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판쟁점 된 손배소 … 노조 “지도부만 법적책임” 사측 “무리한 요구”

김강한 기자 2022. 7. 22. 03: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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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업책임 놓고 이견… 대우조선 협상 난항
임금인상은 4.5%로 합의했지만
노조, 조합원 다수 책임면제 요구
사측 “그랬다간 주주에 소송당해”
공권력 투입은 양측 모두에 부담
정부 중재로 막판 합의 가능성도
독 둘러보는 경찰들 - 21일 오후 경남 거제시 대우조선해양 옥포조선소 1독 내부를 경찰들이 둘러보고 있다. 경찰은 전날 금속노조 총파업에 대비해 현장에 660여 명을 배치했고, 이날 협상 결렬에 대비해 병력을 960명으로 늘리는 등 공권력 투입 준비를 했다. 민주노총 금속노조 산하 대우조선 하청지회는 ‘임금 30% 인상’을 요구하며 이날로 50일째 옥포조선소를 불법 점거하고 있다. /뉴스1

민주노총 금속노조 하청지회의 경남 거제 대우조선해양 옥포조선소 1독(dock·배를 만드는 작업장) 불법 점거 사태를 해결하기 위한 노사 협상 6일째인 21일, 최대 쟁점은 일부 노조 집행부에게만 법적 책임을 물어달라는 하청지회의 제안이었다. 이번 사태로 대우조선해양은 매출 손실 5700억원 포함, 7100억원이 넘는 피해를 보고 있지만 파업에 가담한 조합원 대다수를 면책해달라는 얘기다. 하청지회는 협력업체를 상대로는 민형사상 소송을 일절 제기하지 않는다는 부제소 합의를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측과 노조 측은 21일 오전부터 이 제안을 놓고 협상과 정회를 반복하면서 협상 타결을 위해 온종일 바쁘게 움직였다. 하지만 이날 밤까지 양측은 의견을 좁히지 못한채 협상을 마쳤고, 22일 오전 협상을 재개하기로 했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공권력이 투입되는 사태까지 벌어진다면 노조는 물론이고 대우조선해양과 협력업체 모두 상당한 타격을 입게 된다”고 말했다.

◇임금 협상은 합의, 손배소가 막판 쟁점

당초 임금 30% 인상을 요구하며 불법 점거에 들어갔던 하청지회는 지난 16일 시작된 협력회사협의회와의 협상 과정에서 임금 4.5% 인상으로 사측과 합의를 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양측은 불법 파업에 대한 책임 범위를 놓고 의견 차이를 보였다.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하청지회는 대우조선해양에 “일부 노조 집행부에 대한 손해배상 책임 요구는 받겠지만 파업에 참여한 노조원 100여 명에 대한 손해배상 소송은 철회해 달라”고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50일째 이어지고 있는 이번 불법 파업에는 협력업체 근로자 총 1만1000여 명 가운데 120여 명이 가담하고 있다.

대우조선해양은 하청지회의 요구를 쉽게 받아들이기 어려운 상황이다. 대우조선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이번 사태로 발생한 손실이 7000억원을 넘는 상황에서 하청지회의 요구를 받아준다면 대우조선해양 경영진은 주주들에게 배임으로 소송을 당하게 될 것”이라면서 “하청지회 요구를 받아들이더라도 법적인 문제가 없을 것인지 회사 차원에서 법률 검토에 들어간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협력업체 대표들도 비슷한 입장이다. 하청지회 조합원이 최소 1명 이상 포함된 협력업체는 22곳인데 상대적으로 피해가 큰 업체들을 중심으로 ‘법적 책임을 끝까지 물어야 한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권수오 대우조선해양 협력사 대표는 20일 밤 취재진에게 “회사 차원에서 사규에 의한 처리 없이, 소 제기도 하지 않는 것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협력사 대표들의 의견이 있다”며 “파업과 관련해 민형사상 책임을 묻지 않겠다는 조항에 합의된 것은 전혀 없다”고 했다. 다만 일각에선 공멸을 막기 위해 협력업체가 양보할 가능성도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날 선 공방 속 극적 타결 가능성도

하청지회의 부제소 합의 제안에 대해서는 비(非)조합원인 협력업체 소속 근로자들 내부에서도 반발이 있는 상황이다. 한 협력업체 관계자는 “하청지회 조합원들이 출근하는 비노조원인 동료 근로자들을 작업장에 들어오지 못하게 막는 과정에서 심한 몸싸움을 했다”면서 “이들이 아무 일 없었던 것처럼 회사로 돌아와서 같이 일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윤장혁 금속노조 위원장은 21일 오전 협상을 마치고 나와 “노조가 거의 다 양보한 상태에서 손해배상 문제마저도 이렇게 나온다면 선택 여지가 없다”며 “공권력이 들어오는 것과 관계없이 민주노총과 금속노조는 정권을 상대로 싸울 수밖에 없다”고 했다. 김형수 민주노총 금속노조 소속 거제·통영·고성 하청지회장도 “하청업체 손해배상 문제가 갑자기 대두되는 것을 납득할 수 없다”며 “손해배상은 결국 노동조합과 노조원 개개인의 삶을 파괴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양측 입장이 대립하고 있지만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이 19~20일 연속으로 대우조선해양을 찾아 물밑 협상 조율에 나서는 등 정부가 적극 대화를 중재하고 있고, 노사 모두 공권력 투입에는 부담을 느끼는 상황이라 극적인 협상 타결 가능성도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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