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립학교 법인들, 개정사학법 헌법소원 이어 가처분신청

김연주 기자 2022. 7. 22. 04: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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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私學 교사 채용 때 1차 필기시험 교육청에 맡기는건 자율성 침해"
신규 채용 앞두고 저지 총공세

사립 초·중·고교들이 교사를 새로 뽑을 때 1차 필기시험을 반드시 시도교육청에 넘기도록 한 사학법 개정안에 대해 이번엔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냈다. 지난 3월 위헌 청구 소송을 낸 데 이어 두 번째 법적 대응이다. 곧 내년도 신규 교사 채용 절차가 시작되기 때문에 총력 저지에 나선 셈이다.

전국 사립학교 법인 498곳과 학부모 20명, 학생 10명 등은 지난 19일 사립학교 53조의2 11항에 대한 효력 정지 가처분 신청을 헌법재판소에 냈다. 지난해 8월 바뀐 이 조항은 사립학교들이 자율적으로 하던 교사 채용을 반드시 교육청을 거치도록 하는 내용이다.

교사 채용 절차인 1차 필기 시험, 2차 수업 시연, 3차 면접 중 1차 필기 시험을 반드시 교육청이 맡도록 하는 것이다. 교육청들은 바뀐 조항에 따라 오는 11월 공립 교사 임용 시험 필기 고사를 실시할 때 사립학교 교사들도 같이 뽑을 예정이다. 수험생들이 원서를 제출할 때 공립학교만 지원할지, 공·사립 둘 다 지원할지, 사립만 지원할지 선택하고 시험을 치는 형식이다.

개정안은 일부 사립학교에서 교사를 채용할 때 시험지를 유출하는 대가로 돈을 받는 등 채용 비리가 끊이지 않자 이를 원천 봉쇄하겠다는 취지로 만들었다. 이전에는 시도교육청에 위탁하면 행정·재정 지원을 하는 식으로 유도했지만, 이를 아예 법으로 의무화했다. 하지만 “소수 사학 법인 비리를 막겠다고 전체 사학 자율성을 침해하는 게 과연 온당하냐”는 반발이 거셌다. 지난해 8월 법 통과 당시에도 국민의힘 의원들은 반대 의사를 보이며 퇴장했고, 더불어민주당 의원들만 남아 가결했다.

특히 종교계 학교들 불만이 크다. 교육청에 시험을 위탁하면 건학(建學) 이념에 맞는 인재를 뽑는 데 어려움이 생긴다는 주장이다. 기독교 재단 사학 관계자는 “교육청을 거쳐온 필기시험 합격자들이 다 불교 등 비(非)기독교 신자들이라면 난감해진다”면서 “이러려고 학교를 세우고 운영하느냐는 말이 내부에서 나올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사학법인들은 가처분 신청서에 “필기시험 합격자가 사립학교 건학 이념에 맞지 않거나 오히려 건학 이념에 적대적인 사람만 있다면 교사를 뽑을 수 없고, 혹시 건학 이념에 안 맞는 사람을 선발하게 되면 사립학교 운영에 중대한 위기가 생길 수 있다”고 적었다.

지난해 개정된 사학법에는 교사 필기시험 위탁 의무화뿐 아니라 교육청이 사학법인 임원 자격을 취소할 권한을 강화하고, 교사뿐 아니라 사무직원 징계까지 요구할 수 있도록 하는 등 사학 규제 조항들이 다수 포함됐다. 이에 사학들은 “헌법이 보장한 사립학교 운영 자유를 침해한다”면서 전체 법 개정을 대상으로 위헌 청구 소송을 냈지만 결론이 언제 날지 알 수 없게 되자 이번에 필기시험 의무 위탁 건만 우선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냈다. 곧 내년 교사 선발 절차를 시작해야 하는 상황에서 교육청에 위탁해 교사를 채용한 다음 위헌 판결이 나면 이미 뽑은 교사들을 해고할 수도 없고 타격을 감수해야 한다는 판단 때문이다.

실제 경기교육청은 법 개정과 상관 없이 자체적으로 작년부터 1차 필기시험뿐 아니라 사립학교 교사 채용 전 과정을 교육청이 맡는 제도를 도입했다. 강제는 아니었지만, 자체적으로 교사를 선발한 학교엔 신규 채용 교사 인건비를 지급하지 않는 방법으로 사실상 강제했다. 하지만 법인들은 건학 이념에 맞지 않는 교사가 뽑힐 수 있다는 이유 등으로 지난해 신규 채용을 거의 하지 않았다.

교육청 위탁 채용 조항에 문제가 있다는 목소리는 진보 성향 교육감 사이에서도 나오고 있다. 조희연 서울교육감은 종교계 사립학교들이 교사 채용에서 자율성을 확대하는 방안을 선거 때 공약했고, 현재 구체적 방법을 검토 중이다.

김승제 한국사립초중고등학교법인협의회 회장은 “사학 비리는 당연히 형사 처벌로 엄벌해야 하지만, 일부 비리를 빌미로 전체 사학의 자유를 박탈하는 것은 세계 어느 나라에서도 유례를 찾아볼 수 없다”면서 “지나친 사학 규제가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의 가치를 훼손하고 헌법정신을 훼손하는 선례가 되고 있다”고 말했다.

신택수 명지대 청소년지도학과 교수는 “급변하는 환경에 대응해 학생들의 다양한 잠재력을 키워주려면 학교들이 자율성과 책무성을 갖고 스스로 움직여야 하는데, 우리나라 교육은 지나치게 획일화되어 있고 국가 중심적으로 운영된다”면서 “교사 채용까지 정부가 일일이 간섭하는 것은 이런 상황을 더욱 악화시킨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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