택시 업계의 반발은 타다로 옮겨붙었다. 갈등의 이유는 앞선 모빌리티 사업들과 같았다. 렌터카 기반 기사 대여 서비스인 '타다 베이직'이 불법 유사택시 영업이라는 주장이었다.

택시업계의 대규모 반발에도 법원은 타다의 서비스가 법적으로 문제없다고 판단했다.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당시 이재웅 쏘카 대표와 박재욱 VCNC 대표는 1심에서 무죄 판결을 받았다.

타다가 모빌리티 산업의 악몽을 끊나 싶었지만 이번에는 국회가 타다를 가로막았다. 모빌리티 산업을 제도권 안으로 품는다는 명분으로 이른바 '타다 금지법'을 통과시킨 것. 택시 면허권만 인정해준 결정으로 타다는 결국 타다 베이직 서비스를 종료해야만 했다.

당시 이재웅 쏘카 대표는 타다금지법의 본회의 통과 후 대표직을 사임하며 "이제 모빌리티 혁신은 정부가 그리는 그림대로 택시 기반으로 이루는 방법밖에 없는데, 모빌리티 혁신을 택시 혁신이라고만 본 정부의 단견이 아쉽다"고 자신의 페이스북에 밝혔다.

4일 오전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판교역 앞에서 열린 카카오 모빌리티 규탄 집회에서 수도권 전국택시노조, 전국민주택시노조, 전국택시운송사업조합 조합원들이 카카오 모빌리티의 승차 공유(카풀) 서비스 도입 추진을 반대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2018.10.4/뉴스1 ⓒ News1 오장환 기자

◇택시업계 반발…카카오모빌리티도 피해 갈수 없었다

모빌리티 스타트업들이 택시 업계의 반발로 설 자리를 잃게 되자 일찍이 택시 업계와 손잡고 사업을 확장하던 카카오모빌리티의 시장 영향력은 더욱 공고해졌다. 정부가 타다를 죽였더니 '카카오 천하'가 된 것.

하지만 카카오모빌리티와 택시 업계의 관계도 카카오모빌리티의 수익화 사업을 기점으로 금이 가기 시작했다. 지난해 3월 월 9만9000원의 '프로 멤버십' 도입과 7월 '스마트호출 탄력요금제'가 발단이 됐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가맹택시인 '카카오T 블루'에 대해 콜 몰아주기 의혹까지 일었다.

대부분의 택시기사가 카카오T 플랫폼을 사용하고 있었던 만큼 카카오모빌리티에 대한 반발은 거셌다. △전국택시노동조합연맹(한국노총) △전국민주택시노동조합(민주노총) △전국개인택시운송사업조합연합회(개인택시) △전국택시운송사업조합연합회(법인택시) 등 업계를 대표하는 택시 4개 단체는 연달아 성명서를 내며 카카오모빌리티의 유료 사업 모델을 반대했다.

결국 카카오와 카카오모빌리티는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골목상권 침해 논란과 함께 규제 대상의 중심에 섰다. 자회사인 카카오모빌리티가 택시업계의 표적이 되면서 불거진 골목상권 침해 논란은 본체인 카카오를 뒤흔들 만큼 파급력이 컸다.

택시와의 갈등으로 '안티 카카오' 여론만 확산되고 정작 '돈'은 벌 수 없는 구조가 고착화되자 카카오는 카카오모빌리티 매각이라는 초강수를 두는 지경에 이르렀다. 본사인 카카오가 자회사의 모빌리티 사업을 포기한 셈이다.

타타금지법을 계기로 카카오모빌리티가 택시중심의 산업 구조에서 '독점 사업자'라는 지위를 얻게 됐지만, 결국 이 독점적 지위는 택시업계의 표적이 되는 부메랑으로 돌아왔고 결국 사모펀드에 매각될 수순에 놓여 있다.

10여년간 이어져온 해묵은 택시업계와의 갈등을 해결하지 못한다면서 한국에서 모빌리티 산업은 자본의 힘만 앞세운 '펀드' 이외에는 사업을 하겠다고 나설 수조차 없는 분야가 된 것이다. 택시 앞에 가로막힌 혁신의 피해는 택시대란으로 이동권이 침해된 국민들이 고스란히 떠안고 있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18일 오전 정부세종청사에서 '새정부 국토교통부 업무보고' 내용에 대한 사전 브리핑을 하고 있다. 2022.7.18/뉴스1 ⓒ News1 김기남 기자

◇전문가 "그동안 정부가 너무 방관했다"…尹 정부는 '혁신 의지'

결국 지난 10여년간 모빌리티 산업을 두고 펼쳐진 택시 업계와 모빌리티 업계의 갈등이 '택시 대란'이라는 부메랑으로 이용자들에게 돌아온 모양새다. 고령화·저임금 등의 이유로 택시기사 공급이 줄어드는 상황에서 이를 해결할 수 있는 신규 모빌리티 사업의 시장 진출은 번번이 가로막혔다.

신·구 갈등을 해결해야 할 정치는 속수무책이었다. 정치권은 전국구로 세력화된 조직을 갖춘 택시업계를 '표심'으로만 접근, '택시민심' 잡기에만 혈안이었다. 정부는 정치권의 눈치만 보며 소극적인 태도로 일관해왔다. 기득권을 두고 벌어지는 신·구 갈등에 적극적으로 나서 정책적으로 해결하기는커녕, 정권 눈치만 봤다는 지적이다.

유정훈 아주대 교통시스템공학부 교수는 "택시 업계 반발을 설득할 노력 없이 법만 바꿔버리는 등 그동안 정부가 너무 방관자였다"며 "지금이라도 정부가 적극적으로 개입해 택시 산업 구조를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정부가 현재 추진하는 탄력요금제와 함께 수요와 공급을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는 새로운 모빌리티 서비스도 같이 도입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윤석열 정부는 모빌리티 플랫폼 혁신에 대해 의지를 보이고 있다. 지난 20일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은 "지난 정부의 타다 사례처럼 업역 간 이해관계 때문에 나아가지 못했던 부분을 사전에 최대한 소통하되 제도 혁신이 이해관계 때문에 제약되는 상황은 돌파한다는 원칙"이라며 규제 완화를 예고하기도 했다.

leejh@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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