靑, 선박 나포도 하기 전에 어민 북송 계획한 의혹

김형원 기자 2022. 7. 22. 04: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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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죄 탈북자 북송 사례, 국정원에 미리 문의
"文대통령 출국 전 조사 끝내라" 나포 하루 전 국정원에 지침
거짓말 탐지기·어선 정밀 수색 계획했지만 북송 지시에 취소
北에 친서 건넨 윤건영 상황실장 "나포 전에 준비, 추방과 무관"

문재인 정부 청와대가 귀순 어민의 배를 나포하기 하루 전인 2019년 11월 1일 국가정보원에 “문재인 대통령이 (3일) 순방을 떠나기 전에 조사·보고해야 한다”는 지침을 전달한 것으로 21일 알려졌다. 같은 날 청와대는 국정원에 ‘과거 중대 범죄를 저지른 탈북자를 추방한 사례가 있느냐’고 문의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당시 청와대가 귀순 어민들을 붙잡기도 전에 ‘흉악범 강제 북송’이란 각본을 마련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다.

2019년 11월 강제 북송된 귀순 어민들이 타고 온 17t(톤)급 오징어잡이 어선. /통일부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청와대 국가안보실은 귀순 어민 나포 전날에 이어 당일(11월 2일)에도 국정원에 “대통령이 순방 가기 전에 조사·보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당시 문 대통령은 11월 3~5일 태국에서 열린 아세안+3(한·중·일) 정상회의와 동아시아정상회의(EAS) 참석을 앞두고 있었다. 합동 조사를 주도하는 국정원에 “대통령 출국 전에 귀순자 북송 계획을 제출하라”며 사실상 ‘귀순 어민 처리 가이드라인’을 제시한 셈이다.

당시 청와대 안보실이 어민 나포 전날 ‘중대 범죄 탈북자 추방 사례’를 미리 문의한 것은 어민들의 귀순 의사와 상관없이 강제 북송 방침을 일찌감치 세운 것이란 관측에 무게를 싣는 정황이다. 실제 문재인 정부는 통상 수 주 걸리는 귀순자 조사를 3일 만에 끝내고 11월 7일 서둘러 북송했다.

청와대가 정보 당국에 탈북자 강제 추방 사례를 문의했을 무렵 귀순 어민의 배는 동해 북방한계선(NLL) 인근에서 우리 해군의 퇴거 작전에 쫓기고 있었다. 문재인 정부 인사들은 “북 어민 배가 우리 해군을 보고 도망 다닌 건 귀순 의사가 없다는 의미”라고 했지만 실제 귀순 어민들은 해군의 ‘경고 사격’을 ‘조준 사격’으로 오인해 일시적으로 피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이 우리 군의 경고 사격에도 2박 3일간 NLL 주변을 맴돌며 남하(南下) 시도를 멈추지 않은 것은 오히려 귀순 의도가 분명했다는 정황으로 해석된다.

지난 2019년 11월 7일 오후 3시 경기 파주 판문점에서 촬영된 탈북어민 강제북송 당시 사진. 탈북 어민한 명이 군사분계선을 넘으며 북송되지 않기 위해 버티자 북측 병사 두명이 팔을 잡아 끌고 있다./통일부

문재인 정부 주장대로 귀순 어민들이 16명을 집단 살해한 혐의가 있다면 선박 등에 대한 정밀 조사가 필수적이었다. 당시 합동 조사팀도 선박과 어민에 대한 혈흔·유전자(DNA) 채취가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또 귀순 어민들을 상대로 거짓말탐지기 조사를 계획했다고 한다. 그러나 ‘윗선’에서는 처음부터 강제 북송 결론이 정해진 것처럼 몰아갔다고 한다. 증거인멸 우려에도 문재인 정부는 나포 당일 165분간(오후 7시 15분~오후 10시) 핵심 증거인 오징어잡이 어선을 소독했다.

강제 북송은 11월 4일 노영민 대통령 실장이 주재한 청와대 대책회의에서 최종 결정된 것으로 전해졌다. 당시 합동 조사에 참여했던 국정원 직원들은 검찰 조사에서 “갑자기 북송 지시가 내려와서 황당했다” “조사할 것이 더 있었는데도 갑자기 중단됐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문재인 정부는 11월 5일 오후 4시 서호 당시 통일부 차관 명의의 전통문을 북에 보내 “어민들을 북송하겠다”고 했다. 오후 6시엔 김정은 국무위원장을 부산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11월 26일)에 초청하는 문 대통령의 친서를 전달했다. 강제 북송이 김정은 초청을 위한 ‘환심 사기’ 차원에서 이뤄졌을 가능성을 뒷받침하는 정황이다. 윤건영 당시 청와대 국정기획상황실장(현 더불어민주당 의원), 김상균 당시 국정원 2차장이 판문점에서 리현 북한 통일전선부 실장을 만나 친서를 건넨 것으로 알려졌다.

윤건영 더불어민주당 의원/뉴스1

하지만 북측은 11월 21일 돌연 “형식적인 북남 수뇌 상봉은 하지 않는 것만도 못하다”며 부산 초청을 걷어찼다. 이어 “문 대통령이 특사라도 방문하게 해달라고 간절한 청(請)을 몇 차례나 보내왔다”면서도 “(남조선 당국이) 죄스러운 마음으로 삼고초려를 해도 모자랄 판국”이라고 질책했다. 북의 폭로가 없었다면 친서 전달 사실은 지금까지 비밀에 부쳐졌을 가능성이 크다.

윤건영 의원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김정은 위원장에 대한 친서를 준비한 시기는 흉악범죄자(귀순 어민) 2명이 우리 해군에 나포되기도 전이었다”며 “이들의 신병을 확보하기도 전인데 친서 발송과 추방이 무슨 관련이 있느냐”고 했다.

반대로 탈북 외교관 출신인 국민의힘 태영호 의원은 “귀순 어민들이 나포가 되기 전부터 문재인 정권은 ‘흉악범이라 강제 북송한다’는 시나리오를 사전에 세웠던 것”이라며 “북한 김정은을 부산에 초청하기 위한 인신공양(人身供養)이나 다름없다”고 했다.

정부 핵심 관계자는 “정보 분석 결과 북송 며칠 뒤에 주민들에게 따로 알리지 않은 채 처형이 이뤄졌다”고 했다. 이와 관련, 정의용 전 청와대 안보실장은 지난해 국회에서 “애당초 이런 사람(귀순 어민)들은 제 판단으로는 NLL에서 나포하지 않았으면 좋았을 뻔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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