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 불합치' 수사기관 통신조회..후속 법개정 어떻게 되나

윤현성 2022. 7. 22. 0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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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내용 요약
헌재, '적법절차원칙' 어긴 전기통신사업법 헌법불합치 결정
통신조회 '사후 통지 절차' 마련해야…과기부 "헌재 결정 따를 것"
국회에도 관련 법안 8건 계류 중…사후 통보 의무화 골자
영장주의 적용은 X…"통신조회 영장 발부, 현실적으로도 불가능"

[서울=뉴시스] 고승민 기자 = 유남석 헌법재판소장을 비롯한 헌법재판관들이 21일 서울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7월 심판사건 선고에 참석하고 있다. 2022.07.21. kkssmm99@newsis.com

[서울=뉴시스]윤현성 기자 = 그간 수사를 명목으로 개인의 통신 이용 내역 등을 수집해 사찰 논란까지 낳았던 수사기관의 '통신조회' 방식이 헌법에 어긋난다는 헌법재판소의 판단이 나왔다. 통신조회의 근거가 됐던 전기통신사업법의 일부 조항이 헌법에 명시된 '적법절차원칙'을 어겼다는 이유에서다.

헌재의 결정에 따라 법안 개정이 불가피해진 가운데 주무부처인 과학기술정보통신부를 비롯해 정부가 어떤 방향으로 법안을 바꿀 지에도 관심이 집중된다.

수사기관 '통신조회' 근거된 전기통신사업법 헌법불합치…10년간 7300만건 조회

하위 법 개정 불가피…과기부 "헌재 결정대로 바뀔 듯"

[과천=뉴시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사진=뉴시스 DB).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헌재는 21일 오후 한국형사소송법학회 등이 전기통신사업법 83조 3항 등에 관해 낸 헌법소원심판 사건에서 재판관 전원일치 의견으로 헌법불합치 결정했다.

그간 검찰, 경찰, 국가정보원(국정원),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등 수사기관은 전기통신사업법 83조에 근거해 전기통신사업자들로부터 '통신자료'를 제공받아왔다. 통신자료에는 이용자 성명·주민등록번호·주소·가입 및 해지 일자·전화번호·아이디 등 기본 인적사항 등이 담긴다.

통화 상대의 전화번호·통화 일시·발신기지국 위치추적 자료 등이 포함된 '통신사실확인자료'가 법원의 허가를 받은 뒤 취득할 수 있는 것과 달리 통신자료는 별도의 사전·사후 통지 없이도 수사기관에 넘겨질 수 있다. 이와 관련해 공수처는 지난해 말 정치권·언론계 등을 대상으로 통신자료 수집을 수차례 단행하며 '사찰 논란'을 빚기도 했다.

별다른 외부 제어장치가 없는 만큼 수사기관의 통신조회는 매해 수백만건씩 진행돼 왔다. 지난해에만 504만456건(전화번호 수 기준)의 통신자료 조회가 진행됐고, 최근 10년간으로 범위를 넓히면 총 7373만5019건의 통신자료가 수사기관에 제공됐다.
헌재는 이같은 전기통신사업법 83조가 모든 국가작용 전반에서 당사자에게 적절한 고지를 해야 한다는 헌법의 적법절차원칙에 어긋난다고 보고, 통신조회에 대한 사후통지 절차를 마련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주무부처인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헌재의 결정이 나온 만큼 법안 개정도 그에 따라 이뤄질 것이라고 밝혔다. 법안에 사후통지 절차를 포함하는 방향으로 개정이 진행될 가능성이 크다는 설명이다.

과기정통부 관계자는 "그간 수사기관과의 논의 등을 거쳐 이미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이 국회에 다수 계류돼 있다"며 "개정안 내용도 대부분 사후 통지 내용을 담아야 한다는 걸 골자로 하고 있다. 물론 수사기관들이 해당 법안에 대해 어려운 점이 많다고 반대 의견을 내기도 했지만, 헌재 결정이 나왔으니 따를 수밖에 없다고 본다"고 전했다.

