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불법점거 50일, 모두가 지쳤다..8000억 손실보다 깊어진 '대립'

거제(경남)=김도현 기자 2022. 7. 22. 05: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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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우조선해양 하청지회의 불법점거가 이뤄지고 있는 1도크 선박 /사진=김도현 기자


대우조선해양 하청지회 불법파업·불법점거가 21일로 50일째를 맞았다. 대우조선해양 하청 노사의 협의가 손해배상 취하를 놓고 이견을 보이며 답보상태에 놓였다. 경찰력 투입 가능성이 대두됨과 동시에 해산 과정에서 인명피해 우려도 나온다. 장시간 점거에 따른 피해를 입고 있는 대우조선해양과 다른 노동자들의 시름도 깊어지고 있다.

머니투데이가 현장을 찾은 이날 오전 하청지회가 점거한 옥포조선소 1도크 선박 바닥 면에는 1㎥ 규모의 철제 구조물에 스스로 갇혀 있는 유최한 하청지회 부회지회장이, 바닥면에서 15m 높이의 철제 난간에는 6명의 노동자들이 농성을 이어오고 있었다. 하청지회는 7명이 선박을 점거하고 있는 1도크 주변에서 주·야 교대로 농성장을 지키고 있다.

불법으로 건조 중인 선박을 점거하고 있는 7명도, 교대로 이들 곁을 지키는 다른 노동자들도 지친 모습이 역력했다. 7명을 지켜볼 수 있는 도크 난간에 설치된 스피커에서는 점거 노동자들을 응원해달라는 사회자의 육성이 흘러나왔고, 잠깐의 박수·환호가 끝난 뒤에는 다들 스마트폰을 응시하며 무료함을 달래는 모습이었다. 공권력 투입이 절대 이뤄져선 안 된다는 목소리가 나왔지만 이미 경찰은 최악의 사태를 대비한 상황이다.

현장 관계자들은 공권력이 개입돼도 해산이 쉽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철제 구조물이 있는 선박 바닥 면은 선체의 바닥일뿐 지상과 곧바로 연결되지 않았다. 선박 블록을 밑에 자리한 3m 높이의 구조물에 올라야만 바닥 면에 오를 수 있다. 한 사람이 겨우 드나들 수 있는 사다리를 통해서만 접근 가능하다.

유 부지회장이 있는 구조물도 걸림돌이다. 해체 과정에서 격렬한 저항이 예상된다. 그는 시위 시작 때부터 시너 2통을 소지해온 것으로 전해진다. 구조물이 1㎥에 불과해 제압·해체를 동시에 진행하기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6명이 올라선 난간도 좁고 가파른 철제 계단을 통해서만 오르내릴 수 있다. 해산이 시도될 경우 경찰·노동자 모두가 위험하다.

대우조선해양 옥포조선소 1도크 지면에서 선체 바닥면에 오르기 위해선 좁은 사다리를 통해서만 통과 가능하다 /사진=김도현 기자


대우조선해양의 근심이 큰 것도 이 때문이다. 조속한 종식을 바라면서도 공권력 투입으로 사고가 발생했을 경우 추가 피해가 예상돼서다. 자칫 사고가 발생했을 경우 노동자들이 결집해 더욱 극렬히 저항할 것으로 예상했다. 그렇다고 주저하기엔 손실이 너무 큰 상황이다. 지금과 같은 상황이 계속되면 대우조선해양의 누계 피해금액은 이달 말 기준 8165억원이며, 내달 말까지 지속되면 1조3590억원의 피해를 입게 된다.

회사만큼 큰 피해를 보는 이들이 동료 노동자들이다. 대우조선해양 노조 소속이거나 노조에 가입하지 않은 일반 노동자들은 하청지회의 장기 불법점거로 조업에 차질을 빚으면서 수입이 줄어든 상황이다. 시간이 곧바로 '벌이'로 이어지는 만큼 시위에 참가하지 않은 대우조선해양 노동자들은 하청지회를 향한 쓴소리를 감추지 않았다.

한 근무자는 "저들(하청지회)은 한바탕 소동을 일으켜놓고 일손 부족한 현대·삼성중공업 하청회사로 떠나면 그뿐이지만, 저들로 인해 발생한 막대한 피해로 회사와 애꿎은 노동자들은 상당 기간 인내하며 감내해야 한다"고 토로했다.

또 다른 작업자도 "노동운동을 반대하는 게 아니라 불법적이고 회사와 동료 노동자들의 피해를 안기는 불법 노동행위를 비판한 것"이라며 "현대중공업과 합병이 추진됐을 땐 나도 앞장서서 반대했던 사람"이라고 말했다.

대우조선해양 노조도 하청지회 상위조직인 금속노조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팽배하고 있다. 대우조선해양 노조도 금속노조 소속이지만 선 넘은 하청지회 행태를 감싸고 응원하는 금속조노를 신뢰하지 못하겠다는 반응이 나온다. 대우조선해양 노조는 이날과 22일 양일간 금속노조 탈퇴 여부를 묻는 투표를 실시하고 있다.

조선소 내 한 게시물에는 대우조선해양 노동자들의 심경이 고스란히 담겼다. 이 게시물에는 "실현 불가능한 요구를 관철시키기 위해 전체 구성원들을 위협하는 극단적 행동이 이어지고 있다"면서 "전체 구성원들을 위협하는 하청지회와 금속노조는 노노갈등을 유발하는 불법파업을 즉시 중단하라"는 내용이 담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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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제(경남)=김도현 기자 ok_kd@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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