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전한 아베의 영향력..일본 '나홀로 금융완화' 유지 [정영효의 일본산업 분석]

정영효 2022. 7. 22. 07: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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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또 나홀로 돈풀기.."물가 급등은 일시적"
세계는 다 올리는데, 日만 마이너스 금리
인플레·엔저에도 금융완화 고수
"내년 물가 1%대로 안정될 전망"
닛케이 "아베 추모 속 정책선회 부담"
'나홀로 금융완화' 대가도 적지 않아
재정적자 최대·실질실효환율 최저
구로다 하루히코 일본은행 총재(사진 왼쪽)과 아베 신조 전 일본 총리. (자료 : 마이니치신문)

일본이 2013년 시작한 대규모 금융완화 정책을 그대로 유지하기로 했다. 물가를 잡기 위해 통화 긴축을 서두르는 주요국 중앙은행들과 대조적인 행보다. 에너지 가격 급등과 엔화 가치 하락에 따른 현재의 인플레이션을 일시적인 현상으로 봤기 때문이란 분석이다.

아베노믹스를 주도한 아베 신조 전 총리의 갑작스러운 죽음도 ‘나홀로 금융완화’ 정책을 지속하는 데 영향을 미친 것으로 해석된다

물가, 내년에는 꺾인다

일본은행은 “세계적인 인플레이션 및 공급망 정체와 같은 경제적 불확실성이 높기 때문에 금융완화 정책을 고수한다”고 설명했다. 

또 올해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 예상치를 기존 1.9%에서 2.3%로 상향 조정했다. 에너지 가격 상승과 엔화 약세로 인한 물가상승 흐름을 반영한 조정으로 해석된다.

일본의 물가는 지난 4월 7년1개월만에 처음 2%를 넘어선 이래 두 달 연속 일본은행의 관리 목표치인 2%를 웃돌고 있다. 일본은행은 다른 나라 중앙은행과 마찬가지로 물가관리 목표치를 2%로 정하고 있다.   

일본은행은 올해 실질 국내총생산(GDP)이 2.4% 증가할 것으로 예상했다. 4월까지 전망한 2.9% 성장에서 수정했다.

물가상승률이 관리 목표치를 웃도는데도 금융완화를 고수한 것은 내년부터 물가 오름세가 꺾일 것으로 봤기 때문이다. 일본은행은 내년 물가상승률을 1.4%, 2024년은 1.3%로 예상했다. 현재의 인플레는 수요 증가에 따른 물가 상승이 아니라 에너지 및 원자재값 급등과 엔화 약세로 인한 비용 상승 인플레여서 지속성이 없을 것으로 내다봤다.

일본은행은 “임금 인상률이 물가 상승률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금융완화 정책을 종료하면) 경기 회복세에 찬물을 끼얹을 우려가 있다”고 설명했다.

아베 전 총리가 지난 8일 선거 유세 중 총격을 받아 숨진 사건도 대규모 금융완화를 유지하는 데 영향을 미쳤다고 니혼게이자이신문은 분석했다. 아베 전 총리에 대한 추모 분위기가 이어지는 상황에서 기시다 후미오 총리 정권이 아베노믹스의 한 축인 대규모 금융완화와 거리를 두기 어렵다는 것이다. 일본은행 역시 아베노믹스와 결별을 모색할 단계가 아니라고 이 신문은 진단했다.

코로나19가 급격히 재확산하는 것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전날 일본에서는 15만2536명의 코로나19 신규 확진자가 발생했다. 16일의 11만662명을 훌쩍 뛰어넘은 최고치다. 일본 정부는 긴급사태와 같은 행동제한 조치를 취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나홀로 완화’ 대가도 적지 않아

일본은행이 주요국 중앙은행 가운데 유일하게 금융완화 정책을 이어가는 대가는 만만치 않다.

일본 재무성은 이날 2022년 1~6월 무역수지가 7조9241억엔(약 74조9572억원) 적자를 나타냈다고 발표했다. 통계 비교가 가능한 1979년 이후 사상 최대치다. 국제 원자재 가격 급등과 엔화 약세의 영향으로 수입이 사상 최대치인 53조8619억엔으로 불어났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7.9% 증가했다.

올 상반기 일본의 원유와 액화천연가스(LNG) 수입은 지난해보다 두 배 늘었다. 석탄은 세 배 이상 증가했다. 철강과 전자부품을 중심으로 수출도 사상 최대치인 45조9378억엔을 기록했지만 수입 증가폭이 훨씬 더 컸다.

6월 무역수지 역시 1조3838억엔 적자로 6월 기준 사상 최대 규모였다. 일본의 무역수지는 작년 8월 이후 11개월 연속 적자를 이어가고 있다.

주요국 통화에 대한 엔화 가치를 나타내는 실질실효환율은 또다시 최저치를 기록했다. 국제결제은행(BIS)은 6월 엔화의 실질실효환율이 59.16으로 통계 비교가 가능한 1994년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고 20일 발표했다. 

실질실효환율은 BIS가 세계 60개국 통화에 대해 상대국 간 환율과 무역 거래량, 물가 차이 등을 종합적으로 반영해 산출한 가치다. 2010년을 100으로 보고, 이보다 낮으면 해당 통화의 구매력이 떨어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지난달 달러 대비 엔화 가치가 137엔으로 24년 만의 최저치를 기록하자 실질실효환율도 하락했다는 분석이다. 6월 실질실효환율은 1995년 4월(150.85)보다 60%가량 떨어졌다.

일본은행 이사 출신인 마에다 에이지 지바긴종합연구소 사장은 “달러당 엔화 가치가 145엔으로 떨어지고 물가가 3%까지 오르지 않는 한 일본은행은 통화완화 정책을 바꾸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도쿄=정영효 특파원 hug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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