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고소득층에 집중된 감세.."경제 선순환" vs "이념적 감세"

이희경 2022. 7. 22. 0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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尹 정부 첫 세제개편안, 5년간 13조원 감세
추경호 "감세가 기업 투자 확대 유도, 선순환 효과 가져올 것"
'스태그플레이션' 우려 속 대기업의 투자 확대 불투명 지적도
윤석열정부의 첫 세제개편안의 성패는 13조원이 넘는 감세 조치가 경제 성장의 마중물 역할을 할 수 있는지 여부에 달렸다는 분석이다. 정부는 법인세 최고세율 22% 인하로 대표되는 민간에 대한 세금 감면 정책으로 ‘기업투자 확대→일자리 창출→경제성장’의 선순환 고리를 만들 수 있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전례 없는 ‘복합위기’가 장기화하고 있는 시점에서 대기업, 고소득층에 집중된 감세 기조가 정책적으로 합당한 조치냐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법인세 인하 등으로 세수 감소는 분명한데 기업 투자 확대는 확실하지 않아 도리어 나라곳간만 악화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21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법인세법 등 18개 법률 대상으로 이뤄지는 이번 세제개편 통해 내년부터 2027년까지 전년 대비 세수 증감을 계산하는 순액법 기준으로 모두 13조1000억원의 세수 감소가 예상된다. 세목별로는 법인세가 6조8000억원 줄어 전체 감소분의 절반 이상을 차지할 것으로 예측됐고, 소득세(2조5000억원), 증권거래세(1조9000억원), 종합부동산세(1조7000억원) 순으로 세금이 줄어들 것으로 전망됐다.
기획재정부. 뉴스1
정부는 현재 조세 체계가 기업의 투자를 가로막아 비효율적이라는 입장이다. 특히 법인세의 경우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최고세율 평균이 21.2%(지방세 포함 232.%)인데 반해 한국은 25%(〃27.5%)로 높아 국내·외 법인의 국내 투자를 제약한다고 설명했다. 또 인위적인 법인 쪼개기로 세부담을 피할 수 있어 기업에 비효율적인 조직 변경을 유발하는 점도 문제라는 지적이다. 즉, 과도한 수준의 법인세가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대기업의 출현을 막고 있다는 것이다.

감세의 경제적 효과도 분명하다는 게 정부 판단이다. 추경호 부총리는 “(감세 조치가) 기업의 투자 확대를 유도하고, 우리 경제 성장에 선순환 효과를 가져오는 것은 분명하다”고 말했다. 조세재정연구원에 따르면 법인세 인하로 생긴 기업 자금의 15.1%는 주주 배당으로 돌아가고, 59.5%는 재투자로 돌아간다. 또 소비자와 근로자도 각각 17.0%, 8.5% 정도 가격과 임금 측면에서 혜택을 보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2008년에도 법인세 최고세율이 25%에서 22%로 인하됐는데 당시 강만수 전 부총리는 “법인세 1% 인하에 투자에 대해서는 약 0.5% 전후의 증가를 나타내고, 또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에 대해서는 0.05% 정도의 증가를 나타낼 것”이라고 말했다. 김우철 서울시립대 세무학과 교수는 “투자 계획을 짜거나 기업 경영의 많은 결정에 있어 민간 기업 친화적인 세제의 틀이 (기업에) 심리적인 자신감이나 안도감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시점이다. 감세 조치가 각종 비효율을 없앤다는 점이 이론적으로 맞더라도 고물가에 경기 침체가 동시에 발생하는 이른바 ‘스태그플레이션’ 우려가 커지는 현 상황에서는 효과가 의심스러운 카드라는 것이다. 경기 둔화 우려 속에 최근 SK하이닉스 등이 긴축에 나서는 등 향후 기업들의 투자 확대는 불투명한 반면 세수 감소는 분명해 취약계층 지원과 관련한 정부 대응 여력만 떨어지게 된다는 지적이다.
이번 세제개편을 통해 발생하는 세수감소분(13조1000억원)의 세부담 귀착 효과도 주로 법인(6조5000억원), 고소득층(1조2000억원)에 집중됐고, 서민·중산층의 경우 2조2000억원 감면에 그쳤다. 우석진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는 “지금 경제위기 상황에서 정부가 해야 할 역할이 많은데 이렇게 세수를 줄이는 개편을 하게 되면 건전 재정에도 역행하고, 정부 역할을 스스로 축소시킨다”면서 “서민과 중산층의 경우 각자도생하는 수밖에 없다는 시그널을 줄 수밖에 없기 때문에 부적절한 세제개편이며 이념적 감세를 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법인세 최고세율 인하에 따른 부자감세 논란을 의식해 소득세가 급하게 조정된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기재부 등에 따르면 다른 세목과 달리 소득세는 비교적 최근에 논의가 이뤄진 것으로 전해졌다. 김우철 교수는 “물가가 당분간 높을 것으로 보이는데 소득세의 경우 하위 구간 외에 다른 과표는 조정하지 않았다”면서 “정부가 자기들이 판단해서 임의대로 하겠다는 방식은 이제 좀 버려야 한다”고 지적했다. 

세종=이희경 기자, 이강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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