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조 감세카드 꺼낸 정부..건전성 관리·경제위기 극복 문제없나
기사내용 요약
정부, 세발심 열고 '2022년 세제 개편안' 발표
소득세·법인세·종부세 등 2024년까지 감소 전망
재정 부담 가능성 고개…올해 나랏빚 1000조 넘겨
"세입·세출 균형 맞춰야…재정준칙 법제화 필요"
[세종=뉴시스] 이승재 기자 = 정부가 법인세, 소득세, 증권거래세, 종합부동산세(종부세) 등 각종 세 부담을 완화해주면서 2024년까지 약 13조원의 세금을 덜 걷기로 했다. 기업의 부담을 줄이고 민생을 안정시켜 장기적으로는 국세 수입(세수)이 늘어나는 선순환 구조를 구축하겠다는 계획이다.
당장 재정 건전성 측면에서는 부정적일 수밖에 없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경기 회복 과정에서 씀씀이가 커졌는데 앞으로 들어올 돈은 줄어든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정부는 허리띠를 졸라매 지출을 줄이겠다고 했지만 당분간 저성장 기조가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도 나온다.
기획재정부는 지난 21일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세제발전심의위원회 전체회의를 열고 이런 내용을 담은 '2022년 세제 개편안'을 발표했다.
2024년까지 소득세·법인세 등 감소…"세 부담 완화"
세목별로는 소득세와 법인세가 각각 2조5000억원, 6조8000억원 줄어들게 된다. 이는 전체 세수 감소 효과의 약 71%를 차지하는 수준이다. 이외에 증권거래세와 종부세가 각각 1조9000억원, 1조7000억원 덜 걷힐 것으로 내다봤다.
정부는 세수 증가 속도가 가팔라 세 부담을 줄이는 방향으로 과세 체계를 정비할 수밖에 없었다는 입장이다.
특히, 이전 정부에서 세제를 과도하게 정책 수단으로 활용해 조세원칙을 훼손했다는 데 주목했다. 대기업, 다주택자 등 특정 계층을 대상으로 세제를 운용해 제도가 복잡해지고 과세 형평을 저해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실제로 우리나라의 조세부담률은 2015년 17.4%에서 2020년 20.0%까지 2.6%포인트(p) 뛰었다. 같은 기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8개국 평균은 24.3%로 0.2%p 올랐다.
또한 올해 세수는 396조6000억원이 걷힐 것으로 예상되는데 이는 2년 전인 2020년(285조5000억원)에 비해 100조원이 넘게 늘어난는 액수다. 이전에 세수가 100조원 증가하기까지 걸린 기간은 약 10년으로 2011년에 192조4000억원을 기록한 바 있다.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번 세제 개편의) 경제 효과에 관해 단선적으로 말하기는 굉장히 어렵지만, 기업 투자 확대를 유도하고 우리 경제 성장에 선순환을 가져오는 것은 분명하다"고 설명했다.
예산 600조에 나랏빚은 1000조…세수 감소 부담될 듯
올해 우리나라의 총예산은 607조7000억원으로 역대 가장 많은 수준이다. 한 해 예산이 600조원을 넘긴 것도 이번이 처음이다. 여기에 상반기에 편성된 2차례 추가경정예산(추경) 규모만 80조원에 달한다.
이는 소상공인 손실보상 등 코로나19로 침체된 경제 위기 극복을 위해 불가피한 지출이었다. 다만 정부 지출이 늘어나는 과정에서 나랏빚도 1000조원을 넘겼다.
올해 우리나라의 국가채무는 1067조3000억원으로 추정되며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비율은 49.6%까지 오르게 된다.
문재인 정부 출범 첫해인 2017년과 비교하면 국가채무는 약 400조원 증가한 수준이다. 같은 기간 국가채무비율은 13%p가량 뛰었다. 이 비율이 30%대에 진입한 시기가 2011년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최근 상승 속도는 가파르다.
이러한 추세는 당분간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국회예산정책처는 '2021년 중기재정전망'에서 2025년 우리나라의 국가채무비율이 GDP의 60.1%에 달하고, 2030년에는 78.9%까지 오를 것으로 점쳤다.
이번에 세수가 줄어든 만큼 예산을 깎지 못하면 나랏빚이 늘어나는 속도는 이보다 더 빨라질 수 있다는 뜻이다. 더군다나 저성장·저출산·고령화 등 우리 경제·사회 구조적 문제에 대응하기 위한 재정 소요는 지속적으로 늘어나는 중이다.
안창남 강남대 세무학과 교수는 "재정준칙을 법제화해 최소한 세입 범위 안에서 세출이 이뤄지게 하거나, 세출 규모가 정해진다면 거기에 맞춰서 세입을 해야 한다"며 "세입과 세출 균형이 이뤄져야 국가채무도 줄어들고 재정 건정성도 확보될 것"이라고 전했다.
현재 정부는 재정을 관리하기 위한 '재정준칙'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
이는 나라살림이 일정 수준 이상 악화되지 않도록 국가채무 등의 수량을 정해두는 제도로, 나랏빚이 과도하게 늘어나지 않도록 법으로 못 박아 두겠다는 의미다.
이와 함께 강력한 지출 구조조정도 추진될 것으로 보인다.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거나 관행적으로 진행된 보조 사업을 줄이고, 코로나19 관련 한시 사업 등을 정상화하는 식이다. 이를 통해 매년 정부가 손댈 수 있는 재량지출의 10% 이상을 줄일 계획이다.
김우철 서울시립대 세무학과 교수는 "새 정부 첫 해이니 국정과제 신규 예산 소요가 있을 것이고 고금리, 경기 둔화에 따른 취약계층 지원 등도 고려해야 한다"며 "기존 예산의 상당 부분을 삭감해야 하는 고강도 지출 구조조정 난이도가 더 올라갔다"고 진단했다.
추 부총리는 "기업과 중산·서민층의 세 부담을 줄여주면서 일정 부분 세수 감소로 나타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는 우리의 투자 확대와 성장 기반을 확충하는 것이기 때문에 시간을 두면 세수 확대로 나타날 것이고 이는 재정 건전성에도 기여할 수 있다"며 "충분히 소화 가능한 수준의 세수 감소가 이뤄졌다"고 덧붙였다.
☞공감언론 뉴시스 russa@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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