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허위 진술' 가담한 그 판사, 이번에는 '갑질' 논란

CBS노컷뉴스 윤준호 기자 2022. 7. 22. 0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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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인규 부장판사, 재판 중 '갑질' 논란
"조용해! 자꾸 딴 데를 봐" 반말에 윽박
부인 양정숙 의원 사건서도 구설 올라
판결문에 드러난 '허위진술' 공모 정황
잇단 부적절 언행에 도덕성 비판 불가피
스마트이미지 제공


서울 한 법원에서 판사가 재판 도중 당사자들에게 반말은 물론, 서로 말이 엇갈린다는 이유로 윽박지르면서 고압적으로 몰아세우는 장면이 방청객들에게 생생히 목격됐다. 해당 판사는 무소속 양정숙 의원의 남편인 이인규 부장판사(59·사법연수원 21기)다.

이 부장판사는 올초 양 의원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수사과정에서 허위 진술 종용에 개입한 사실도 드러났다. 현직 판사의 범죄 공모라는 비판이 가시기도 전에 '갑질' 논란까지 겹치면서 도덕성을 둘러싼 지적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조용해! 뭐 자꾸 딴 데를 봐"

22일 CBS노컷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문제의 발언은 지난 13일 이인규 부장판사가 심리하는 서울중앙지법 민사50단독 재판에서 나왔다. 당시 법정에서는 친구 관계인 60대 여성들의 채무 분쟁이 다뤄졌다. 원고와 피고 모두 소송대리인을 선임하지 않은 '나홀로 소송'이었다.

이날 재판은 원고와 피고 간에 갚아야 할 돈이 얼마나 남았는지가 쟁점이었다. 변제금을 줄이려는 피고와 더 받으려는 원고의 주장이 엇갈렸다. 변호인들이 없다 보니 원·피고의 입장이 정리되지 않은 채 말이 뒤엉켰다.

이 부장판사로서는 쟁점에서 벗어나는 주장들을 배제하고 당사자들 사이 합의된 변제금을 확정하는 게 우선이었다. 재판의 효율성 측면에서도 판결에 불필요한 원·피고의 주장을 제약 없이 마냥 들어주기만은 어려운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이 부장판사가 보인 언행은 통상 법관에게 기대하는 자세와는 거리가 멀었다. 반말은 당연했고, 원고에게 묻는 말에 피고가 답을 하거나 당사자들끼리 말이 섞이면 번번이 고함을 치며 짜증섞인 말투로 다그쳤다.
22. 7. 13. 중앙지법 민사50단독 재판中
이인규 판사 지금 이○○씨한테 갚아야 될 돈이 얼마냐고요.
(원고와 피고 말이 섞이자)
이인규 판사 아니 조용히 하고!
피고 저는 지금 갚았으니까…
이인규 판사 아니 그니까 조용히 해보고.
…(중략)…
이인규 판사 그동안에 이자는 다 줬어요?
피고 이자는 그 적금 해지하고…
이인규 판사 아니 그니까 이자를 다 줬어?
(원고와 피고 말이 섞이자)
이인규 판사 아니 좀 조용히 해보고!
피고 이자는 드리긴 드렸어요.
이인규 판사 다?
피고 다는 아니고…
이인규 판사 이자를 다 못 줬으면 원금도 다 못 줬다는 얘기가 될 수도 있잖아.
피고 그렇기 때문에 제가 지금…
이인규 판사 아니 그니까 총 밀린 게 얼마예요.
(원고와 피고 말이 섞이자)
이인규 판사 아니 그니까 조용히 해보라고! 쯧
피고 측이 법원에 제출한 자료가 어떤 부분을 소명하려는 건지 물을 때에도 이 부장판사는 차근히 설명을 듣기보다는 자료가 잘 보이지 않는다는 이유만으로 핀잔을 줬다. 자신의 질문에 대답을 머뭇거리면 호통도 서슴 없었다.
22. 7. 13. 중앙지법 민사50단독 재판中
이인규 판사 이건 안 보인다고 지난 기일에도 얘기했을 텐데 이거? 이거 왜 냈어요? 왜 냈는지 어두워서 알 수가 없잖아! 이거 왜 냈어요?
피고 그게 뭔데요?
이인규 판사 본인의 그거잖아. 통장 뭐 내역이라고.
피고 아, 예예. 이분하고 거래했던… 이렇게 적금식해서 다 갚았다고…
이인규 판사 아니 이게 뭔데 이게? 다 갚았다는 건데 이게 뭔데? 계약일자 2029년 뭐 이렇게 돼 있는데 이게 뭐?
…(중략)…
이인규 판사 보험 해제해서 얼마를 갖고 갔냐니까, 보험 해제해서 얼마가 갔냐고.
피고 5천5백 정도…
이인규 판사 아이, 조용히 하라고 지금! 피고는 지금 왔다 갔다 하면서, 그냥 뭐 전부 이상하게 만들어 놨잖아!
피고 죄송합니다.
이인규 판사 뭘 한다 뭘 한다 하면서 거 제대로 정리도 안 해놓고!
…(중략)…
이인규 판사 원고는 이 6천7백만원 변제받은 거에 설계법인 연대보증한 채무도 포함 안된다?
피고 포함 되는 거예요.
이인규 판사 쓰, 조용히 하라고! 그니까 원고는 포함 안 된다고 얘기하는 거고, 피고는 포함되는 거라고 얘기하는 거고. 응? (대답이 없자) 뭐 자꾸 딴 데를 봐!
법관은 국민으로부터 부여받은 사법권을 법과 양심에 따라 행사하는 만큼 다른 직업보다도 높은 수준의 윤리의식이 요구된다. 공정성과 직무능력뿐만 아니라 품위와 친절성 역시 우수 법관의 중요 자질로 꼽히는 이유다.

