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내 6조 매출 도전..기술·인재 중심 경영이 경쟁력"
테슬라·GM 전기차에 부품 공급하는 수출 강자
몸집 두 배 큰 공작기계 인수 후 시너지 기대
사명 변경 후 제2의 도약 시동
[인터뷰]
전 세계를 휩쓴 코로나19 사태로 유럽의 공장들이 문을 닫았다. 자동차 부품 공장도 예외는 아니었다. 주문이 밀려드는데 공급망은 꽉 막혔다. 그런데 이 와중에도 흑자를 낸 기업이 있다. DN그룹이다. 회사는 코로나19 상황을 해외 신규 고객을 확보할 수 있는 기회로 판단했다. 회사의 중역들은 기업인 자가 격리 면제 제도를 활용해 여러 번 해외로 나가 고객을 직접 설득했다.
김원종 DN그룹 대표는 “위기를 기회로 활용할 수 있었던 것은 그동안 축적했던 기술력 덕분”이라고 말했다.
그는 “전체 인력의 10% 정도를 개발 전문 연구 인력으로 채용하고 있고 매출액의 6%를 연구·개발비로 지출한다”며 “앞으로 인재를 영입하고 사내 전문가를 육성하는 등 ‘인재 중심 경영’을 펼칠 것”이라고 말했다.
DN그룹은 DN오토모티브(이하 DNA)와 DN솔루션즈(이하 DNS)로 구성된다. DNA는 1971년 동아타이어공업으로 출발했고 수출 비율 90% 이상인 제조 회사다. 자동차 엔진과 변속기 등에서 발생하는 충격과 진동을 흡수하는 방진 제품(VMS)과 축전지(배터리) 사업을 영위한다. 방진 사업은 세계 3위권이다. 지난해부터 테슬라의 모델Y, 리비안의 미니밴, 제너럴모터스(GM)의 차세대 전기차 플랫폼 등 글로벌 기업의 제품에 DNA의 방진 부품이 들어간다.
김 대표는 “1998년 외환 위기로 삼성자동차가 사업을 중단하면서 삼성자동차 협력 업체들이 줄도산을 겪을 때 DNA는 경남 진주에 있는 방진 업체를 인수했고 방진 사업을 확장할 수 있는 기틀을 다졌다. 이후 100년 이상 된 영국 VMS 기업을 인수하며 기술력도 확보했다”고 말했다.
올해 초엔 DNA보다 덩치가 2배나 큰 두산공작기계(현 DNS) 인수에 성공하며 단숨에 연매출 3조원 규모의 제조 기업으로 올라섰다. DNS는 1976년 대우중공업의 공작기계 사업부문으로 출범해 대우종합기계·두산인프라코어를 거쳐 2016년 두산공작기계로 독립 법인 전환된 후 2022년 DN그룹에 편입됐다.
김 대표는 “공작기계는 자동차·항공·반도체·의료기기·정보기술(IT) 등 모든 산업군을 고객으로 보유해 특정 산업의 경기 변동에도 상대적으로 견고하다”며 “다양한 전방 산업을 보유한 만큼 사업 다각화를 통해 자동차 산업의 경기 변동 리스크를 줄이고 지속적인 성장을 담보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자동차 부품과 공작기계에서 글로벌 선두를 달리는 두 회사가 시너지를 발휘하면 2032년까지 매출과 자산 규모에서 현재의 2배 이상 성장할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최근 사명을 변경했는데, 이유가 궁금합니다.
“새로운 사명에 공통적으로 쓰이는 ‘DN’의 ‘D’는 동아에서 시작해 DTR로 이어져 온 DTR오토모티브와 대우‧두산을 거쳐 성장해 온 두산공작기계, 이 두 회사의 성공 DNA를 계승한다는 의미를 갖습니다. ‘N’은 현재를 기반으로 끊임없는 도전을 통해 새로운 길을 개척하고자 하는 의지인 ‘나우 앤드 뉴(Now & New)’라는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또 두산공작기계를 DN솔루션즈로 변경한 이유는 사업 포트폴리오를 확장하기 위해서입니다. 공작기계는 물론 부품·서비스·자동화 등 토털 솔루션을 제공하는 기업으로 발돋움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인수 과정에서 어려움은 없었는지요.
“사전 검토 단계에서 내부의 공감대를 형성하는 과정에서 어려움이 있었습니다. ‘수많은 기업들 중 왜 DNS를 인수해야 하는가’였던 거죠. 하지만 DN그룹이 인수 기업을 검토할 때 주목했던 포인트는 ‘글로벌·기술·제조’였어요. DNS는 이 세 가지 포인트는 물론 업력이 45년 이상 되는 기업이라는 점에서 설득력이 있었죠.
