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플레 기고문 틀렸다" 노벨상 경제학자가 일간지에 낸 반성문

폴 크루그먼 뉴욕시립대 교수가 20일(현지시간) 쓴 오피니언 기사 | 뉴욕타임스 홈페이지 캡처

노벨 경제학상을 받은 세계적인 경제학자 폴 크루그먼 뉴욕시립대 교수가 일간지에 기고문을 내고 경기 부양책이 인플레이션(물가상승)에 미치는 영향이 적을 것이라던 자신의 주장이 틀렸다는 점을 공개적으로 인정했다.

크루그먼 교수는 20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에 ‘인플레이션에 대해 나는 틀렸다’라는 제목의 칼럼을 기고했다.

크루그먼 교수는 이 글에서 조 바이든 대통령이 지난해 초 취임 직후 코로나19 대책으로 마련한 1조9000억달러(약 2498조원) 규모의 부양책과 관련한 자신의 예측이 틀렸음을 인정했다. 당시 크루그먼 교수는 엄청난 액수의 부양책이 실시돼도 미국에서 물가에 미치는 영향을 비교적 적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미국인들은 정부로부터 지원금을 받더라도 곧바로 쓰는 것보다는 저축을 선택할 가능성이 높고, 지방 정부에 대한 지원금은 수년간에 걸쳐 점진적으로 사용될 것이라는 이유에서였다.

또 크루그먼 교수는 국내총생산(GDP)과 고용시장이 일시적으로 과열되더라도 물가가 급격하게 올라가진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과거 사례들에 비춰본다면 고용과 물가의 상관관계는 크지 않다는 것이다.

하지만 크루그먼 교수의 예측과는 달리 미국은 40여 년 만에 가장 가파른 인플레이션을 기록했다. 이와 관련해 그는 “2008년 글로벌 경제 위기 때 과거 경제모델이 들어맞았기 때문에 작년에도 과거 경제모델을 적용했다”며 “그러나 지금 생각해보면 코로나19가 세상을 변화시켰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안전한 예측은 아니었다”고 후회했다.

그는 코로나19와 우크라이나 전쟁 등이 글로벌 공급망을 흔들었고 이민자의 감소와 조기퇴직 등으로 인한 노동의 감소가 경제의 생산까지 줄였다고 지적했다. 또 코로나19가 가계의 소비패턴을 변화시켰다고 설명했다. 코로나19 감염에 대한 우려 탓에 서비스에 대한 지출을 줄이고 상품 구매를 늘렸다는 것이다.

이 같은 변화가 당초 예상했던 것보다 더 큰 폭으로 물가를 자극했다는 것이 크루그먼 교수의 분석이다. 그는 과거 사례에 비해 지난해 경기가 훨씬 과열됐다는 점도 기존 모델의 정확도를 떨어뜨리는 원인일 수 있다고 덧붙였다.

국제 경제가 전공 분야인 크루그먼 교수는 지난 2008년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했다.

박용하 기자 yong14h@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