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초·중·고 교육비 대학에 나눠 쓰자고?

변진경 기자 2022. 7. 22. 06:15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지방교육재정교부금 논쟁이 최근에 본격 점화됐다. 기재부 등은 학령인구 수 감소를 이유로 교부금 축소를 주장한다. 일부를 떼어 고등교육에 지원하는 방안도 검토되고 있다.

기획재정부는 늘 국가의 수입과 지출을 점검한다. 들어온(올) 돈과 나간(갈) 돈을 계산기로 두드리면서 어딘가 쓸데없이 많이 나가 보이는 항목을 찾아본다. ‘곳간지기’ 기재부 눈에 계속 거슬려오던 항목이 있었다. 바로 지방교육재정교부금(교육교부금), 즉 유·초·중등(유치원~고등학교) 교육비다.

교육교부금은 내국세의 일정 비율을 따로 떼어 중앙정부에서 시도교육청에 내려보내는 돈이다. 2020년부터 그 비율은 20.79%로 고정되어 있다. 세수가 많아지면 교육교부금도 많아지고 세수가 적어지면 교육교부금도 적어진다. 기재부는 내국세에 연동되는 교육교부금에 불만을 표해왔다. 지나치게 많이 가져간다는 것이다.

‘교육교부금이 너무 많다’고 주장하는 근거는 다음과 같다. 첫째, 학령인구가 줄고 있다. 내국세수에 연동된 교부금 산정 방식은 인구 팽창기인 1972년에 도입되었다. 6~17세 학령인구는 지금도 매해 줄고 있고 앞으로 더 줄어들 것이다. 그런데 내국세수 전망치에 따르면 교육교부금은 계속 늘 전망이다. 이대로라면 학생 1인당 평균 교부금액이 2060년에 5440만원 수준에 이를지도 모른다(〈그림 1〉 참조). “지나치게 관대”하고 “비합리적인”(2021년 12월 KDI 보고서 ‘지방교육재정교부금, 왜 그리고 어떻게 고쳐야 하나?’) 국가재정 배분 방식이다.

둘째, 다른 예산과의 형평성에 맞지 않다. 특히 고등(대학) 교육 예산과 불균형이 심각하다. OECD 국가들에 견줘보았을 때 한국의 1인당 GDP 대비 학생 1인당 교육비 국가 지출이, 초·중등 교육 쪽은 상위권인데 고등교육 쪽은 하위권이다. 그런데 교육교부금은 유·초·중등 교육에만 쓰이도록 칸막이가 쳐져 있다. 같은 교육 부문인 대학 교육은 돈이 모자란데도 교육교부금을 배분받지 못하니 불공평하다.

셋째, 교육 말고도 나라에 돈 들어갈 곳이 많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이 주장을 펼치며 2009~2018년 통계청의 ‘한국복지패널조사’ 시계열 통계를 인용했다. ‘세금을 주로 써야 할 사회문제 1순위’를 패널들에게 물었을 때 ‘교육’이라 답한 비율이 10년 사이 꾸준히 줄었다. 대신 노후 대비, 건강 및 의료, 실업, 아동 양육에 나랏돈을 더 쓰길 바랐다.

이런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재원을 어떻게 마련할까 물어보았을 때 패널들은 국채 발행(9.9%)이나 증세(9.5%)보다 타 분야 지출 삭감(80.6%)을 원했다(2016년 ‘국가재정 운용에 관한 대국민 여론조사’). 기재부 생각에 그 ‘타 분야’가 될 1순위가 바로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이었다. 꼬박꼬박 국내세 20.79%를 가져가는 교육교부금 산정 방식을 바꾸지 않고는 국가재정 효율화가 이루어지기 어렵다는 의견을 기재부는 오랫동안 여러 차례 내비쳐왔다.

사상 최대치 교육교부금을 둘러싼 논쟁

이미 예열 상태이던 교육교부금 논쟁이 최근에 본격 점화됐다. 올해 교육청에 지급되는 교육교부금은 총 81조2976억원, 지난해 60조3371억원보다 35% 늘어난 금액이다. 세금이 많이 걷혔기 때문에 교부금도 늘어났다. 안 그래도 많(다고 여겨지)던 교육교부금이 또다시 사상 최대치를 기록하자, 기재부와 국책 연구원들을 중심으로 ‘세수가 느는 만큼 교육교부금도 늘어나는 게 과연 옳은가’를 묻는 목소리가 지난해 말부터 관련 토론회와 보고서 등을 통해 한층 강하게 나왔다. 〈매일경제〉 〈조선일보〉 등은 이 의견을 받아 ‘낡은 세법에 교육청 81조 돈벼락’ ‘지방교육교부금 폭탄…1000조 세금 줄줄 샌다’ ‘세계 어디에도 없는 교부금 파티’ 같은 제목으로 기사를 썼다.

