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 곡물 수출 협상 타결"..'식량 위기' 숨통 트일까

한 우크라이나 농부가 지난 7월 4일(현지시간) 로켓 공격의 흔적이 보이는 밭에서 수확을 하고 있다. | AP연합뉴스

우크라이나에 묶여있던 곡물을 흑해를 통해 해외로 운송할 수 있는 방법을 찾기 위해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유엔, 튀르키예(터키)가 벌인 4자 협상이 21일(현지시간) 타결된 것으로 전해졌다. 전쟁으로 멈춰있던 우크라이나의 곡물 수출이 재개되면 전 세계적 식량위기에 다소 숨통이 트일 것으로 기대된다.

튀르키예 대통령실의 이브라힘 칼린 대변인은 이날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세계 식량 안보에 매우 중요한 곡물 수출 협정식이 이스탄불에서 내일(22일) 열릴 예정”이라고 밝혔다. 4자 협상의 최종 합의문에 서명하기 위한 이번 협정식에는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과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 우크라이나, 러시아 대표단이 참석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협상 대표단은 지난 14일 이스탄불에서 회의를 열고 흑해 항로의 안전보장 조정센터 설립과 함께 곡물 수출입 항구에 대한 공동 통제 원칙에 합의한 바 있다. 대표단은 이번 주 또다시 협상을 열고 최종 합의를 위한 세부사항을 검토해왔다.

협상이 타결됐다는 투르키예의 발표가 나왔지만, 우크라이나 측은 아직 세부 협상이 끝난 게 아니라는 입장을 보였다. 세르히이 키슬리차 유엔주재 우크라이나 대사는 BBC에 협상의 모든 당사자들이 현재도 세부 협상을 진행 중이라며 “악마는 디테일에 있다”고 전했다. 항구가 있는 오데사 지역의 올렉시 혼차렌코 하원의원도 “아직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았다”라며 “우리는 러시아인을 신뢰하지 않기에 내일까지 최종 결정을 기다려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BBC는 이날 외교 관계자들을 인용해 합의안에 포함된 일부 내용을 소개했다. 합의안에는 우크라이나 오데사 항에서 곡물 운송선이 이동할 때 러시아군이 공격을 중단하는 약속이 담겼으며, 운송선이 오데사 항 기뢰 부설 해역을 오갈 수 있도록 우크라이나 함정이 항로를 인도하도록 하는 내용도 포함됐다. 튀르키예는 러시아 측이 우려하는 무기 밀반입·반출이 일어나지 않도록 수출입 선박을 검사하기로 했다.

네드 프라이스 미 국무부 대변인은 합의 소식과 관련해 “환영할 만한 진전”이라며 “(다만) 정말 중요한 것은 합의 이행이다. 우리는 러시아가 합의를 이행하도록 책임을 지게끔 파트너들과 계속 협력하겠다”고 말했다. 프라이스 대변인은 또 “우리는 애초 (항구 봉쇄로 곡물을 수출할 수 없는) 이런 상황에 있지 말았어야 했다”며 “이는 식량을 무기화하려는 러시아의 의도적인 결정이었다”고 지적했다.

국제사회는 이번 협상이 세계적인 식량 위기 해소와 관련된 만큼 최종 합의와 이행 여부를 주목하고 있다. 밀과 보리, 해바라기씨 등 주요 곡물들의 수출국이었던 우크라이나는 러시아의 침공 이후 흑해가 봉쇄돼 2000만t이 넘는 곡물의 수출길이 막힌 상태다. 이에 아프리카와 중동 등 주요 수입국을 비롯해 세계적으로 식량난이 고조됐다.

박용하 기자 yong14h@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