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문투성이' 해군 대형 전투함 건조 사업 입찰전
중견 조선소 저가 수주로 군함 건조 업계 '시끌'
우려 반영, 방사청 지침 개정했지만 또 최저가 고수
"3·4번함 사업도 특정 업체가 따낼 수밖에" 아우성
[이데일리 김관용 기자] 해군의 차세대 호위함 건조 사업이 시끄럽다. 방위사업청(이하 방사청)이 저가 수주에 따른 사업 부실화 가능성을 차단하기 위해 관련 규정을 개정했지만, 내년부터 이를 적용키로 하면서다. 이에 따라 또 최저가 투찰을 할 것으로 보이는 특정 기업 수주가 예상되는 상황이다.
21일 조선 업계에 따르면 해군의 차세대 호위함인 울산급 배치-Ⅲ 3·4번함 건조 사업이 8월 중 공고될 예정이다. 2020년 3월부터 시작된 울산급 배치-Ⅲ 건조 사업은 이른바 ‘미니 이지스함’이라 불리는 최첨단의 3500톤급 호위함 6척을 도입하는 것이다. 해역함대 주력함으로 활약할 예정으로 필요시 기동부대 증원전력으로도 운용된다. 현대중공업이 설계 작업을 진행해 1번함을 건조하고 있다.
그런데 지난 해 12월 2번함 건조 사업은 이같은 대형 군함을 만들어 본적 없는 삼강엠앤티(M&T)라는 회사가 수주하며 논란이 일었다. 이 회사는 STX조선해양의 특수선 사업부문을 인수해 방위사업 시장에 뛰어든 중견 조선업체다. SK그룹(SK에코플랜트)에 인수될 예정이다. 기존 전투함 시장은 현대중공업, 대우조선해양, HJ중공업(옛 한진중공업) 등이 경쟁하고 있었는데, 파격적인 저가 투찰을 통해 이 업체가 승자가 된 것이다.
당시 3900억원 규모로 추산된 2번함 건조사업에서 대우조선해양은 3501억원, HJ중공업은 3515억원을 제시한 반면, 삼강엠앤티는 3353억원을 써 낸 것으로 전해졌다. 설계 및 연구개발 인력이 상대적으로 적고 외주인력에 상당수를 의존하고 있어 저가 입찰이 가능했던 것으로 보인다.
물론 후속함을 만드는 업체는 선도함 건조 업체로부터 설계도면을 받아 건조하기 때문에 설계 및 연구개발 인력이 적어도 된다. 그러나 울산급 배치-Ⅲ의 형상은 우리나라가 처음 만들어 보는 배다. 레이더와 적외선 추적 장비를 4면 고정형으로 설치한 복합센서 마스트를 탑재해 무게 중심이 위로 쏠린다. 아직 1번함도 완성되지 않은 상태에서 역량을 검증받지 못한 업체가 후속함을 수주하는 게 가능하냐는 논란이 일었다.
게다가 삼강엠앤티의 사전 원가 검토 미흡으로 장비 업체와의 계약이 어려워지자 방사청은 직접 비용을 들여 함정 업체와 장비 업체간 워크샵을 주관했다. 방사청은 “사업의 안정적 관리를 위한 것으로, 사업 관련 참여 기관 및 업체간 소통과 협업이 목적이었다”고 했지만, 이런 워크샵은 전례를 찾아보기 힘들다.
방사청 “내년에 개정 지침 적용” vs 업계 “말바꿔”
대형 조선업계는 저가 입찰에 따른 함정 성능과 품질 저하 우려를 제기하면서 방사청에 제도 개선을 요구했다. 저가 수주 경쟁으로 조선업계 영업이익은 극도로 악화된 상황이다. 이에 따라 방사청은 가격 경쟁보다는 성능과 품질을 중시하는 방향으로 관련 지침을 바꿨다. 후속함 사업에서도 기술, 인력, 사업 실적 등 함정건조 능력을 알 수 있도록 제안서 평가 방식을 적용한다는 게 골자다. 제안가격 역시 일정 범주 이내면 동일한 점수를 주는 방법도 도입할 것으로 알려졌다.
대형 조선업계 관계자들은 “삼강엠앤티 사업 수주로 불거진 논란에 따라 규정을 개정했기 때문에, 방산청은 울산급 배치-Ⅲ 3·4번함 건조 사업부터 이 규정을 시범 적용키로 했다”고 전했다.
하지만 방사청은 “최초 제도개선 적용방안을 검토한 것은 사실이지만, 특정 사업에 시범 적용하겠다고 결정한 바 없다”고 했다. 또 “제도 개선에 따른 사업일정 영향성 검토 결과, 제안요청서 작성과 기준 문서 수정 등 사업추진 준비 기간이 충분치 않아 연내 계약이 어려울 것으로 예상돼 내년 1월 1일 이후 공고 사업부터 개정 지침을 적용키로 했다”고 설명했다.
결국 3·4번함 건조 역시 기술 중심이 아닌 기존 최저가 입찰로 사업을 진행하겠다는 얘기다. 대형 조선업계는 ‘방사청이 말을 바꿨다’며 반발하고 있다. 이럴 경우 3·4번함 건조 사업 역시 삼강엠앤티가 수주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것이다.
방사청은 울산급 배치-Ⅲ 사업 관련 논란에 22일 차장 주관으로 정책회의를 개최할 예정이다. 방사청 관계자는 “함정사업 제도 개선과 관련해 함정 방산업체와 수차례 협의했고, 제도개선 방향에 모든 업체가 동의하고 이견을 제시한 바 없다”고 밝혔다. 하지만 조선업계 관계자는 “업계는 개정 지침 적용 시기에 합의한 적이 없으며 협의가 아닌 통보였다”면서 “회의 자리에서 고성이 오갔다”고 전했다.
김관용 (kky1441@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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