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반도체 생산거점 美에 두나.."250조원 초대형 투자"(종합)

미 텍사스주 오스틴 지역 매체들 보도
"텍사스에 반도체 생산공장 11개 신설"
"250조원 투자"..반도체 거점 삼을듯
의회 반도체법 논의 중이어서 더 주목
텍사스주 환영 성명.."대형 투자 감사"

[뉴욕=이데일리 김정남 특파원] 삼성전자가 향후 20년간 250조원 이상을 투자해 미국에 반도체 생산거점을 만들 것으로 알려졌다. 텍사스주에 반도체 공장 11개를 새로 만드는 초대형 계획이다. 미국이 국가 차원에서 반도체 지원에 발벗고 나선 와중에 나온 것이어서 더 주목된다.

미국 내 첫 번째 삼성전자 파운드리 공장인 삼성 오스틴 공장. (사진= 삼성전자 제공)

“텍사스에 반도체공장 11개 신설”

21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 오스틴 비즈니스저널 등에 따르면 삼성전자(005930)는 텍사스주에 제출한 세제 혜택 신청서를 통해 텍사스주 테일러에 9개, 오스틴에 2개의 반도체 생산공장을 각각 신설하는 방안을 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투자 건은 텍사스주 감사관실이 최근 삼성전자의 제출 서류를 공개하면서 수면 위로 드러났다.

삼성전자는 신청서를 통해 테일러에 공장을 9개 새로 만드는데 1676억달러를, 오스틴에 공장을 2곳 추가하는데 245억달러를 각각 투자하겠다는 뜻을 밝혔다고 오스틴 지역 매체들은 전했다. 둘을 합쳐 1921억달러(약 252조원)에 이르는 천문학적인 규모다. 이 중 일부는 2034년께 가동을 시작하고 나머지는 그 이후 10년에 걸쳐 생산에 나서는 식이다. 이를 통해 1만개 이상의 고용을 창출하겠다는 게 삼성전자의 복안이다.

삼성전자는 현재 오스틴에 반도체 공장을 2개 가동하고 있고, 근래 투자 결정을 통해 테일러에 170억달러를 들여 파운드리 공장을 짓고 있다. 여기에 생산공장을 11개 더 짓는다는 것은 사실상 미국을 반도체 사업의 중심으로 삼겠다는 의지로 읽힌다.

텍사스주는 챕터 313 세금 프로그램을 통해 일자리를 많이 만드는 기업에 10년간 재산세 감면 혜택을 제공한다. 그런데 이 조항을 올해 말로 끝난다. 삼성전자는 세제 혜택 만료를 앞두고 이같은 초대형 계획안을 낸 것이다. 이외에 미국 텍사스인스트루먼트, 네덜란드 NXP 등도 신청서를 제출했다.

삼성전자가 신청서를 냈다고 해서 투자가 확정된 것은 아니다. 회사 관계자는 WSJ에 “현재로서는 신청서에 나온 새 공장들을 추진하기 위한 구체적인 계획을 갖고 있지 않다”고 밝혔다. 다만 미국을 생산거점으로 삼으려는 중장기 계획을 엿볼 수 있는 단서라는 평가가 나온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신청서에 있는 투자 제안은 미국 사업 확장의 실행 가능성을 평가하기 위한 장기 계획 절차를 반영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미 의회 차원서 반도체 파격 지원

특히 미국 의회가 자국 내 반도체 산업 육성을 위한 파격 지원 법안을 처리하기 직전이어서 더 이목이 집중된다. 이 법안은 미국 반도체 산업에 520억달러 규모의 보조금과 인센티브 등을 제공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민주당과 공화당이 이견에 거의 없는 사안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워싱턴 정가에서는 인텔 같은 미국 업체 외에 삼성전자, TSMC 등이 가장 큰 수혜를 입을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블룸버그는 “반도체 제조업이 (한국, 대만 등) 북아시아에 집중되면서 공급망 차질과 중국의 세력 확장을 우려가는 미국 정치권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고 전했다.

그레그 애벗 텍사스주지사는 곧바로 성명을 내고 환영하고 나섰다. 애벗 주지사는 “(삼성전자가 계획하고 있는) 새 공장들은 텍사스가 반도체 산업에서 선두주자 자리를 공고히 할 수 있게 할 것”이라며 “삼성에 감사한다”고 말했다.

브라이언 디스 백악관 국가경제회의(NEC) 위원장은 성명을 통해 “삼성전자의 잠재적인 투자 계획은 미국의 산업전략이 효과가 있다는 점을 입증하고 있다”며 “이는 미국의 경제와 안보를 강화할 것”이라고 말했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김정남 (jungkim@edail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