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득·법인·종부세 13조 감세.."합리적 방향이나 당장 효과는 의문"
"국제기준 맞췄지만, 고물가-경기수축에 효과 못낼수도"
(서울=뉴스1) 김혜지 기자 = 윤석열 정부가 소득세와 법인세, 종합부동산세 등 총 13조원 이상의 세금을 깎아주기로 했다. 세금 인하를 통해 꺼져가는 경기 불씨를 살리겠다는 계획이다.
전문가들은 이번 세제 개편안이 대체로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춘 감세라고 평가했다. 하지만 최근 인플레이션과 경기 둔화 국면에서 투자·일자리 제고 효과가 얼마나 나타날지에 대해서는 의문을 나타냈다. 특히 재정 건전성에 단기적으로는 흠집이 불가피하다는 점도 우려했다.
22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전날 발표한 2022년 세제 개편안은 법인세 최고세율 인하와 과세표준 단순화, 종부세 다주택 중과 폐지·세율 인하·공제 확대, 소득세 과표 구간 조정 등을 통해 국민과 기업의 세금부담을 줄여주는 게 핵심이다.
이에 따라 내년에만 6조4000억원 수준, 총 13조1000억원의 세수 감소가 예상된다. 이명박 정부 첫해 이후 가장 큰 규모의 감세 정책이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대규모 감세에 대해 서로 다른 시각을 내비쳤다. '기업 활성화'냐, '재정 훼손'이냐로 의견이 엇갈렸다.
먼저 우석진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는 "경제 위기 극복을 위한 재정의 역할이 분명히 있음에도 세수를 감소시키는 조치를 취한 건 현실에 대한 정부 인식이 안이하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우 교수는 "잃을 것은 분명한데 얻을 것은 불분명한 비이성적 선택"이라며 "정부의 정상 기능이 타격 입을 가능성이 높다"고 예측했다.
정부는 향후 세수 감소 전망에 대해 '소화 가능한 수준'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국세수입은 매년 보통 5% 증가하는데, 지금 얘기된 13조원 수준의 감소는 마이너스(-) 3%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감세가 소비와 투자를 활성화해 '경제 성장 → 세수 증대'의 선순환도 기대하고 있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은 "정부가 소화 가능한 수준의 세수 감소"라면서 "세수 감소가 일회성으로 그치는 것이 아니고 소비·투자 확대에 기여하면서 성장 기반을 확충, 시간을 두며 세수 확대로 나타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명예교수는 정부의 주장에 동의했다. 그는 "세수는 단기적으로는 감소하지만 기업 투자가 활성화될 경우 세수가 증가할 수 있다"고 말했다.
앞으로 세수가 가장 많이 줄어들 세목은 법인세(-6조8000억원)로 나타났다. 특히 최고세율 25%를 이명박 정부 수준인 22%로 다시 낮출 예정이다.
이 같은 법인세 인하에 대해 전문가들은 '국제 기준에 발맞추기 위한 옳은 방향'이라고 평가했다.
강성진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는 "법인세 인하는 사실상 최고세율을 내는 기업이 많지 않아 효과성보다는 상징성에 가까운 조치"라면서도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춰가는 방향성으로 봤을 때 인하가 맞다"고 말했다.
김정식 교수도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추기 위해 최고세율 인하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반대 목소리도 나왔다. 최근 경제 상황을 고려하면 법인세 인하가 투자·일자리 확대로 이어질 가능성이 낮다는 것이다.
우석진 교수는 "법인세 인하는 평상시엔 자기 자본에 대한 세금을 낮추는 효과가 발생해 투자를 늘리는 효과가 중장기적으로 있다"면서도 "다만 이것은 중장기 효과이고 단기적으론 기대하기가 힘든 것이 사실이다. 특히 지금처럼 인플레이션과 경기 수축 국면이 맞물린 상황에서는 투자가 일어나질 않는다"라고 설명했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법인세 최고세율은 국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수준(21.5%)보다 높기 때문에 투자 활성화 효과 등을 감안해 낮춰도 된다"면서도 "최고세율 인하는 몇 개 기업에만 해당하므로 기업 활성화로 연결된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반면에 기업이 남는 세금을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 '재벌 감세'로도 보기 어려울 수 있다면서 정부가 이런 지적을 만회하려면 "중소·중견기업에 산업별 세제 혜택을 병행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소득세는 향후 2조5000억원이 감소할 전망이다. 소득세 과세표준 구간이 2007년(2008년 시행) 이후 15년 만에 조정되면서다.
전문가들은 정부의 소득세 조정 방안에 대해 입을 모아 호평했다. 우석진 교수는 "실질 세 부담을 유지한다는 측면에서 과세표준 구간 조정은 합리적"이라면서 "단 이러한 세 부담 유지가 지속될 수 있도록 5년에 한 번씩 등으로 과표 조정을 제도화하는 것이 맞다"고 조언했다.
강성진 교수도 "소득세는 직장인들이 세금을 더 많이 낸다는 불만이 많아서 그 부분을 경감해주는 측면에서 손질한 것인데, 전반적인 세 부담 완화 방향에서 동의한다"고 말했다.
종부세율 인하와 가액 체계 전환 등은 다주택자에게 크게 유리하다. 이를 '징벌적 과세 정상화'와 '부자 감세'로 보는 시각이 엇갈렸다.
김상봉 교수는 "다주택자 종부세 감소는 주택 가격 정상화를 위해 충분히 고민할 필요가 있다"며 "이는 부자 감세에 해당할 것 같다"고 우려했다.
반면 강성진 교수는 "징벌적 과세를 완화했다는 점에서 봐야 하고, 특히 공시가격이 지난 몇년간 너무 많이 올라서 이에 따른 악영향을 완화한다는 측면"이라고 해석했다. 김정식 교수도 "부동산 보유세는 기존 주택 수에서 보유합산금액 기준으로 변경하는 것이 조세의 공정성을 위해 바람직하다"고 평가했다.
우석진 교수는 "현 부동산 세제는 국민이 선거를 통해 수차례 싫다고 표현했다"면서 "그런 민심은 반영해 줘야 한다"고 봤다. 다만 "주택 가액 기준으로 바꾸는 것은 큰 체계 변화로, 논의가 필요할 수 있다"며 "이렇게 바꾸면 1억짜리 10채를 가진 사람과 10억짜리 1채를 가진 사람이 똑같아진다. 1주택이 죄냐는 불만에 대한 방어 논리를 봐야 한다"고 분석했다.
icef08@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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