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cal Mania | 세운상가 공중보행데크, 복합의 美 '미완성 거리'
세운상가는 1968년에 완공한 당시 최신 건물이었다. 당시 최고 건축가로 공간이라는 건축 스튜디오로 운영했던 건축사 김수근이 설계했다. ‘세계의 기운이 모이는 곳’이라는 뜻으로 세운이라 지었다. 1층에서 4층까지는 상가, 5층에는 엘리베이터가 설치된 아파트가 있었다. 이 세운상가는 남북으로 길게 청계, 대림, 삼풍, 신성, 진양상가로 이어진다.

시간이 흐르면서 서울 남북축에 자리잡은 상가는 도시 개발의 장애가 된다. 해서 박원순 전 서울시장은 이 일대 건물 7개를 연결하는 공중보행로 설치를 결정한다. 의미는 기존 커뮤니티를 존중하고 이곳의 역사와 문화 환경을 고려한 개발. 하지만 이 공사는 완성되지 못했다. 현재 약 70%가 진척되었는데 오세훈 서울시장은 종묘에서 퇴계로까지 지상 도심공원과 지하 복합공간 건설을 천명했다. 이처럼 세운상가 공중보행데크는 향후 철거될 수도 있는 운명이다.
공중보행데크는 조금은 한산한 거리이다. 왼편에는 컨테이너로 설치된 연구소, 공방 등이 있고 오른편 상가에 다양한 가게들이 붙어 있다. 현대식 카페와 옛날쌍화차 가게가 위아래로 간판을 걸고 있다. 걸으면 눈이 심심치 않은 곳이다. 영화 포스터, 바이닐 음반을 파는 금지옥엽은 발길을 멈추게 한다. 이어 SNS에 올라온 꼬치국수, 덮밥 사진이 허기를 유혹하는 대림국수도 있고 이름도, 간판도 빈티지 냄새 물씬 풍기는 을지로 쌀롱에 이어 요즘 핫하다는 호랑이 커피숍에는 역시 사람이 많다.
그리고 세련된 외형의 숍이 눈에 들어온다. ‘철학이란 무엇인가’라는 명제를 건 서점 소요서가이다. 이 집은 ‘철학서점’이란 정체성이 확실한 북 숍이다. 장난감 병정이 가게 앞을 지키는 카페157, 추억을 고쳐준다는 세운메이커스 큐브 음악감상실 붐 박스도 보기 좋다. 작지만 예쁜 외형이 보기 좋은 이멜다분식, 마들렌, 까놀레를 파는 구음양과, 비엔나커피, 솔트 커피 전문숍인 브라운 콜렉션 시그니처, 파란색 간판의 을지로 갤러리가 나오면 공중보행데크의 한 쪽을 다 돈 것이다. 그 반대편도 거의 동일한 구조이다.

원래 공중보행데크는 종로에서 남산까지 연결할 계획이었다. 물론 그것이 도심 재생, 개발에 어떤 장단점이 있는지 필자는 잘 모른다. 평일이지만 몇몇 핫한 숍 이외에는 사람 왕래가 뜸하다. 물론 정리된 모습은 보기 좋고 엘리베이터로 연결되는 편의성도 좋아 보인다. 약 2시간의 산책에서 필자는 여러가지 모습을 발견했다. 보행데크를 걷는 동안 그 안 상가로 짐을 나르며 땀 흘리는 직원들, 상가 바로 위 거주공간의 반쯤 열린 창문, SNS 사진을 찍기 위해 핫한 곳을 찾는 발랄한 20대, 그리고 그 아래 1층 좁은 길 양 쪽에 다닥다닥 붙어 있는 가게와 틈 없이 주차된 차 사이를 누비는 짐을 가득 실은 삼발이, 보행 데크 건설을 반대하는 각종 현수막 등등. 사실 이런 모습들이 사람 사는 것일 수도 있다. 모두의 생각이, 이익이, 미래가 똑같을 수는 없다. 이 길에서 아직은 묵직한 안정감보다는 왠지 떠 있는 느낌을 받는다.
[글과 사진 장진혁(프리랜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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