인수 자금 조달 과정에서도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우리는 그동안 금융회사와 자본 시장을 통한 자금을 조달할 이유가 없었습니다. 재무 구조가 탄탄했거든요. 그런데 금융회사와 재무적 투자자(FI) 등 자본 시장 참여자들에게 ‘잘’ 알려진 회사가 아니었어요. 시장 참여자들에게 회사에 대해 알리고 그들의 투자를 이끌어 내는 작업이 고됐습니다.”
두 회사는 어떤 부분에서 시너지를 얻나요.
“DNA와 DNS는 사업 분야가 겹치지 않습니다. 각 분야에서 글로벌 1위 기업이 되는 것이 목표죠. 하지만 두 회사 모두 수출이 80~90%를 차지합니다. ‘글로벌’을 지향한다는 점에서 가는 길이 겹쳐요. 다시 말해 DNA가 진출한 사업장 안에 DNS의 연구소 등을 마련하거나 지역 거점으로 활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시너지가 기대됩니다. 현지에서 테크 센터 등을 준비하려면 상당한 시간이 걸리거든요. 시장 접근 속도가 빨라지는 셈이죠. 최근 DNA의 미국 트로이 지사에 DNS의 테크센터를 오픈한 것도 이 같은 이유에서입니다. 현재까지 두 회사가 진출한 해외 지역은 10개국입니다.”
두 회사의 핵심 경쟁력은 무엇인가요.
“먼저 DNA의 방진 사업은 전 세계 10여 개 국가에 생산 공장과 테크센터를 보유하고 있어요. 현지화를 통한 최적의 원가율을 달성할 수 있는 셈이죠. 또 GM 등 북미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고객의 생산 확대 주문에 부응하기 위해 멕시코에 생산 공장을 준공했어요. 북미 고객에 대한 생산 전초 기지를 구축한 겁니다.
배터리 사업은 후발 주자인 만큼 우수한 기술 인력을 영입하기 위해 애썼습니다. 또 해외 대형 거래처(GM·EastPenn 등) 발굴을 통해 다품종 소량 생산에서 소품종 다량 생산으로 전환했고 이를 통해 생산 효율성 증대와 제조 원가를 절감했습니다.”
방진 제품을 전기차에는 납품하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자율 주행차도 준비 중인가요.
“엔진이 다른 소음과 진동을 상쇄하는 내연기관차와 달리 전기차는 모터에서 발생하는 고주파 진동이 심해 소음이 큽니다. 더 많은 방진 부품과 고성능 품목이 요구되는 셈이죠. DNA는 전기차에 맞는 방진 제품을 자체 개발했어요. 테슬라·리비안·니오·GM 등 차세대 전기차에 납품할 수 있던 이유입니다. 자율 주행차 시장에서도 자율 주행을 위한 컨트롤러와 센서들이 많이 장착됨에 따라 그러한 부품들의 방진을 위한 부품들이 추가로 필요하게 됩니다. 앞으로는 자율 주행차로 포트폴리오를 확장할 계획입니다.”
DNS는 어떤 회사인가요.
“DNS는 한국을 포함한 5개국에 법인을 두고 있고 전 세계 66개국에 155개의 판매망을 확보하고 있습니다. 한국 시장에서 시장점유율은 압도적 1위를 차지하고 세계 시장에서는 3위입니다. 글로벌 1위사인 DMG 모리(MORI)는 제품뿐만 아니라 토털 솔루션을 제공하는 회사인데 DMG 모리와의 격차를 좁히기 위해 다양한 물적·인적 투자에 박차를 가하고 있어요. 하이엔드 사업 가속화, 솔루션·서비스 사업의 진화(사명을 DN솔루션즈로 변경한 이유), 제반 인프라 정비와 선진화 등이 3대 추진 방향입니다.”
앞으로 10년, 통합 이후 그룹 전체의 비전과 목표가 궁금합니다.
“DN그룹은 ‘글로벌·기술·제조’ 경쟁력을 핵심 비전으로 성장해 왔습니다. 해외 시장 커버리지를 확대하고 양 사의 글로벌 R&D 인프라를 공유해 해외 현지 R&D 역량을 상향 평준화해 나갈 예정입니다.
또 인재 중심 경영을 위해 우수 인재 영입은 물론 내부 직원들의 능력을 발전시킬 수 있는 프로그램을 체계화할 계획입니다. 예컨대 해외 비즈니스를 위해선 영어 능력이 중요한데 ‘근무 시간’ 중 한 시간은 영어 강의를 들을 수 있도록 하는 겁니다.
양 사 모두 지금까지 지속적으로 흑자 성장해 왔습니다. 앞으로도 양적 성장은 물론 질적 성장을 통해 그간의 50년을 넘어 또 다른 50년(100년 기업)의 성장을 이어 갈 수 있도록 힘쓸 예정입니다. 전 세계 제조 시장에서 새로운 비전을 제시하는 ‘게임 체인저’로 인정받겠습니다.”
김태림 기자 ta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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