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달러, 증시는] ①한 달째 이어지는 1300원대 환율, 外人은 '바텀 피싱'하지만 기업 이익 악화 우려는 여전

정해용 기자 2022. 7. 22.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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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율, 6월 23일 이후 한 달간 1300원 넘어
최근 한국 주식 저가 매수 하려는 외국인 수요도 유입
원자재 값 상승으로 기업 이익 감소는 계속될 듯

달러화에 대한 원화 환율(이하 원‧달러 환율)이 1300원을 넘어 고공행진을 이어가면서 국내 자본시장도 악영향을 받고 있다. 지난 6월 23일 1300원(장중 1302.80원)을 돌파한 이후 한 달 가까이 1300원이 넘는 환율이 이어지면서 기업 이익 감소와 투자 심리 악화에 대한 우려가 시장에 확산하고 있다.

다만 환율이 급격히 오르면서 싼 가격에 한국 주식을 사려는 외국인 수요도 최근 들어 일부 유입되고 있다.외국인들은 달러화를 바꿔 원화로 한국 주식을 매수하는데 환율이 높으면 싸게 주식을 매수할 수 있다. 증권가에선 이를 바텀 피싱(bottom-fishing‧저가 매수 후 반등하면 매도하는 전략)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지난 7월 15일 오후 서울 명동 하나은행 딜링룸 전광판에 달러화에 대한 원화 환율이 표시돼 있다. 이날 환율은 전날보다 14.0원 오른 1326.1원에 마감했다. / 연합뉴스

22일 서울외환시장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원‧달러 환율이 1300원을 넘은 것은 지난 6월 23일이다. 이날 장중 환율은 1302.80원까지 올랐고 종가도 1301.80원이었다. 환율이 1300원을 넘은 것은 지난 2009년 7월 14일(고가 기준 1303.0원) 이후 12년 11개월 만이었다. 한 달여 후인 지난 21일에도 원‧달러 환율은 1307.70원으로 여전히 1300원대를 유지하고 있다.

장기간 환율이 높은 상태를 유지하면서 외국인들의 투자에 금융투자업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환율 변동성이 높은 시기에는 외국인의 수급도 영향을 받고 이게 증시 방향을 좌우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환율이 높으면 달러화를 바꿔 원화로 한국 주식을 살 때는 유리하다. 그러나 국내 주식을 팔고 달러화로 바꿀 때는 환차손이 발생한다.

환율이 1300원을 돌파한 초기에는 환차손을 우려한 외국인들의 투자금 유출이 집중적으로 이뤄졌다. 지난달 23일부터 지난 13일까지 외국인은 유가증권시장에서 7378억원을 순매도했다. 그러나 최근들어 분위기가 달라졌다. 14일 외국인은 3988억원을 순매수했고 이어 19일까지 내리 4거래일 연속 순매수하는 등 자금을 국내 증시로 집어넣고 있다.

정용택 IBK투자증권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전형적인 바텀 피싱의 모습”이라며 “환율이 1300원 이상 올라갔고 코스피지수도 2300선에서 유지되면서 바닥을 찍었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바텀 피싱이란 주가가 바닥(bottom)에 떨어진 상태에서 주식을 매수한 후 반등하면 매도하는 투자 기법을 말한다. 환율이 1300원을 돌파한 6월 23일부터 7월 21일까지 누적 통계를 보면 외국인은 유가증권시장에서 9913억원을 순매수한 상태다.

그래픽=이은현

그러나 높은 환율로 인한 외국인 자금 유출에 대한 우려는 여전하다. 달러화가 강세를 보이면 원화 자산에 투자한 외국인들이 달러화로 바꿔 자금을 회수할 때 환차손이 발생하기 때문에 원화 자산 투자를 꺼린다. 이 때문에 원‧달러 환율이 장기간 높은 상태를 유지하면 외국인 자금 유출 가능성이 커진다.

김남종, 김현태, 박해식 금융연구원 연구위원들이 2002년 3월부터 지난해 4월까지 기간의 외국인 자본 유출입을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원‧달러 환율 상승률이 2년 이내에 15%를 초과할 경우 외국인 자본 유입 규모가 평균 약 360억~420억 달러 감소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자본 유출입이란 국제수지 금융 계정 중 증권 투자(주식+채권)와 차입 항목을 합한 것이다.

김현태 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외국인 투자금의 급격한 유출은 아직 나타나지 않고 있지만 글로벌 유동성 긴축 기조로 지정학적 리스크 등 대내외 불확실성 요인이 현실화하는 경우 환율이 추가 급등하고 외국인 자본유출이 재발할 가능성을 경계할 필요가 있다”라고 분석했다.

높은 환율 때문에 기업 이익이 감소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원유 등 원자재를 수입해서 제품을 만드는 기업들의 비용 부담이 늘어 이익이 줄어들 것이라는 분석이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환율 상승으로 기업들의 원자재 수입 원가가 더 올라갈 수 있다”며 “특히 강 달러를 촉발한 이유가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한 에너지 가격 상승 등이기 때문에 국내 기업들의 비용 부담이 더욱 가중돼 기업 이익 감소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라고 말했다.

이경민 대신증권 투자전략팀장도 “과거에는 환율이 높으면 수출 기업들의 제품 가격 경쟁력이 개선돼 이익이 늘어났지만, 지금은 오히려 (원자재 가격 상승 등 비용 증가 때문에) 높은 환율의 영향으로 기업 부담이 늘어난 상황”이라며 “유럽 경제가 안 좋아지고 미국 경제가 둔화하는 상황에서 국내 기업들의 이익도 줄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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