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심' 향해 가는 검찰 수사..서해피격·강제북송' 사실관계 규명 속도

박주평 기자 2022. 7. 22. 0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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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원·국방부, '자진 월북' 배치되는 기록 삭제했나
탈북민 '16명 살해·귀순 진정성' 주장 엇갈려..檢 판단 주목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의 모습. 2022.7.7/뉴스1 © News1 황기선 기자

(서울=뉴스1) 박주평 기자 = '서해 공무원 피살'과 '탈북어민 강제북송' 사건을 수사 중인 검찰이 참고인을 줄소환한데 이어 확보한 관련 자료 분석에 주력하는 등 사실관계 확인 작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 우선 정부와 청와대가 당시 사건을 처리한 절차 등 사실관계를 재구성해 피고발인 등의 혐의점을 확인하고 있다. 이에 따라 수사 선상에 오른 인물들에 대한 소환조사가 임박했다는 전망이 나온다.

◇'北 피살' 삭제된 보고서·정보 성격, 삭제 경위 규명해야

22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해 공무원 피살 사건을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 공공수사1부(부장검사 이희동)는 최근 해경, 국방부, 국정원 등 사건 관계자들을 참고인 신분으로 줄줄이 불러 조사하고 있다.

핵심은 국정원과 국방부의 사건 관련 기록 삭제 의혹이다. 박 전 원장은 지난 2020년 9월 사건 당시 이씨가 자진 월북했다는 당국의 결론과는 다른 정황이 담긴 국정원의 첩보 보고서를 삭제하라고 비서실장에게 지시했다는 의혹(국정원법상 직권남용죄 등)을 받는다.

검찰은 지난 13일 국정원 압수수색을 통해 박 전 원장의 보고서 삭제 혐의와 관련해 메인 서버에 남아있는 보고서와 자료 등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확보한 자료를 분석하고, 국정원 직원들을 대상으로 고발인 조사를 진행했다.

국방부가 지난 2020년 9월22일 이씨의 사망 직후 군 정보망인 군사통합정보처리체계(MIMS·밈스)에 올라온 대북 감청 정보 등 군 기밀을 삭제했다는 의혹도 밝혀야 한다. 국방부는 기밀 정보가 업무와 직접 관계가 없는 부대에까지 전파되지 않도록 일부 삭제했을 뿐 원본은 남아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삭제된 정보가 당국의 '자진 월북' 판단과 배치되는 것이었으리라는 의혹이 제기된다. 검찰은 지난 14일 밈스 관리를 담당하는 국방정보본부 소속 대령 등 직원 3명을 불러 정보가 삭제된 경위, 정보의 성격 등을 물었다. 지난 18일에는 SI(특수정보) 수집과 분석을 담당하는 '777사령부' 부대원을 불러 조사했다.

박 전 원장이 삭제를 지시한 의혹을 받는 국정원 내 첩보보고서와 밈스에서 삭제된 기밀 정보와 관련성도 주목된다. 국정원 보고서가 밈스에서 삭제된 정보를 근거로 만들어졌다면 검찰은 국정원과 국방부가 각 정보를 삭제한 배경과 과정 파악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엇갈리는 신·구 정부 주장…'북송 적법성' 쟁점

탈북어민 강제북송 사건은 당시 문재인 정부의 북송 결정이 적법했는지, 윗선이 북송 결정에 개입했는지를 규명하는 것이 관건이다. 서울중앙지검 공공수사3부(부장검사 이준범)은 이를 위한 기본적인 사실관계 확인에 주력하고 있다.

우리 군당국은 지난 2019년 11월2일 북방한계선(NLL)을 넘나드는 북한 어선을 나포했고, 당시 SI를 통해 이들이 선상에서 16명을 살해한 정황을 파악하고 있었다고 한다. 정부는 사흘간 탈북 경위를 조사했고 귀순 의사에 진정성이 없다며 송환을 결정했다. 사흘이라는 이례적으로 짧은 조사기간 끝에 송환이 결정된 데는 당시 서훈 국정원장 등의 외압이 있었다는 의혹이 제기된 상태다.

정의용 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은 최근 입장문을 통해 북한 어민들을 송환할 수밖에 없던 이유를 Δ흉악범 Δ귀순 의사 진정성 결여 Δ추방 배경 Δ처벌 불가능 등 쟁점별로 정리했다. 그러나 현 정부와 전 정부 관계자들의 주장이 엇갈리고 있다.

여당인 국민의힘은 문재인 정부가 탈북민의 '16명 살해' 혐의를 허위로 발표했다고 주장했고, 주무부처인 통일부도 16명 살해 여부가 불확실하다는 취지의 입장을 내놨다. 2019년 11월 사건 당시 통일부는 국회에 "범인들은 선원들을 잔인하게 살해했다"고 보고했는데, 판단을 바꾼 것이다. 통일부 당국자는 탈북 어민의 16명 살해 여부가 검찰 수사를 기다려야 하는 사안이라고도 언급했다.

귀순 의사의 진정성도 입장이 엇갈린다. 정 전 실장은 어민들이 나포된 후 동해항까지 오는 과정에서 귀순 의사를 밝히지 않았고, 합동신문 과정에서 통상적 절차인 귀순 의사를 확인하는 단계에서 귀순 의향서를 제출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검찰은 북송 어민 2명이 나포된 직후 귀순 의사를 자필로 써서 합동조사단과 통일부에 낸 보호신청서와 자기소개서를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 전 실장의 주장과 배치되는 내용인 만큼, 검찰이 조만간 정 전 실장을 소환 조사해 사실관계를 확인할 전망이다.

검찰은 확인한 사실관계를 바탕으로 문재인 정부에서 북한이탈주민법과 출입국관리법 등을 근거로 북한 어민을 북송한 것의 위법 소지를 판단할 것으로 보인다. 북한이탈주민법 제 9조는 '살인 등 중대한 비정치적 범죄자'는 보호결정 예외 대상자로 규정하고, 문재인 정부는 이를 근거로 탈북어민들을 송환했다.

그러나 이에 대해 당시 법무부는 유보적으로 해석했다. 군당국에 의해 나포된 순간부터 이들은 이미 입국 상태이므로, 보호 조치할 필요는 없지만 이들을 강제 송환할 수 있는 근거 역시 없다는 판단이다.

법무부는 또 "외국인을 전제로 하는 출입국관리법상 강제 출국 조치는 적용하기 어렵다", "사법부의 상호보증 결정 없이 범죄인인도법 제4조에 따른 강제 송환을 하는 것은 논란을 야기할 수 있다"며 송환 결정의 위법성에 무게를 실었다.

결국 검찰과 재판부의 법리 판단에 따라서 강제북송 의혹 사건의 결과가 갈릴 전망이다.

jupy@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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