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아이 등하교, 구청이 맡아준대~ 도착하면 '카톡 인증'
안전지도사 86명..저학년 800여명 인솔
17개 초등 41개 노선, 학부모 카톡방 '인증 사진' 안심
지도사 일자리도 창출..서울 25개구로 확대 시행중
“가자, 얘들아!”
지난 19일 아침 8시45분, 서울 성동구의 한 아파트단지 쉼터 앞에서 이현주 교통안전지도사(이하 ‘지도사’)가 아이들 이름이 적힌 쪽지에 마지막 동그라미를 그리며 이렇게 말했다. 이 지도사의 말이 떨어지자 행당초등학교 1·2학년생 13명은 발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성동구가 지도사로 채용한 이현주씨는 날마다 행당초 저학년 등하교를 도보로 인솔하는 ‘워킹 스쿨버스’를 이끈다. 워킹 스쿨버스는 이곳뿐만 아니라 모두 5곳에서 출발한다. 출발 시각은 아침 8시20분, 8시35분, 8시45분 세 차례다. 인솔 지도사는 이씨 말고 3명이 더 있다.
선생님은 뛰지도 못하게 하고, 킥보드도 못 타게 해요!
단지 밖으로 나와 오르막 도로 갓길을 걸었다. 초등학교 2학년 두명은 줄 맨 뒤에서 쉼 없이 재잘거렸다. ‘지도사 선생님이랑 학교 가는 건 어떠냐’고 묻자 강아무개군의 짓궂은 답변이 돌아왔다. “선생님은 뛰지도 못하게 하고 킥보드도 못 타게 해서 싫어요.” 옆에 있던 이 지도사가 활짝 웃으며 강군에게 말했다. “뛰어가거나 차도로 걷는 건 위험해요.”
출발 10분 만에 아이들은 모두 학교에 도착했다. 이 지도사는 아이 명단이 적힌 쪽지를 사진 찍어 학부모들이 모여 있는 카카오톡 단체채팅방에 보냈다. 이 지도사는 “등교한 아이들 이름을 학부모들에게 이렇게 확인해준다”며 “학부모들도 각자 등하교 계획이 바뀌면 채팅방에 알린다”고 말했다.
성동구는 2012년에 워킹 스쿨버스 사업을 시작했다. 처음엔 지도사 4명이 초등학교 2곳의 저학년생 하교를 돕는 수준이었다. 2014년엔 등교까지, 2017년엔 초등학교 3학년까지 지원 범위와 대상이 점차 넓어졌다. 지난해 겨울부턴 방학 기간 돌봄 교실 등하교도 인솔한다.
현재 성동구 초등학교 17곳을 오가는 워킹 스쿨버스 노선은 모두 41개에 이른다. 대부분 집과 학교를 왕복하지만, 하교 때 ‘아이꿈누리터’(초등학생 방과 후 돌봄시설)나 학원을 들르는 노선도 있다. 지도사는 86명으로, 워킹 스쿨버스를 이용하는 학생도 850명까지 늘었다. 성동구 전체 초등학교 저학년 6명 중 1명꼴로 이 서비스를 이용한다.
워킹 스쿨버스 사업은 학부모에겐 시간을, 지역 주민에겐 일자리를 준다. 워킹 스쿨버스를 이용하는 행당초 2학년 학부모 권아무개씨는 “아침엔 10분도 크다. 아이 등하교를 대신 챙겨줘서 정말 편하다”며 “채팅방에 등교 확인 알림 문자도 올려주니 안심하고 보내고 있다”고 말했다. 같은 학교 동급생 학부모 강아무개씨는 “출근 시간이 오후 2시라 아이 하교 시간은 매번 마음이 급하다. 워킹 스쿨버스 덕택에 아이 데려오는 데 드는 시간을 25분 정도 절약할 수 있다. 아이들이 같이 등하교 하면서 친구를 사귈 수 있는 점도 좋다”고 말했다.
2018년부터 5년째 워킹 스쿨버스를 인솔하고 있는 이 지도사는 “아이들 키우고 살림하면서 풀타임 일자리를 구하는 건 상상하기 어렵다”며 “이 일은 정해진 시간에 하루 3시간 일하고 급여를 받을 수 있어 좋다. 처음 입학한 1학년 아이들 이름과 얼굴 외우는 것 말고는 특별히 어려운 점도 없다”고 말했다.
지도사들은 서울형 생활임금 시급(올해 기준 1만766원) 기준으로 임금을 받는다. 하루 3시간(등교 1시간, 하교 2시간), 한달간 20일 일하면 급여는 약 65만원이다. 고용 계약은 해마다 갱신된다. 올해 성동구의 워킹 스쿨버스 사업 예산은 총 4억500만원(서울시 지원 1억5596만여원 포함)이다. 워킹 스쿨버스 사업은 성동구뿐 아니라 서울시 25개 전체 자치구에서 시행 중이다.
오후 1시, 지도사 8명이 행당초 정문에 모였다. 각자 맡은 아이들을 데리고 5개 노선으로 흩어졌다. 이 지도사를 아이 5명이 뒤따랐다. “하교할 땐 학원 차량을 이용하는 아이들이 많아 인원이 적다”고 이 지도사는 말했다. 아이들은 건널목(횡단보도) 3개와 도로 갓길을 지나 아파트단지로 들어갔다.
글·사진 김선식 기자 ks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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