국회에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 8개 계류…'통신조회 사실 통보' 골자

'영장주의 적용'은 불가…법리적·현실적으로 어려워

[서울=뉴시스] 고범준 기자 = 2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민생경제안정 특별위원회(민생특위) 구성 결의안이 의결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2022.07.20. photo@newsis.com
실제로 국회에는 수사기관의 통신조회와 관련한 전기통신사업법 개정 관련 약 8개 법안이 발의되어 있다. 기간, 주체, 통지 방법 등에 조금씩 차이가 있지만 모두 '통신조회 사실 통보 의무화'를 골자로 하고 있다.

발의안의 주요 내용을 살펴보면 ▲검사, 사법 경찰관 또는 정보수사기관의 장(長)은 통신자료를 제공받은 날부터 30일 이내에 통신자료제공을 받은 사실 및 사유, 요청한 기관 등을 해당 이용자에게 서면으로 통지해야 한다(이재정 의원 대표발의) ▲전기통신사업자는 통신자료제공을 한 경우에는 통신자료제공을 요청한 자, 통신자료의 주요 내용, 통신자료의 제공일 등을 이용자에게 문자메시지로 지체 없이 통보해야 한다(권명호 의원 대표발의) ▲법원, 검사 또는 수사관서의 장, 정보수사기관의 장은 전기통신사업자로부터 통신자료 제공을 받은 날부터 10일 이내에 통신자료 제공을 받은 사실, 사용 목적, 제공요청기관, 제공일 등을 이용자에게 서면으로 통보해야 한다(박광온 의원 대표발의) 등의 내용이 담겨있다.

헌재가 내년 12월31일까지 국회에 개선 입법을 실시하도록 결론을 내린 만큼 계류 되어 있는 개정안들도 그 전에 처리될 공산이 크다.

이번 헌법소원재판의 또 다른 쟁점이었던 통신조회의 '영장주의 원칙' 위반 주장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헌재는 영장주의 원칙은 체포·구속 등 강제처분에 적용되는 사안인 만큼 전기통신사업자에게 강제 집행 등이 가해지지 않는 통신조회에 해당 원칙을 적용할 수는 없다고 봤다.

이와 관련해 법조계에서는 법리적 해석 뿐만 아니라 현실적으로도 통신조회에 영장주의를 적용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봤다. 통신자료 조회 과정에 법원의 영장 발부 등을 추가한다면 '불필요한 자료 취득을 막아 인권을 보호한다'는 이득을 얻을 수 있지만, 그를 위해 수반되는 사회적 비용이 너무 과도하다는 우려다. 현행 제도가 인권 보호와 실무 과정의 현실성을 모두 고려한 적절한 타협점에 해당한다는 관측도 있다.

법무법인 린의 구태언 변호사는 "위헌 판단은 국민의 관점에서 봐야 한다. 통신자료 조회의 통제 장치가 없다는 게 핵심 쟁점이었는데, 통제를 위해 매년 수백만건에 달하는 통신자료 조회 과정에서 일일이 법원의 허가나 영장을 받아야 한다면 아예 전담법원을 설립해야 할 것"이라며 "이러한 절차가 생기면 수사기관이든 법원이든 인력과 인프라 충원이 불가피하고 그 비용은 결국 세금으로 부담된다. 헌재도 법리적 판단 뿐만 아니라 국민적 관점에서 이런 이득과 부담을 신중하게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또 일각에서는 인권 보호의 중요성이 큰 만큼 사후 통지 외에도 통신자료 조회와 관련한 수사기관의 내부 통제 절차 등을 강화해야 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도 있다. 실제로 사찰 논란의 중심이 됐던 공수처 또한 수사자문단을 격월로 개최해 수사 전반에 대해 심의 및 평가를 받고, '통신자료조회 심사관'을 지정 운영하는 등 내부 통제 강화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알려졌다.

☞공감언론 뉴시스 hsyhs@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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