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까지 '돌파 감염'..美서 심각하게 재확산하는 코로나19

정성호 2022. 7. 22. 04: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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州 정부들은 주민 피로감 탓에 방역 규제 부활에 '미온적'
지난 5월 시카고국제공항에 착륙한 뒤 마스크 벗는 조 바이든 미 대통령 [AFP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샌프란시스코=연합뉴스) 정성호 특파원 = 미국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재확산하면서 조 바이든 대통령마저 감염을 피해가지 못했다.

바이든 대통령의 확진 판정은 오미크론의 하위 변이로 지금까지 나온 각종 변이 중 전염성이 가장 강하다고 평가되는 BA.5가 미국에서 우세종으로 올라선 가운데 나온 것이다.

미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이달 10∼16일 미국에서 발생한 신규 코로나19 확진자 가운데 77.9%가 BA.5 감염자인 것으로 추정했다. 4명 중 3명 이상이 BA.5에 걸렸다는 것이다.

다만 이번 확산의 특징은 공식 집계된 확진자 수로는 그 규모를 가늠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뉴욕타임스(NYT) 집계에 따르면 20일(현지시간) 기준 미국의 7일간의 하루 평균 신규 확진자는 12만7천700여명으로 지난겨울의 오미크론 대확산 때와 견주면 크게 낮은 수준에서 횡보하는 양상이다.

오미크론 때는 정점 당시 하루 80만6천795명(1월 14일)의 신규 확진자가 나왔다.

그러나 보건 전문가들은 이를 '통계적 착시 현상'으로 판단하고 있다.

공식 통계에 잡히지 않는 간이 검사키트를 통한 자가검사가 보급되면서 실제보다 확진자 수가 과소집계되고 있다는 것이다.

일부 전문가나 연구소 등은 실제 확진자 규모는 집계치의 7∼10배에 달할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또 확진자 수와 달리 하루 평균 입원 환자나 사망자는 상승 곡선을 그리고 있다.

美 6월21일부터 5세 미만 영유아에 코로나19 백신 접종 개시 [로이터 연합뉴스 자료사진]

NYT 데이터를 보면 20일 하루 평균 입원 환자는 4만1천852명으로 2주 전보다 19%, 하루 평균 사망자는 426명으로 32% 각각 증가했다.

검사 건수 중 양성 판정 비율도 빠르게 상승하고 있다.

CDC가 분류하는 지역사회 코로나19 위험 수준 평가에서는 미국 전체 카운티의 35%가 '고위험' 등급에 해당하는 것으로 나왔다. 이들 35% 카운티에는 미국 인구의 55%가 거주하고 있다.

CDC는 이런 고위험 지역에선 실내에서 마스크를 쓰라고 권고하고 있지만 주(州) 정부 차원에서 마스크 의무화를 시행 중인 곳은 하나도 없다.

BA.5는 특히 지금까지 알려진 어떤 변이보다 전파력이 강하고, 백신 접종 또는 자연감염을 통한 면역을 잘 회피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날 확진 소식이 알려진 바이든 대통령도 1차 접종을 마친 뒤 부스터샷(추가 접종)을 두 차례나 맞았지만 감염을 피하지 못했다. 백신의 면역력을 뚫고 '돌파 감염'이 이뤄진 것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정기적으로 코로나19 검사를 받아왔고, CDC의 지침도 지켰지만 결국 확진 판정을 받았다.

다만 바이든 대통령은 최근 활발한 대외활동에 나서며 다른 사람과 많은 접촉을 가져왔다.

지난주에는 이스라엘과 사우디아라비아를 잇따라 방문해 외국 정상들과 악수를 하거나 포옹했다.

또 백악관에서 많은 사람이 참여하는 행사를 주관했고, 전날엔 매사추세츠를 방문하기도 했다.

기후 변화 대책 밝히는 바이든 (서머셋 AP=연합뉴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0일(현지시간) 매사추세츠주 서머셋에 있는 브레이턴 발전소를 방문해 기후 변화와 청정 에너지를 언급하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현재 미국의 기후 변화를 비상 상황으로 규정하고 대규모 인프라 투자를 비롯한 대책을 발표했다. 이에 따라 23억달러(약 3조176억원) 규모의 연방재난관리청(FEMA) 자금을 투입, 기후 변화 및 고온 현상에 대처할 기간 시설 투자에 나설 방침이라고 밝혔다. 2022.07.21 jsmoon@yna.co.kr

이렇게 대통령까지 코로나19에 감염되면서 심각성이 다시 부각되고 있지만, 실제 방역 정책을 수행하는 최전선인 주(州) 정부들은 아직 엄격한 방역 규제를 재도입하는 데 미온적이다. 방역 규제에 대해 누적된 국민들의 피로감 탓이다.

케이시 호컬 뉴욕 주지사는 입원 환자와 사망자가 증가하자 20일 몇 달 만에 코로나19 브리핑을 열었지만 9월 개학이 예정된 학교에 마스크 착용을 의무화하지는 않았다.

호컬 주지사는 다만 버스·지하철 등 대중교통수단에 대한 마스크 의무화는 유지했다.

그는 현재로선 코로나19가 통제 가능한 수준이며 방역 대책을 수정할 필요는 없다고 강조했다.

코로나19 경고 수준이 '높음'으로 상향 조정된 시카고의 앨리슨 아와디 보건국장은 "항상 '늑대가 나타났다'고 소리칠 수는 없다"며 마스크 의무화를 도입하기 전에 병원이 환자로 압도되는지를 먼저 지켜보겠다고 말했다.

또 워싱턴주 킹카운티의 제프리 두친 보건국장은 최근 마스크 착용 의무화 재도입을 논의 중이라면서도 대중들이 자발적으로 마스크를 쓰도록 하는 것을 선호한다고 밝혔다.

두친 국장은 "사람들에게 이거 하라, 저거 하라고 강요하는 의무화 조치를 무한하게 내릴 수는 없다"고 말했다.

다만 캘리포니아주는 예외적으로 방역 규제를 강화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LA)카운티는 코로나19 사망자가 2배로 늘자 이르면 이달 말께 실내 마스크 착용 의무화를 부활시키려 하고 있다.

또 CDC는 올겨울에 닥칠 것으로 예상되는 코로나19의 대확산을 앞두고 백신 제조사들에 부스터샷을 업데이트하라고 권고했다.

오미크론의 하위 변이인 BA.4와 BA.5를 표적으로 삼아 개발된 '맞춤형 백신'을 개발하라는 것이다.

미 대중교통 마스크 착용 의무화 [EPA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sisyph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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