전국 8개 시도교육청과 민주당 교육위 주최로 6월28일 교육교부금 관련 토론회가 열렸다. ⓒ시사IN 이명익

마침 대학 지원을 위한 국가 예산 확보의 필요성이 사회적으로 부각되고 있었다. 지방대학들이 고사한다고 곳곳에서 곡소리가 나는데 이를 해결할 재원 마련 방안이 마땅찮던 차였다. 대학 등록금 인상은 여러모로 정치적 부담이 크다. 기재부는 교육교부금 활용안을 제안했다. 유·초·중·고 동생들 교육비 일부를 떼서 대학생 언니 오빠 누나 형에게 주는 방안이다. 지난해 12월20일 발표된 ‘2022년 경제정책 방향’에 기재부는 ‘부문별 칸막이 완화를 통한 지방교육재정의 효율성 제고’ 방안으로 ‘지방교육재정교부금 제도 개선’과 ‘공동사업비(교육교부금을 고등·평생교육 등에 사용) 제도’ 등을 포함시켰다.

이 제안은 6월16일 발표한 새 정부 경제정책 방향에 ‘학령인구 감소, 미래인재 육성 투자수요 등을 감안하여 교육부문 간 균형 있는 투자를 위해 지방교육재정교부금 제도 개편 추진’이라는 문구로 반영되었다. 이제까지 기재부 의견에 반대해오던 교육부도 입장이 미묘하게 바뀌었다. 올해 초까지만 해도 교육부는 ‘지방교육재정 바로 알기’라는 백브리핑까지 따로 열어 교육교부금 축소론을 조목조목 반박했다. 그런데 정권교체 이후 그런 목소리가 쑥 들어갔다. 오히려 “(지금과 같은) 내국세 연동 방식에 여러 가지 문제점이 있는 건 사실이다”라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교육부를 제외한) 교육계는 교육교부금 축소론에 맞서 대동단결했다.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는 6월21일 ‘지방교육재정 개편 계획에 대하여 분노한다’는 성명문을 발표했다. 진보 성향 교육감뿐 아니라 이번에 새로 선출된 보수 성향 교육감들도 의견이 같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과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도 한목소리를 낸다. 더불어민주당 교육위원회 의원들은 “(정부의 교육교부금 축소 시도를) 결사적으로 막아내겠다”라고 약속했다.

야권과 교육계 인사들이 제시하는 반론은 다음과 같다. 첫째, ‘학생 수 감소’는 교육교부금 삭감의 근거가 되지 못한다. 교육재정 수요는 학생 수가 아닌 학급 수와 교원 수에 비례해 발생하기 때문이다. 2000년 이후 학급 수와 교원 수는 오히려 늘고 있다. 전체 학생 수는 줄었지만 더 적은 학급당 학생 수로, 더 여러 가지 과목을, 더 다양한 방법으로, 더 많은 교사와, 더 풍부한 기자재를 활용해 교육하는 게 세계적 추세이고 우리가 가야 할 방향이다. 거기엔 돈이 필요하다.

학령인구 수 통계에 나타난 ‘평균의 함정’ 또한 조심해야 한다. 학생 수는 지역별로 균등하게 줄지 않았다. 어떤 지역은 학생 수가 넘쳐 과밀의 문제가 발생하고 어떤 지역은 학생이 없어 과소의 문제가 생긴다. ‘퉁쳐서’ 평균을 내버린 다음 학급과 교원을 배치하면(재정을 줄이면) 소멸 위기를 겪는 지방의 학생들이 기본적인 교육권을 누리지 못하게 된다.

둘째, 초·중등 교육에 국가 재원 투입이 충분하다는 주장도 어불성설이다. 그 근거로 쓰이는 OECD 교육지표, ‘GDP 대비 공교육비’ 통계를 정확히 따져봐야 한다. 한국의 그 지표가 초·중등 교육부문에서 OECD 평균보다 높게 나타나는 까닭은 민간재원인 ‘수익자부담 경비’가 공교육비로 잡혀 함께 계산되기 때문이다. 전체 정부예산에서 교육교부금이 차지하는 비중은 2013년 11.8%에서 2022년 10.7%로 오히려 줄었다. 최근 세수 증가 덕에 일시적으로 교부금도 늘었지만 앞으로 경기 불황이 찾아오면 초·중등 교육 재원 역시 모자라게 될 수 있다.

