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소득세·법인세·종부세 등 대대적 개편 [한강로 경제브리핑]

박현준 2022. 7. 22. 0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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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서민·중산층 세 부담 완화를 위해 15년 만에 소득세 과세표준 구간을 상향 조정한다. 이에 따라 중산층 직장인의 세 부담이 최대 연 80만원가량 줄어들게 된다. 법인세는 현행 ‘4단계 구간·25% 최고세율’에서 ‘3단계·최고세율 22%’로 완화된다. 전 정부에서 강화된 종합부동산세도 대폭 완화된다. 종부세 산출 시 적용하던 다주택자 중과 제도를 폐지하고 가액 기준 과세로 전환한다.

윤석열정부의 첫 번째 세제개편안은 대규모 감세를 통한 민간 활력 지원으로 꾸려졌다. 주요 세목 전반에 걸친 감세로 5년간 13조원이 넘는 세수 감소가 예상된다. 이명박정부 첫해인 2008년 이후 14년 만에 가장 큰 규모의 감세다. 정부는 21일 세제발전심의회를 열어 2022년 세제개편안을 확정했다.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 18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2022년 세제개편안' 상세브리핑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연합뉴스
추경호 부총리는 “정부는 당면한 복합 경제위기 돌파를 위해 민생 안정과 경제 활력 회복에 정책 역량을 집중하고 있으며, 조세제도 측면에서도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 과감한 개선을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정부는 중산층의 세 부담 완화 일환으로 소득 하위 2개 과세표준 구간을 상향 조정한다. 현행 세율 6%가 적용되던 연소득 1200만원 이하 구간을 1400만원으로, 15% 세율이 적용되던 1200만원 초과 4600만원 이하 구간을 1400만원 초과 5000만원 이하로 상향한다. 24% 세율이 적용되던 4600만원 초과 8800만원 이하 구간은 5000만원 초과 8800만원 이하로 조정된다. 이에 따라 1인당 최대 연간 54만원의 세 부담이 경감될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식대 비과세 한도 확대(10만원→20만원) 등의 세법개정안을 두루 반영하면 세 부담은 최대 83만원가량 경감된다.

기업경쟁력 제고를 위해 법인세 세율 및 과세표준 구간도 조정된다. 법인세 최고세율은 현행 25%에서 22%로 3%포인트 낮아지고, 과세표준 구간은 4단계에서 2∼3단계로 단순화한다. 매출액 200억원을 기준으로 이하 법인은 20%, 초과 법인은 22%의 법인세율을 적용받는다. 단, 과세표준 5억원까지 10% 특례세율을 적용해 중소·중견 기업의 세 부담을 완화한다. 

종부세도 문재인정부 이전 수준으로 돌아간다. 세 부담 적정화와 부동산 세제 정상화를 위해 주택 수에 따른 차등과세가 가액 기준 과세로 전환되고, 세율도 조정된다. 세 부담 상한도 현행 일반 150%·다주택 300%에서 구분 없이 150%로 단일화한다. 
지난 20일 서울 송파구의 한 부동산중개업소에 각종 세금관련 상담 안내문이 붙여있다. 뉴스1
재계는 “민간의 세 부담을 경감해 기업과 가계의 경제 활력을 제고할 것”(전국경제인연합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과 고물가·고금리 등 고비용 경제구조로 고통받는 중소기업의 부담이 완화될 것”(중소기업중앙회)이라며 환영했다.

하지만 더불어민주당은 법인세 인하와 주식양도소득세 비과세 조정, 종부세 개정 등에 반대하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민주당 김성환 정책위의장은 이날 기자간담회를 열고 “세제개편안 핵심은 대기업과 부자들의 세금을 줄여 주겠다는 얘기인데 그 근거가 매우 취약하다”며 “부자감세는 철회하고 서민들의 경제적 어려움을 지원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기획재정위원회에서 타당한 부분은 지원하고 잘못된 부분은 조정해서 입법에 임하겠다”고 밝혔다. 여소야대 국면을 감안하면 관련 입법 작업이 쉽지 않을 전망이다. 김우철 서울시립대 세무학과 교수는 “개정의 폭은 넓은데 두께는 얇은 형태로 완성도가 떨어진다”며 “예를 들어 소득세의 경우 15년 만에 바꾼 것치고는 너무 소폭이고, 체계적이지 않아 서민들이 체감되는 수준은 아닐 것”이라고 말했다. 

