光州교육청 '유·초등생 방학중 무상급식' 번복 논란

김성현 기자 2022. 7. 22. 04:50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이정선 교육감 '2호 정책'.. 급식종사자·교육단체 반대로 사실상 무산
전국교직원노동조합 광주지부가 지난 18일 광주광역시교육청 앞에서 “방학 중 무상 급식을 졸속 추진해 학교 현장의 혼란을 초래했다”며 책임자 문책과 교육감의 사과를 요구하는 피켓시위를 벌였다. /뉴시스

이정선 광주광역시 교육감이 추진한 ‘유치원·초등생 방학 중 무상 급식’을 두고 논란이 일고 있다. 이 교육감이 취임 직후 ‘2호 정책’으로 추진했지만 급식 종사자·교육 단체의 반대 등에 부딪혀 사실상 무산되면서 책임론까지 제기됐다. 교육 단체들은 ‘교육 현장에 혼란만 야기했다’며 사과와 책임자 문책을 요구하고, 시의회는 준비와 소통 부족을 질타했다. 취임과 동시에 ‘17개 시도 중 최초’라며 의욕적으로 추진하려던 정책이 좌초하면서, 이 교육감의 정책 추진 동력이 타격을 입게 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광주시교육청은 지난 10일 초등 돌봄교실 참여 학생과 공립 유치원 방과 후 원생을 대상으로 여름방학 중 무상 급식을 실시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시교육청에 따르면, 무상 급식은 학교 급식실을 통해 직접 점심을 제공하는 ‘직영’과 외부 업체에서 도시락이나 단체 음식을 배달해 식사하는 ‘위탁’ 방식을 병행할 계획이었다. 급식 대상은 초등학교(150교) 돌봄교실 참여 학생과 공립 유치원(126곳) 방과 후 유치원생 등 모두 1만명가량이었다. 시교육청은 여름방학 무상 급식을 위해 모두 23억4000만원을 학교 회계 전출금으로 교부할 계획이었다. 시교육청은 지난 8일 각급 학교에 방학 중 학교 급식 추진 방안에 대한 공문도 보내, 학교운영위원회 심의와 조리 종사자의 방학 중 근로 동의를 거쳐 급식 방식을 최종 결정하도록 했다.

하지만 시교육청 방침에 대한 반대 여론이 불거졌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 광주지부와 공무원노동조합 교육청 본부 광주지부, 일선 학교 조리사·조리원 등이 소속된 학교비정규직노동조합 광주지부 등은 “이 교육감이 취임 직후에 ‘방학 중 학생 학교 급식 제공 지침’을 각 학교에 일방적으로 하달했다”며 “이는 급식실의 강도 높은 노동과 열악한 근무 조건에서 일하는 급식 노동자의 일방적 희생을 강요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광주교원단체총연합도 광주교총은 “(무상 급식)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시행 이전에 자치단체, 학교 급식 관계자 등과 충분한 협의를 거치지 않아 학교 현장에서 혼란을 부추기고 있다”고 주장했다. 광주교사노조도 “방학 중 돌봄 대상 어린이 지원은 교육청과 학교의 일이 아니라 구청과 동사무소의 일”이라고 했다.

이정선 광주광역시 교육감

결국 시교육청은 정책 발표 나흘 뒤인 지난 14일 직영 급식을 신청한 유치원과 초등학교만을 대상으로 방학 중 무상 급식을 시범 운영하기로 했다고 계획을 번복했다. 시교육청은 “일선 학교가 급식실 운영에 어려움을 호소한 데다, 코로나 재유행, 폭증하는 식중독 등 여러 가지 상황을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결국 여름방학 중 무상 급식은 유치원 10곳, 초등 1곳 등 11곳에서만 시범 운영될 예정이다. 당초 ‘276교·원 1만여 명에 대해 무상 급식을 실시하려는 계획이었지만 나흘 뒤 ‘11교·원 시범 운영’으로 쪼그라든 것이다.

이렇게 되자 교육 단체 등은 “방학 중 급식을 시행하겠다고 공문까지 발송하며 밀어붙였던 이 교육감이 수일 만에 정책을 철회해 학교 행정이 혼란에 빠졌다”며 책임자 문책과 사과를 요구하고 나섰다. 전교조 광주지부는 “학교 구성원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이번 방학부터 모든 학교에서 실시하겠다는 고집을 부리다 결국 혼란만 초래하고 전면 시행을 포기했다”며 “일방적 정책 추진에 대해 담당자를 문책하고 교육감은 사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광주광역시의회도 지난 20일 상임위를 열어 방학 중 무상 급식 무산과 관련, 사전 준비와 협의(소통) 부족을 질타했다. 심철의 의원은 “사전 준비가 부족했다. 운영 시스템과 시설 점검도 이뤄지지 않았고, 의회와 협의도 없었다”고 지적했다. 이귀순 의원은 “현 상황에서 방학 중 무상 급식 전면 추진은 무리가 될 수 있어 지금부터라도 진지하게 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교육감은 “맞벌이 부부가 급증하고 있는 시점에서 방학 중 아이들에게 따뜻한 밥 한 끼는 큰 힘이 될 것으로 보여 무상 급식을 추진했으나 협의가 부족한 부분이 있었다”며 “시범 운영 상황을 모니터링하고 관련 단체 등과 협의체를 구성해 현장 의견을 수렴한 뒤 겨울방학 무상 급식 시행 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Copyright © 조선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