셋째, 대학에 국가 지원이 적은 이유는 ‘유·초·중등 예산이 너무 많아서’가 아니다. 대학 자체의 문제다. 다른 OECD 국가들에 비해 유독 사립 비중이 높은 한국 고등교육의 고질적 구조 때문이다. 비리가 만연한 사립대에 무작정 국가 재정을 퍼줄 수는 없는 노릇이다. 고등교육에 국가 지원을 확대해야 하는 건 맞지만 대학 공공성을 높이면서 지원할 방안을 마련해야지 애꿎은 유·초·중등 교육에 불똥이 튀어서는 안 된다. 함부로 동생들 교육비를 가져가 제대로 쓰지도 못하면 유·초·중등교육과 고등교육 둘 다 망가진다.

넷째, 돈을 쓸 데가 여전히 많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한 교육 공백과 교육 격차를 회복하기 위해 OECD 국가의 75%가 2021년 교육예산을 증액했다. 4차 산업혁명, 인공지능 시대에 맞는 미래 교육을 실현하기 위해서도 재정이 많이 든다. 과밀학교 해소, 돌봄·방과후 확대, 고교학점제 도입, 노후 학교 건물 개선, 감염병 예방 환경 조성 등 당장 산적한 과제를 풀어나가려 해도 더 많은 공간, 더 많은 인력, 더 많은 예산이 필요하다.

그러니까 (기재부를 필두로 한) 경제계와 교육계는 완전히 다른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것이다. 경제계는 “유·초·중등 교육에 돈이 남아돈다”라고 말하고, 교육계는 “여전히 모자라다”라고 말한다. 같은 통계를 두고도 다른 해석을 하고 각자 주장을 뒷받침하기 위해 알맞은 사례를 얼마든지 찾을 수 있다. 교육교부금 축소론자는 ‘1인 1태블릿 기기 무상지원’ 등으로 공격하고, 유지(확대)론자는 ‘40년 이상 노후 학교 건물 수치’ 등으로 맞받아친다. 교육적 논리로는 “투자 대비 최대 수익을 내야 하고 그렇지 못하면 투자를 줄여야 한다”는 돈과 효율의 논리를 이해할 수 없고, 경제적 논리로는 “교육은 인류가 먼 미래 후손을 위해 사과나무 한 그루 심는 일과 같다”는 교육의 본질 추구를 이해할 수 없다.

핵심은 돈의 많고 적음이 아닌 쓰임새

진실은 무엇일까? 교육교부금은 진짜 남아도는 걸까, 아니면 모자라는 걸까? 당장 유치원과 초·중·고 학교 현장을 떠올려보자. 역대 최고 수준이라는 1인당 교육비 통계가 체감될 만큼 학생들은 학교에서 풍족하고 질 좋은 교육의 양과 질을 누리고 있나? ‘19세기 건물에서 20세기 선생님이 21세기 학생을 가르친다’는, 한국 공교육을 두고 나오던 조소(嘲笑)가 이제는 옛말일까? 이 말이 아직 사실이라면 그것은 ‘투자 대비 성과를 내지 못한’ 학교에 이제 투자금을 회수해야 하는 근거가 될까, 아니면 19~20세기에 멈춘 교육 여건을 21세기로 끌어올리기 위해 더 많은 투자가 필요하다는 명분이 될까?

답은 ‘양’보다 ‘질’에서 찾아야 할지도 모른다. 돈의 많고 적음 말고, 쓰임새에 집중해 질문을 바꿔보자. 교육교부금은 이제껏 어디에 얼마나 쓰였는가? 그 배분은 적정했나? 앞으로는 어때야 할까? 미래 사회를 대비한 질 높은 교육에 얼마만큼의 돈이 필요할까? 우선순위는 어디에 둘 것인가? 그 분야는 왜 중요하며, 구체적으로 누구에게 어떻게 투자할 건가?

이제껏 교육계에서 이 질문들은 충분히 다뤄지지 못했다. 6월28일 서울·인천·울산 등 8개 시도교육청과 더불어민주당 교육위원회 소속 의원들이 공동 주최한 ‘지방교육재정교부금 제도 개편 논란, 무엇이 문제인가’ 토론회 자리에서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은 ‘중장기 서울 미래교육수요 전망’을 발표했다. 교육청에서 처음 나온 중장기 재정 수요 전망이었다. 토론회 참석자 여럿이 “이런 게 진작 나왔어야 했다”라고 말했다. “이런 걸 좀 만들어서 계산표를 꺼내놓고 얘기하자고 여러 차례 시도교육감들에게 말해왔는데 전혀 나오지 않아 그간 많이 아쉬웠다(서동용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 “중장기 수요 계획을 만들어 제시하면 ‘흥청망청 예산 낭비’ 같은 일부 언론 비판은 좀 줄어들지 않을까(최기혁 교육부 지방교육재정과 과장).”