◆총급여 5000만원 직장인 소득세 170만원→ 152만원으로

21일 기획재정부가 발표한 소득세 과표 구간 조정안에 따르면, 총급여 7800만원(과표 5000만원)을 받는 직장인 A씨의 경우 현재 530만원의 소득세를 내지만 소득세 개편안 국회 통과 시 부담 세액은 476만원으로 54만원(5.9%) 줄어든다. 총급여 5000만원(〃 2650만원)일 경우에는 170만원에서 152만원으로, 3000만원(〃 1400만원)인 경우엔 30만원에서 22만원으로 세액이 감소한다. 이는 급여별 평균 과표 및 세액을 바탕으로 산출한 것으로, 실제 세액은 부양가족 수나 소득·세액공제 수준에 따라 다를 수 있다.

근로소득자들의 식대 비과세 한도는 현행 월 10만원에서 20만원으로 상향된다. 식대 비과세 한도는 2003년 법 개정 이후 19년째 동결된 상태다.
서울 시내의 한 편의점에서 한 직장인이 간편도시락을 사고 있다. 뉴스1
식대 비과세 한도 확대로 총급여 6000만원 직장인의 세 부담은 약 18만원(평균적인 소득·세액공제 적용 가정), 8000만원 직장인의 세 부담은 29만원 정도 낮추는 효과를 낼 것으로 관측된다. 총급여 8000만원인 경우, 소득세 과표 구간 조정으로 54만원, 식대 비과세 한도 조정으로 29만원 등 총 83만원의 세 부담이 감소하게 된다.

다만 정부는 총급여 1억2000만원 초과자에 대한 근로소득세액 공제한도는 현행 50만원에서 30만원으로 축소하기로 했다. 소득세는 누진세율 구조로, 하위 과표 구간을 조정하는 경우 고소득자까지 소득세 감세 혜택이 돌아가기 때문이다.

◆영화관람료·대중교통비 비용 부담 경감도 포함

민생 안정 차원에서 신용카드와 현금영수증·직불형카드 등 사용금액 소득공제 지원도 강화된다. 정부는 신용카드 등 사용금액에 대한 소득공제 적용기한을 3년 연장하고, 복잡했던 추가공제 항목(전통시장, 대중교통, 도서·공연 등)별 한도를 통합한다는 방침이다. 개정안에선 총급여 7000만원 이하는 신용카드 등 사용금액에 대한 기본공제 한도를 300만원으로, 7000만원 초과는 250만원으로 단순화했다.

아울러 추가공제 항목 중 도서·공연 등 사용분(총급여 7000만원 이하만 적용) 대상에 ‘영화관람료’를 추가하고, 올해 하반기 대중교통 사용분 소득공제율은 80%로 높이기로 했다. 

각각 100만원 한도로 적용됐던 추가공제 항목을 통합함으로써, 항목별 사용금액 수준에 따라 현재보다 공제금액이 늘어날 수 있다. 예를 들어 총급여 7000만원 근로자의 공제대상 금액이 전통시장 130만원, 대중교통 50만원, 도서·공연비 120만원인 경우, 현행 250만원 공제에서 개정 후 300만원 공제로 늘어난다. 단, 총급여가 7000만원을 넘는 근로자는 도서·공연 등 문화비 공제를 받지 못하므로 통합 공제한도가 200만원이다.

