웅장한 사자부터 판결문까지.. 메소포타미아의 통 큰 방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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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리야가 앗슈르-나다에게 에부툼(장기사업대출)으로 빌려준 순은 9와 3분의2마나와 관련해, 상품이 도시로부터 도착했고 앗슈르-타브(카리야의 아들)는 은에 해당 상품을 수령했다. 증인 앗슈르단, 증인 임디-일룸, 증인 부지야."
인류 최초의 문자가 발견된 메소포타미아 문명(기원전 4000년~기원전 600년)의 사람들은 일상의 많은 것을 기록으로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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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부터 국내 첫 66점 상설 전시
인류 첫 문자 발견 문명다운 기록
채무 변제증·처방전 등 유물 풍성
웅장한 사자 벽돌 패널 시선 집중
“카리야가 앗슈르-나다에게 에부툼(장기사업대출)으로 빌려준 순은 9와 3분의2마나와 관련해, 상품이 도시로부터 도착했고 앗슈르-타브(카리야의 아들)는 은에 해당 상품을 수령했다. 증인 앗슈르단, 증인 임디-일룸, 증인 부지야.”
인류 최초의 문자가 발견된 메소포타미아 문명(기원전 4000년~기원전 600년)의 사람들은 일상의 많은 것을 기록으로 남겼다. 채무 변제 증서는 물론 처방전, 가축 용어 목록, 곱셈표, 판결문 등 기록만 따지면 복잡한 현대 사회를 살아간 사람들 같다. 메소포타미아 문자 기록을 보면 이들에게는 기록을 남기는 것이 놀이였고 기록을 위해 일부러 생활의 사건들을 만든 게 아닐까 싶은 착각이 든다.
메소포타미아인들의 기록은 국립중앙박물관 상설전시관 3층에 들어선 ‘메소포타미아실’에서 22일부터 2024년 1월 28일까지 볼 수 있다. ‘메소포타미아, 저 기록의 땅’이란 제목의 이번 전시는 국내에서 메소포타미아 문화유산을 다룬 첫 상설 전시로, 미국 메트로폴리탄박물관과 공동 기획했다. 총 66점을 선보인다.
메소포타미아는 티그리스강과 유프라테스강을 끼고 문명을 꽃피웠지만 다른 고대 문명에 비해 생소하다. 21일 언론공개회에 참석한 윤성용 국립중앙박물관장은 “메소포타미아 문명은 최초의 문자를 사용해 그 영향이 현대 사회까지 미치지만 많이 알려지지 않았다”면서 “이런 한계를 극복하고자 전시를 기획했다”고 말했다.
전시는 1부 ‘문화 혁신’, 2부 ‘예술과 정체성’, 3부 ‘제국의 시대’로 구성됐다. 전시관 내부는 사각형의 벽돌을 쌓았던 메소포타미아인들에게 영감을 받아 곳곳이 사각형 구조로 이뤄졌다.
이들이 문자 기록을 많이 남길 수 있었던 데는 환경이 큰 영향을 끼쳤다. 양희정 학예연구사는 “메소포타미아는 오늘날 이라크 주변 지역인데, 고온의 날씨라 점토판에 찍어 바깥에 말리면 금방 문서가 완성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쉽게 기록물을 남길 수 있다 보니 메소포타미아인들은 개인 인장을 만들어 일상적으로 쓰기도 했다. 1부의 ‘인장과 날인’ 코너에 가면 누가 더 멋진 인장을 가졌는지 대결을 펼치는 듯한 메소포타미아인들의 흔적을 볼 수 있다.
2부에서는 문자가 점토판을 넘어 왕의 조각상처럼 더 수준 높은 곳에 활용된 것을 볼 수 있다. 3부에서는 메소포타미아 문명을 대표하는 신-앗슈르 제국과 신-바빌리 제국의 대표적인 예술을 다뤘다. 특히 전시 끝부분의 ‘사자 벽돌 패널’ 2점은 웅장한 자태와 신비로운 색감으로 관람객들의 시선을 사로잡는다. 이번 전시는 한국고대근동학회와 협력해 통상적으로 알려진 지명과 인명 대신 당시 통용된 원어 발음에 최대한 가깝게 표현했다.
류재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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