중장기 비전이 보여야 재정 투입 명분이 생긴다. 이 점에서 그간 교육계는 몇 번의 기회를 놓쳤다. 이를테면 코로나19 이후 추경 편성 때마다 각 교육청과 학교에서 보인 혼란상이다. 애초 세수 추산을 잘못해 갑작스레 불규칙하게 돈을 내려 보내놓고 중간에 계속 집행률을 점검하며 돈 쓰기를 재촉했던 기재부의 잘못도 크다. 하지만 교부금 집행의 장기 비전과 우선순위 책정이 없는 탓에 허둥지둥 괴롭게 돈을 쓰는 모습이 ‘학교에 돈 줘봤자 제대로 쓰지도 못하네’ 하는 외부 공격에 빌미를 준 건 사실이다. ‘지방교육재정교부금, 왜 그리고 어떻게 고쳐야 하나?’ 보고서를 쓴 김학수 KDI 재정·사회정책연구부장은 말했다. “내국세 20.79%를 차지하는 교육교부금 안에 미래 교육 재정 수요를 반영하거나 의미하는 내용이 전혀 없다. 그냥 기계적으로 연동되어 있는 기득권에 불과하다.”

사실 최근 몇 년 동안 유·초·중등 교육에서 돈 쓸 곳은 차고 넘쳐났다. 돌봄 수요가 폭증했다. 심리·상담 인력과 예산 지원도 어느 때보다 절실해졌다. 학생과 학부모는 학교에 학습뿐 아니라 돌봄, 문화·여가, 건강 증진, 방역 등 학생들 삶과 복지에 관계된 수만 가지 기대를 걸고 있는데 기존 교육예산 구조가 그를 못 따라잡고 있는 형국이다. 이 수요와 공급의 ‘미스매치’를 교육 행정가들은 충분히 알고 있지만 적극적으로 풀어나가지 않았다.

한 교육계 인사는 말했다. “교육청이나 학교에서 돈 쓰는 걸 너무 귀찮아하고 또 힘들어한다. 사업을 기획할 역량도 부족하고, 새로운 사업에는 인력이 필요한데 여러 종류의 직군이 고용될수록 학교 내 갈등이 더 커지기 때문이기도 하다.” ‘돈 쓸 데는 너무 많은데 돈 쓰기는 매우 어려운(혹은 싫은)’ 이상한 상황이 결국 교부금 삭감이라는 부메랑으로 돌아왔다는 지적이 교육계 내부에서 나오고 있다. 이선호 한국교육개발원(KEDI) 교육재정 연구실장은 “각기 다른 환경의 학교에서 정말 학생들을 위한 교육에 돈을 잘 쓰는 방안, 하드웨어보다 소프트웨어에 투자하는 경험과 고민이 다소 부족했던 것은 교육계에서 반성해야 할 부분”이라며 “앞으로도 교육재정이 적절히 확보되고 사용되고 있는지 그 증거를 교육계가 제시해내야 한다”라고 말했다.

국민 여론은 ‘아직은’ 교육 편이다. KEDI는 매년 교육여론조사에서 학생 수 감소와 교육재정 규모에 대한 국민 의견을 묻는다. ‘학생 수 감소 비율에 따라 교육재정도 축소해야 한다’에 동의하는 의견은 해마다 12% 안팎에 머물렀다(위 〈그림 2〉 참조). (당분간은) 현 재정 수준을 유지하거나 확대해야 한다는 의견이 최근 조사까지 내내 80%를 넘었다. 단, 조건부다. 문장 앞뒤에 달린 조건을 읽어야 한다. ‘교육 여건을 선진국 수준으로 개선할 때까지’ ‘교육 서비스 질을 높이는 데 사용한다면’…. 그 조건의 성립 여부에 유·초·중등 교육재정의 앞날이 달려 있다.

변진경 기자 alm242@sisain.co.kr

▶읽기근육을 키우는 가장 좋은 습관 [시사IN 구독]
▶좋은 뉴스는 독자가 만듭니다 [시사IN 후원]
©시사IN,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Copyright © 시사IN.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