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재선 이래라, 대법선 저래라.. 두 기관 핑퐁에 사법신뢰 추락"

김정환 기자 2022. 7. 22. 0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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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조계 커지는 우려

헌법재판소가 그동안 대법원 판결을 취소하라고 다섯 차례 결정했지만, 대법원은 관련 재판을 취소한 적이 없다. 헌재가 처음으로 ‘대법원 판결 취소’ 결정을 내린 것은 지난 1997년이었다. 당시 헌재는 이길범 전 의원이 낸 양도 소득세 부과 취소 소송과 관련해 판결 취소 결정을 했다. 헌재가 과세 근거가 된 세법 조항에 대해 한정 위헌 결정을 내렸는데, 법원이 이를 반영하지 않고 재판했기 때문에 판결을 취소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당시 대법원은 헌재의 판결 취소 결정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헌재가 법원의 법령 해석·적용 권한을 침해할 수 없다”는 것이었다. 헌재와 법원이 ‘힘 겨루기’를 하면서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동안 국세청이 이 전 의원 세금을 다시 매기면서 사건이 마무리됐다.

헌재의 두 번째 ‘대법원 판결 취소’ 결정은 지난달 30일 나왔다. 제주도 통합영향평가심의위원회 민간 위원을 지낸 A씨를 뇌물죄로 처벌한 법원 재판을 헌재가 취소했다. 앞서 헌재는 “뇌물죄는 공직자 범죄인데, 당시 민간 위원인 A씨를 공무원으로 해석하는 것은 위헌”이라며 한정 위헌 결정을 내렸다. 이후 A씨는 헌재 결정을 근거로 광주고등법원과 대법원에 재심을 청구했지만 모두 기각당했다. 이에 A씨가 헌재에 법원 판결을 취소해 달라는 헌법소원을 내자, 헌재가 판결 취소를 결정한 것이다. 이에 대해 대법원은 지난 6일 “대법원을 최종심으로 하는 심급 제도를 사실상 무력화하는 것”이라며 반박했다. 판사 출신 변호사는 “A씨가 헌재의 재판 취소 결정에 따라 법원에 재심을 청구하더라도 받아들여지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했다.

헌재가 21일 GS칼텍스, 롯데DF리테일, KSS해운 등이 ‘대법원이 위헌인 법률을 근거로 세금을 내라고 판결하는 바람에 헌법상 기본권인 재판 청구권을 침해당했다’고 낸 헌법소원에 대해서도 “대법원 판결을 취소한다”고 했지만, 이 기업들이 법원에서 구제받을 가능성은 사실상 없는 것으로 보인다. 법조계에서는 “헌재와 대법원이 사건을 서로 주고받기만 하는 상황이 되풀이되면서 재판 당사자만 힘들어지고, 사법부 전체에 대한 국민의 신뢰는 점점 떨어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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