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 스페이스' 향하는 누리호.. 고도화사업 이끌 '우주기업' 뽑는다

김민수 동아사이언스 기자 2022. 7. 22. 0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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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 말 '체계종합기업' 선정 착수
전남 고흥군 나로우주센터에서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연구진이 누리호에 대한 막바지 점검 작업을 하고 있다.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제공
지난달 21일 발사에 성공한 한국형 발사체 ‘누리호’ 기술을 이어받아 본격적인 우주시대를 열어 나갈 민간기업을 선정하는 작업이 이달 말 착수된다. 누리호 제작과 기체 조립, 신뢰도 향상을 위한 반복 발사를 책임감 있게 추진할 체계종합기업을 선정하는 것이다.

체계종합기업은 일론 머스크가 설립한 미국의 우주 탐사 기업 스페이스X처럼 우주발사체 설계부터 조립, 발사, 관제까지 전 과정을 주도하는 기업이다. 7월 말 선정 공고 이후 9월쯤 체계종합기업이 선정되면 2027년까지 누리호를 4차례 반복 발사하는 한국형 발사체 고도화 사업이 진행된다.

발사체 기술의 민간기업 이전은 13년간 진행됐던 누리호 개발처럼 국내 우주 개발 역사에서 한 번도 가보지 못한 길이다. 누리호 개발과 발사에서 정부 출연연구기관인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이 맡았던 역할을 체계종합기업이 이어받아 ‘뉴 스페이스’(민간 주도의 우주 개발)를 앞당길 것으로 기대된다.

○ 누리호 개발·발사 무게중심 민간으로 옮겨… “과도기적 형태”

정부는 7일 제42회 우주개발진흥실무위원회를 열어 ‘한국형 발사체 고도화 사업 체계종합기업 선정 계획’을 심의·확정했다. 이에 따라 이달 말 체계종합기업 선정 공고를 ‘나라장터’를 통해 게시할 예정이다. 체계종합기업은 발사체 각 단과 기체 제작을 주관하고 구성품 제작 참여 기업을 총괄 관리하는 역할을 맡는다. 항우연이 해오던 역할을 대신 하는 것이다.

항우연은 지난해 10월 1차 발사하고 올해 6월 2차 발사한 누리호에 이어 3호기 조립을 진행 중이다. 누리호 3호기는 한국형 발사체 개발 사업에 포함된 예비 발사체로 한국형 발사체 고도화 사업과는 별개다. 2호기가 2차 발사에 성공하면서 3호기는 고도화 사업 1호기로 활용된다. 현재 항우연에서 조립 중이며 올해 말 조립이 완료될 예정이다.

9월 선정되는 체계종합기업은 4호기와 5호기, 6호기 기체 제작과 총조립을 맡게 된다. 누리호 개발에 참여한 300여 개 기업이 제작한 부품 납품 계약부터 일정 관리 등을 총괄한다. 그렇다고 체계종합기업이 누리호 각 부품 시험과 엔진 연소시험, 발사 운용 등을 당장 책임지는 구조는 아니다. 각종 시험 설비 등을 바로 준비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엔진 연소시험이 대표적이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누리호의 엔진을 조립, 납품하면 3차례에 걸쳐 70초, 130초, 200초 동안 연소시험을 하는 ‘수락시험’을 진행해야 한다. 엔진의 출력을 분석하고 튜닝하는 과정이다. 특히 75t 엔진 4기를 묶은 1단 엔진의 경우 동시에 연소가 시작되는 튜닝 작업은 중요하다. 이 시험을 통과해야 발사체 기체에 조립할 수 있다.

다른 부품의 경우도 체계종합기업이 준비해 오면 대전 항우연이나 전남 고흥 나로우주센터에 마련된 시험 설비를 활용해 시험해야 한다. 극저온 밸브 시험 등이 대표적인 경우다. 발사체 기체 조립이 완성된 후 발사 운용도 체계종합기업과 항우연이 함께 진행하는 ‘과도기’적 방식으로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고정환 항우연 한국형 발사체 개발사업본부장은 “기업과 머리를 맞대고 어느 범위까지 체계종합기업이 담당할지에 대한 상세하고 지난한 논의가 진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 한 번도 가보지 않은 길… 또 다른 도전

미국과 한국은 사정이 다르다. 미국은 수십 년간 우주 개발을 해오면서 축적된 기술 인프라가 있어 필요한 기술이나 하드웨어, 소프트웨어를 상대적으로 편하게 얻을 수 있다.

한국 연구진과 기업들의 참여로 자체 개발한 누리호는 모든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기술, 발사 운용 노하우 등을 기업에 넘겨주는 방식이다. 개발 과정만큼이나 복잡한, 동시에 해본 적 없는 작업을 해야 한다는 어려움이 있다.

성공적인 기술 이전의 관건은 항우연의 단계적이고 체계적인 기술 이전과 체계종합기업의 준비와 의지다. 기술을 받으려는 체계종합기업이 준비가 돼 있지 않다면 원활한 기술 이전이 어렵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체계종합기업 내부의 전문 인력은 핵심 성공 요건이다.

고 본부장은 “기술을 넘겨주는 항우연의 역할도 단순하지 않고 초반에는 혼란이 있을 수 있다”며 “체계종합기업 선정 이후 기술료 협의부터 기술 이전 범위, 항우연과 기업의 역할 범위 검토 등에 적지 않은 시간이 소요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민수 동아사이언스 기자 rebor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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