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꼬마빌딩' 사려는 퇴직자, 전문가가 뜯어말리는 이유 [왕개미연구소]

이경은 기자 2022. 7. 22.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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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돈부탁해 2
사업하다가 3년 전에 은퇴한 60세 남성입니다. 자녀는 둘인데, 딸(전문직)은 독립했고 군대에 있는 아들이 내년에 일본 유학 예정입니다. 월 고정 지출은 약 500만원인데, 고정 수익원이 없다 보니 보유 주식을 손절해서 충당하고 있습니다. 내년에 아들이 유학을 떠나면 월 평균 1000만원은 필요한데, 어떻게 감당해야 할지 고민입니다. 주변에선 꼬마빌딩 매수를 추천하는데, 금리 인상 등 시장 상황이 썩 좋아 보이지 않아 결정을 주저하고 있습니다. (상당한 자산이 있지만 고민이 있는 이모씨)

월급이 사라지는 노년기에 소득 공백과 자녀 교육비 부담이 한꺼번에 몰아닥치면 굉장히 마음이 무거워지죠. 상담자분은 내년 아드님의 일본 유학을 앞두고 가계 재무 상황을 재점검하고 있습니다. 3년 후에 국민연금을 월 200만원씩 받기 시작하면 숨통이 트일 것 같은데, 그때까지 어떻게든 버텨야겠네요. 아파트를 담보로 꼬마빌딩에 투자해 월세를 500만원씩 받는 방법을 고민 중인데, 왕개미연구소 [내돈부탁해]팀의 자문단 의견은 어떨까요?

60대 은퇴자 이씨의 고민에 대한 민경남 대표의 솔루션./그래픽=정다운 조선디자인랩 기자

◇민경남 케이엔프로퍼티즈 대표(필명 시네케라) ”싼 곳으로 이사해 여윳돈 확보”

손익계산서에 현금 흐름이 전혀 보이지 않는다. 이대로 가다간 ‘노후 파산’ 위기에 직면할 수 있다. 어느 정도 자산을 보유하고 있지만 돈이 흐르지 않아 그야말로 ‘돈맥경화’ 상태다.

노동 소득은 없으면서 고정 월 생활비와 자녀 유학비가 너무 많다. 솔직히 지금 큰 수익형 부동산을 취득해도, 현금 흐름을 플러스로 만드는 건 불가능하다. 자녀 유학 때문이다. 상담자 이모씨는 당장 일을 시작해야 한다.

물론 일을 시작하는 게 쉽지는 않다. 작은 기업에 임원으로 재취업할 경우, ‘지분 투자’를 조건으로 내거는 회사들이 있다. 이 경우 회사가 어려워지면 투자금을 다 날릴 수 있으니 주의해야 한다. 취업에 따른 노동 소득을 기대하기 어렵다면, 지금 사는 집을 전세나 월세를 주고 저렴한 곳으로 전월세 드는 방안을 추천하고 싶다.

꼬마빌딩을 매수하려면, 보유 아파트에 대해 레버리지(대출)를 사용할 수 밖에 없다. 앞으로 대출 금리가 더 오를 수 있는 데다 나이도 60대 이상인 만큼, 공격적인 빚투(빚내서 투자)는 추천하지 않는다. 자기자본 비율을 30%까지 떨어뜨리는 식의 무리한 대출은 피해야 한다. 수익형 부동산을 꼭 사고 싶다면, 대출 이자보다 최소 1.5%포인트 높은 수익률이 나오는 상가 2곳이 좋을 것 같다.

또 한 가지, 보험이 걸린다. 총 자산의 11%가 보험이다. 현재 현금 흐름이 막힌 상황에서 평생 유지하는 것이 맞는지, 아니면 지금이라도 해약해서 현금을 확보하는 건 어떨지 꼼꼼하게 따져봐야 한다.

‘주식을 손절해서 생활비를 충당하고 있다’고 하는데, 생활비까지 털어 주식 투자를 하는 것은 곤란하다. 투자의 순서는 자금 성격부터 먼저 파악하고 그 다음 투자 대상을 찾아야 한다. 금융계좌 내의 주식과 현금 비중을 적절하게 조절해야 한다.

◇NH투자증권 김종설 강북센터장+양희석 부동산전문위원 “무리한 대출 끼면 역마진 우려”

은퇴자들 사이에서 인기있는 꼬마빌딩은 5층 전후, 50억 이내의 건물을 말한다.

상담자분은 보유 주택을 담보로 대출을 받은 다음, 월세가 나오는 꼬마빌딩에 투자하는 것을 고려하고 있다. 세금이나 건물 유지·관리에 들어가는 비용은 고려하지 않고 단순 가정하는 경우, 수익률 4%에 월세 500만원이 나오는 부동산 규모는 약 15억, 수익률 3%를 가정한다면 20억 정도다.

그런데 매입을 고민하기 전에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이 있다. 보유주택을 담보로 시중은행 대출은 가능한지, 가능하다면 어느 정도의 금액이 나오는지 알아보는 것이다.

현재 대다수 시중은행에서 보유 주택을 담보로 받을 수 있는 대출은 생활안정자금이나 전세자금 반환용으로만 가능한 상황이다. 1금융권에서 담보 대출을 받아 수익형 부동산을 매입하는 것은 쉽지 않다.

/그래픽=이민경 조선디자인랩 기자

꼬마빌딩은 아파트나 오피스텔 같은 규격화된 부동산과는 달라서 이것저것 따질 게 많다. 부실하게 선택하면 건물주 로망이 끔찍한 악몽으로 바뀐다. 3가지를 꼭 체크하시라.

첫 번째는 대출 금리. 최근 한국은행은 기준금리를 한꺼번에 0.5%포인트 인상하는 ‘빅스텝’을 단행했다. 한국 금융시장 역사상 처음이다. 현재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4%대 후반에서 5%대 초반에 형성돼 있는데 대출을 많이 활용해서 비싼 가격에 매수하게 되면 역마진이 커진다. 추후 금리 인상까지 고려하면, 퇴직 후 이렇다 할 소득은 없는데 자녀 유학비까지 감당해야 하는 상담자분은 하우스푸어를 면치 못할 수 있다.

두 번째는 수익률이다. 꼬마빌딩을 비롯한 수익형 부동산은 최근 수년간 호황기를 거쳤다. 그 동안 매매 가격이 상승하면서 수익률은 떨어지고 있다. 서울 기준 거래가 활발한 지역의 A급 꼬마빌딩 수익률은 2~3%, 수도권에서도 4%를 넘는 물건을 찾기 어렵다.

이렇게 수익률이 낮은데, 담보대출로 건물을 사는 건 시기적으로 좋지 않아 보인다. 금리가 안정될 때까지 기다리거나, 최대한 현금을 많이 확보한 후에 매입해야 한다.

마지막은 주택수. 꼬마빌딩을 보면 주변 대비 수익률이 높게 나오는 물건이 있다. 다가구 주택이거나 상층부에 주택 용도로 임대를 주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런 건물을 매입하면 다주택자가 된다. 세금 부담이 커지는 것이다. 매수 결정 전에, 세금 문제부터 꼼꼼히 검토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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