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기후로 2년째 농사 망쳤어요"

오영채 2022. 7. 22. 05:11
자동요약 기사 제목과 주요 문장을 기반으로 자동요약한 결과입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올들어 이상기후로 '가뭄→폭우→폭염'이 잇따라 발생하면서 친환경농작물들이 다 죽었어요. 벌써 2년째인데 정부나 지방자치단체는 손을 놓고 있네요. 자기 잘못도 없이 2년째 농사를 망친 농민들은 다 죽게 생겼습니다."

밭주인인 김용구 파주시 학교급식출하회장은 "정상적으로 수확해 학교급식으로 납품하면 매출이 7000여만원 나오는 곳"이라며 "하지만 올해도 이상기후로 감자가 다 썩어 수확을 포기했다"고 밝혔다.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경기 친환경농산물 재배농가
가뭄·폭우·폭염 피해 잇따라
감자·양파 등 썩어 수확 포기
도, 재난지역선포 거절 ‘뒷짐’
“농작물 재해보험 전국 확대
생산안정기금 조성도 시급”
 

김용구 경기 파주시 학교급식출하회장(오른쪽)이 김상기 경기도친환경농업인연합회장과 함께 이상기후로 감자가 모두 썩은 자신의 밭에서 무성하게 자란 풀을 뽑고 있다.


“올들어 이상기후로 ‘가뭄→폭우→폭염’이 잇따라 발생하면서 친환경농작물들이 다 죽었어요. 벌써 2년째인데 정부나 지방자치단체는 손을 놓고 있네요. 자기 잘못도 없이 2년째 농사를 망친 농민들은 다 죽게 생겼습니다.”

19일 경기 파주 파평면 금파리의 감자밭. 1만6500㎡(5000평) 규모의 이 밭엔 풀만 무성히 자라고 있고 풀 사이엔 썩은 감자들이 나뒹굴고 있었다. 밭주인인 김용구 파주시 학교급식출하회장은 “정상적으로 수확해 학교급식으로 납품하면 매출이 7000여만원 나오는 곳”이라며 “하지만 올해도 이상기후로 감자가 다 썩어 수확을 포기했다”고 밝혔다.

인근 7300㎡(2200평) 밭에서 감자를 재배하는 김상기 경기도친환경농업인연합회장도 마찬가지다. 올해 김 회장이 수확한 감자는 20㎏짜리 상자 6개, 120㎏이 전부다. 그는 “답답하고 한심해서 지금도 밭에 가지 않는다”고 씁쓸해했다.

파주시에서 감자·양파 등을 친환경재배해 학교급식으로 납품하는 농가는 80여명이다. 132만㎡(40만평) 밭에서 출하금액만 30여억원에 달한다.

하지만 지난해에 이어 올해 변덕스러운 날씨 탓에 농작물 피해가 늘어나면서 이곳 농민들은 허탈감에 빠졌다.

3월부터 시작된 가뭄으로 농작물이 타들어가는 와중에 6월 하순 갑작스레 하루 100㎜ 이상의 폭우가 연일 쏟아지면서 농작물들은 자라지도 못한 채 빗물에 빠져 썩었다. 그리고 이어진 폭염에 그나마 건질 수 있었던 농작물도 말라버려 수확 자체가 낭비가 됐다.

이상기후에 따른 피해는 온전히 농민들 몫으로 남았다. 감자재배 농가 45명 가운데 7∼8명은 수확을 아예 포기했다. 그 면적만 6만6200㎡(2만평)에 달한다. 양파재배 농가 28명도 수확량 40% 감소라는 큰 손실을 보고 있다.

이에 피해 농민들은 경기도에 재난지역 선포를 요구했지만, 도는 일부 지역에만 피해가 발생한 것이라며 거절했다. 피해 농민들은 농작물재해보험 지원도 받지 못한다. 경기에서 생산된 감자는 농작물재해보험 대상 품목이 아니기 때문이다. 현재 감자 농작물재해보험은 강원과 제주에서 생산된 것에만 적용되고 있다.

농민들의 이같은 피해는 경기지역 학교급식용 계약재배 농산물의 출하량 감소로 이어지고 있다. 경기도친환경농업인연합회가 밝힌 계약재배 수매현황(12일 기준)에 따르면 감자 수매율은 59.8%, 양파 71.1%, 마늘 75.3%에 불과하다. 특히 감자의 경우 지난해 잦은 비로 품질이 떨어져 수매에 응한 비율이 81.5%에 그쳤는데, 올해는 이보다 더 떨어질 것으로 보여 감자재배 농가들의 피해 확산이 우려되고 있다.

문제는 이상기후로 인한 농작물 피해가 앞으로 더욱 커질 것이라는 우려다. 김용구 회장은 “파주가 고향이고 여기서 30년 넘게 농사를 짓고 있지만 이상기후로 농사를 연이어 망친 적은 지난해와 올해가 처음”이라며 “이 때문에 농사를 포기하겠다고 하는 농가가 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경기도친환경농업인연합회는 이상기후에 따른 농가 피해 보상을 위해 경기도에 생산안정기금 조성을 요구하고 있다. 김상기 회장은 “연합회는 현재 농가가 자발적으로 참여해 생산안정기금으로 1억5000여만원을 조성한 상태”라며 “경기도에 매칭 형태로 생산안정기금을 조성하자고 요구하고 있지만 아직 답이 없다”고 답답해했다.

피해 농민들은 감자의 농작물재해보험 적용을 전국으로 확대해줄 것도 요구했다.

김용구 회장은 “이상기후로 농작물 피해를 보는 사례가 많아지면서 농민들이 무척 불안해하고 있다”며 “이상기후에 따른 농작물 피해를 보상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파주=오영채 기자

Copyright © 농민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