주거비 부담 완화를 위해선 무주택 세대주가 부담하는 월세액에 대한 세액 공제율을 최대 12%에서 15%까지(총급여 5500만원 이하)로 상향하고, 주택임차자금 원리금 상환액 소득공제 한도는 연 300만원에서 400만원으로 올린다.
◆근로·자녀장려금 재산 요건 2억4000만원 미만으로 상향

근로·자녀장려금 대상 재산요건 완화 등도 추진된다. 현행 2억원 미만인 재산요건은 2억4000만원으로 상향하고, 근로장려금 최대 지급액은 단독가구의 경우 현행 150만원에서 165만원으로, 홑벌이 가구는 260만원에서 285만원으로 인상된다. 맞벌이 가구의 최대 지급액은 330만원으로 현행(300만원)보다 30만원 오른다. 자녀장려금 최대 지급액은 자녀 1명당 70만원에서 80만원으로 오른다.

◆2021 국민대차대조표 지난해 국민순자산 11.4%↑

국부(國富)를 의미하는 우리나라 국민순자산이 지난해 말 기준 2경원에 근접한 것으로 나타났다. 부동산 가격이 크게 오른 영향으로, 전년 대비 증가율(11.4%)은 2007년 이후 14년 만에 가장 높았다. 가구당 순자산은 1년 새 4000만원 넘게 불어났다.

한국은행과 통계청이 21일 발표한 ‘2021년 국민대차대조표(잠정)’에 따르면 국민순자산은 지난해 말 기준 1경9808조8000억원으로 집계됐다. 국민대차대조표는 매년 말을 기준으로 가계·기업·정부 등 각 경제 주체들이 보유한 국내외 자산 규모를 나타내는 일종의 국부 통계다.

전체 경제 주체의 순자산을 모두 더한 국민순자산은 통상 해마다 계속 늘어나기에 이번에도 역대 최대 규모를 기록했다. 2020년 말보다 2029조9000억원(11.4%) 불어나 전년 대비 증가율은 2007년(13.3%) 이후 14년 만에 최고다. 지난해 국민순자산 규모는 명목 국내총생산(GDP)의 9.6배 수준으로, 2020년(9.2배)보다 배율이 높아졌다. 이는 국부의 크기가 어느 정도인지 가늠하기 위한 비교로, 총생산만으로 전체 자산을 따라잡으려면 10년 가까이 소요된다는 의미다.
국민순자산이 큰 폭으로 증가한 것은 지난해 건물과 토지자산을 중심으로 비금융자산의 상승세가 가팔랐기 때문이다. 지난해 비금융자산 가격은 전년 대비 8.2% 올라 2007년(10.2%) 이후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한은 관계자는 “거래요인에 따른 증가분은 317조원으로 전년(305조원)보다 소폭 늘었지만, 자산가격 변동 등 거래 외 요인으로 인한 증가분이 1713조원으로 크게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새로 부동산 등을 많이 사들였다기보다는 거래 없이 부동산 등의 자산 가치(가격)가 높아져 국민순자산이 불었다는 뜻이다.

비금융자산에서 부동산(토지+건물)이 차지하는 비중도 지속해서 확대돼 지난해 77.5%를 기록했다. 전체 국부 가운데 부동산이 차지하는 비중도 74.4%에 달했다. 지난해 말 토지자산의 GDP 대비 배율은 5.2배로, 전년(5.0배)보다 높아졌다. 지난해 GDP(명목 기준)는 6.7% 늘어난 데 비해 토지자산은 10.0%나 늘었기 때문이다.

주식과 현금 등을 포함한 금융자산을 살펴보면, 금융자산은 지분증권 및 투자펀드(645조원), 현금·예금(434조원)을 중심으로 9.8% 증가했다. 특히 순금융자산(금융자산-금융부채)이 1년 새 47.5%(252조원) 증가한 782조원으로 큰 폭 늘었다. 이는 해외 주식 투자 열풍과 맞물려 미국·유럽 등 해외 증시가 크게 뛰었기 때문이다. 부동산과 주식 등 자산가격이 불면서 가구당 순자산은 전년 대비 8% 늘었다. 지난해 말 기준 가구당 순자산은 5억4476만원으로 추정되면서 2020년 말(5억451만원)보다 4025만원 증가했다. 국민대차대조표 통계에서는 가계 부문만을 따로 추계하지 않기 때문에 가구당 순자산액 추정액은 ‘가계 및 비영리단체’ 전체 순자산을 추계 가구 수로 나눈 값이다.

박현준 기자 hjunpar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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