법관윤리강령에도 '법관은 소송 관계인을 친절하고 정중하게 대한다'고 명시돼 있다. 과거 법원이 내놓은 '바람직한 재판운영 방안'에서도 경청과 배려의 자세를 언급하며 법관이 평정심을 잃거나 짜증을 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허위 진술' 종용에 개입하기도

무소속 양정숙 의원.

이 부장판사의 언행이 더욱 비판받는 건 부인인 양정숙 의원 사건에서 드러난 그의 가담 행위 때문이다. 양 의원은 제21대 총선 당시 재산을 축소 신고한 혐의(공직선거법 위반)로 기소돼 지난 1월 1심에서 당선 무효형을 선고받았다.

양 의원의 주요 혐의에는 남동생이 등장한다. 양 의원이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재산을 신고하는 과정에서 남동생 A씨 명의로 보유하고 있던 부동산 등 재산을 고의로 누락해 허위사실을 공표했다는 대목에서다.

당초 남동생 A씨는 명의신탁이 사실이라는 취지로 말했다. 그러다가 갑자기 말을 바꿔 자신이 부동산 실소유자라며 양 의원의 주장을 뒷받침했는데, 판결문에 따르면 A씨는 진술을 번복하기 직전 양 의원과 남편인 이 부장판사로부터 1500만 원을 송금받았다. 재판부는 금품 회유로 A씨의 진술이 오염됐다고 보고, 양 의원의 혐의를 유죄로 인정했다.

허위 진술 종용에 현직 판사가 개입한 것을 두고 당시 법조계에서도 논란이 일었다. 여기에 재판에서의 부적절한 언행까지 불거지면서 이 부장판사의 도덕성을 둘러싼 비판은 더욱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

이 부장판사는 입장을 묻는 CBS노컷뉴스 질의에 "당시 재판에서 정확하게 어떤 이야기를 했는지는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며 "다만 당사자들끼리 말이 맞지 않는 부분을 확인하는 과정에서 발언이 조금 세게 나갔을 수는 있다. 혹시 부적절한 언행이 있어 당사자들에게 고압적으로 느껴졌다면 유감이다"는 취지로 답변을 보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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