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대형마트..정치권 '말 한마디'에 들썩이는 투심

이정현 2022. 7. 22. 0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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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권發 마트 의무휴업 폐지 가능성에 관련주 들썩
"아직 이르다" 증권가는 보수적 입장, 관문도 많이 남아
직격탄 맞은 은행주.. 원전도 '육성 약속'만으로는 한계
"테마만으로 주가 상승하는 건 무리, 실적이 중심 잡아야"

[이데일리 이정현 기자]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정책권자의 말 한마디에 주가가 출렁이는 사례가 많아지면서 투자자 주의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실적을 고려하지 않고 단순 예상이나 가능성만으로 투자를 결정했다가는 리스크에 직면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데일리 이미나 기자]
실적 무관 정치권 한마디에 주가 ‘출렁’

21일 마켓포인트에 따르면 대형마트 관련주인 이마트(139480)와 롯데쇼핑(023530)은 전날부터 2거래일동안 각각 11.76%와 5.69% 급등했다. 전날 강승규 대통령실 시민사회수석이 “대형마트 의무 휴업을 폐지해야 하지 않느냐는 목소리가 있었다”고 발언한 영향이 컸다. 10년째 시행되고 있는 대형마트의 월 2회 의무휴업제를 폐지할 수도 있다는 것인데 이후 대형마트 관련주에 매수세가 형성된 것이다. 이달 들어 다수의 증권사에서 계절적 비수기와 물가상승 등의 이유로 손익 부진이 전망되며 대형마트 관련주의 목표주가를 하향 조정했으나 규제가 없어질 수 있다는 가능성이 제기된 것만으로 투심이 몰렸다.

상승세를 이어간 이마트와 롯데쇼핑에 대해서도 증권가는 아직 보수적이다. 의무휴업제 폐지를 가정해 매출액 증대 효과를 추정하면서도 목표가 조정은 서두르지 않는 모양새다. 일차적으로 관련 건은 대통령실이 공개한 국민제안 10건 중 하나이며 온라인투표를 통해 톱3안에 포함이 되어야 국정 운영에 반영된다. 최종안에 선정되더라도 여소야대 구조에 상임위 구성도 마치지 못한 국회에서 유통산업발전법을 손봐야 하는 과정을 거쳐야 한다. 대형마트 의무휴업제 폐지가 일사천리로 국회 문턱을 넘는다 해도 실적에 반영되는 것은 일러야 내년이다.

유정현 대신증권 연구원은 “소비경기 침체가 예상되는 상황에 의무휴업제 폐지가 대형마트 사업자의 손익이 개선될 수 있는 여건을 조성되는 점은 주가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면서도 “현재 대통령실이 대형마트 의무휴업제 폐지를 국민제안으로 선정한 단계에 불과한 만큼 실제 이행까지 이어질 경우를 상정하는 것은 아직 섣부르다”고 지적했다.

비슷한 사례는 또 있다. 금융당국 수장의 말 한마디에 한 달간 약세장을 버텨야 했던 은행주가 대표적이다. 대통령의 측근으로 분류되는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은행이 지나치게 이익을 추구하고 있다”며 ‘이익장사’를 비판하자 4대 금융지주사는 낙폭이 과하다는 증권사의 분석에도 불구하고 주가가 폭락했다. KB금융(105560)은 이 원장의 발언이 있었던 지난달 20일부터 미끄러지기 시작하면서 지난 15일 4만4050원까지 추락하면서 52주 신저가를 기록했다. 신한지주(055550) 역시 지난달 20일부터 약세를 이어가면서 지난 15일 52주 신저가인 3만2500원까지 하락했다. 은행주는 금리인상기 대표적인 수혜주로 꼽힌다.

‘발언’만으로는 한계, 펀더멘털이 투자 중심 잡아야

원전 관련주가 오락가락 행보를 보이는 것도 비슷한 이유다. 윤 대통령이 의지를 강하게 표시한 데다 정부·여당이 적극적인 육성책을 내놓고 있으나 정작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관리를 위한 특별법 제정 등 필요한 사안은 진행이 더디다. 한국수력원자력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원전 이용률은 84.1%로 폐기물 포화로 원전 가동에 차질이 생길 가능성이 불거진 바 있다.

발전설비 정비 전문기업인 수산인더스트리는 기업공개(IPO)에 나서며 최종단가를 밴드 하단인 3만5000원으로 정했는데 원전 관련주 전반에 대한 실망감이 반영된 게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원자력 및 석탄발전 용량 확대에 따른 안정적이고 장기적인 수혜 속에 공모가 밴드 상단 확정을 자신했던 것에 비춰볼 때 다소 아쉬운 탓이다.

증권가에서는 약세장일수록 장기적인 관점에서 기업의 실적에 주목해야 한다고 조언하고 있다. 주가를 결정하는 기본은 기업의 펀더멘털이며 이를 무시한 테마만으로 주가가 상승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박종렬 흥국증권 연구원은 “약세장 속에 저점을 확인하고 싶은 투자자들이 특정인사의 말 한마디에서 휩쓸리는 모양새가 이어지고 있다”며 “규제 완화 등 발생하지 않은 호재 등장에 대한 기대감만으로 투자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못하다”고 꼬집었다.

이정현 (seiji@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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