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 먹거리' 반도체 클러스터 속도.. 韓 실리콘밸리 꿈꾼다 [지방기획]
SK하이닉스 120조 투자 4개동 신설
2027년 가동 땐 차세대 메모리 생산
소부장 업체 입주.. 교통 인프라 확충
반도체 고교 신설 등 우수 인재 양성
8개 지자체 'K-반도체 벨트' 완성 협약
정부도 투자·규제 철폐 적극 지원 약속
인프라 지원·토지 보상 넘어야할 과제
클러스터 완공 땐 513조원 생산 효과
◆‘반도체 성지’로 떠오른 용인특례시… 경기도·주변 지자체 ‘미래 먹거리’ 책임져
이로 인해 용인이 글로벌 메모리·시스템 반도체와 국내 소부장 산업의 허브로 도약할 것이란 기대감이 팽배하다. SK하이닉스는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에 약 120조원을 투자해 반도체 팹(공장) 4개 동을 신설할 계획이다. 첫 공장이 2025년 착공돼 2027년 정상 가동하면 차세대 메모리 반도체를 생산하게 된다.
이 같은 반도체 클러스터는 용인시를 비롯해 경기도, 인근 기초자치단체의 공통 관심사이다. 상대적으로 산업단지 유치가 미흡했던 지자체들에는 미래 먹거리 확보를 위한 기회이기 때문이다.
지난 5일 김동연 경기지사도 취임 후 첫 경제 분야 현장 행보로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방문을 택했다. 김 지사는 이 자리에서 “대한민국 경제발전을 위한 일에는 여야가 없다”며 경제 협치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경제부총리 출신인 김 지사는 반도체 클러스터를 글로벌 공급망을 주도할 첨단산업 중심지로 만들겠다는 뜻도 표명했다.
합의문에는 정부의 ‘K-반도체 벨트’ 완성을 위한 반도체 산업 핵심 기반 확충, 규제·행정절차 간소화, 지역 상생협력 체계 구축, 기업·지역 동반성장을 위한 소통 등의 내용이 담겼다.
이런 협업에 경기 동남부 8개 시가 참여하는 ‘미래형 스마트벨트 연합체’까지 더해지면 대·중·소 반도체 클러스터가 곳곳에 들어서며 규모를 키우게 된다.
반도체 클러스터가 용인에 뿌리내리려면 넘어야 할 산도 적지 않다. 지난 14일 열릴 예정이던 착공식은 집중호우를 이유로 잠정 연기된 상태다. 표면적인 이유는 날씨였지만, 본질적인 이유는 아직 미진한 토지보상 때문으로 전해졌다. 추후 일정은 확정되지 않았다. 사업 시행사인 용인일반산업단지㈜에 따르면 이달까지 산업단지 토지보상률은 75% 안팎이다.
반도체 업계에선 마음이 다급한 상황이다. 주요 국가는 반도체를 무기로 삼아 속속 경쟁에 뛰어들고 있다. 미국 연방 상원은 지난해 6월 ‘혁신과 경쟁법’을 가결하며 자국 반도체 생산기지 조성에 2500억달러(약 328조8750억원)를 쏟아붓기로 했다. 중국은 2025년까지 자국 반도체의 70%를 국산으로 조달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유럽연합(EU)은 ‘집적회로법’을 만들어 480억달러(약 63조1440억원)를 투자하기로 했다. 일본은 자국에서 반도체 공장을 새로 짓거나 증설하면 투자액 절반을 정부가 부담하기로 했다.
지난 1일 출범한 ‘민선 8기’ 용인특례시의 이상일(사진) 시장은 최근 새벽까지 뒤척이느라 제대로 잠을 이루지 못한다고 ‘행복한’ 불평을 늘어놨다. 잠을 자려고 누우면 시정과 관련한 생각이 봇물 터지듯 밀려오기 때문이다. 그의 머릿속은 인구 110만 특례시로 성장한 용인과 관련한 청사진과 중압감으로 가득 차 있다고 했다.
이 시장은 윤석열정부가 경제난 극복 방안의 하나로 반도체 산업 육성을 강조하자 용인시가 ‘반도체 생산 중점 도시’가 되겠다고 선언했다. 지난달 22일에는 서울 용산의 대통령실을 찾아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조성 지원을 요청하기도 했다. 이진복 정무수석과 강승규 시민사회수석 등에게 국가 차원에서 반도체 산업과 용인에 대한 지원을 요청했다.
그는 “과거 용인은 베드타운 이미지가 강했고 난개발이 됐다”며 “올 1월 특례시로 승격하면서 대한민국의 미래를 책임지는 4차 첨단산업의 중심도시를 꿈꾸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기흥구의 삼성전자 반도체공장에 이어 처인구 원삼면에 들어설 반도체 클러스터가 궤도에 오르면 미국 실리콘밸리와 어깨를 겨눌 반도체 핵심도시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 시장에게 시의 서쪽인 기흥과 동쪽인 처인구 원삼을 잇는 반도체 고속도로는 숙원 사업이다. “경부고속도로 축에 중부고속도로 축까지 연결해 명실상부한 집적화를 이루고 인프라를 깔겠다”는 구상이다.
그는 “서울에서 우리 청년들이 일자리를 갖고 출퇴근을 하면 인내의 남방한계선이 용인이라고 하더라”며 “인프라를 더 확충해 용인에 입주하길 원하는 기업을 더 많이 받겠다”고 설명했다. 또 기흥에 건설을 추진 중인 플랫폼 시티를 연계해 용인을 반도체와 의료 바이오산업이 발달한 도시로 만들겠다고 다짐했다.
경강선 연장에 대해선 “지난해 국가철도망구축계획에 따라 추가 검토 사업으로 분류된 24개 사업 가운데 경강선 연장 등 5개 노선이 윤석열 대통령의 공약에 포함됐다”며 “관련 지자체들과 논의해 2~3년 안에 경강선 연장안이 채택되도록 강구하겠다”고 했다. 이어 “(반도체 사업과 관련한) 현안 해결과 국비 확보, 국책사업 유치를 위해 정부와 긴밀한 협조체계를 구축할 것”이라며 “시장이 용인의 도약과 발전을 위한 일에 총대를 메고 발로 뛰겠다. 아쉬운 소리는 직접 하겠다”고 힘줘 말했다.
용인=오상도 기자 sdoh@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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