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소포타미아, 서울에 왔다

유석재 기자 2022. 7. 22.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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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중앙박물관 상설관 개설
기원전 2300년 '통치자의 두상'
쐐기문자 점토판 등 유물 66점
2024년 1월까지 무료 관람

문명은 강(江)에서 시작됐다. 티그리스와 유프라테스, ‘두 강의 사이’란 뜻을 지닌 메소포타미아에선 대규모 관개수로와 저수지를 만들어야 농사를 지을 수 있었던 까닭에, 많은 노동력을 체계적으로 운용할 수 있는 정치력과 전문 지식이 필요했다.

국립중앙박물관 메소포타미아실에서 전시되는 기원전 7~6세기 신(新)바빌로니아의 ‘사자 벽돌 패널’(높이 97.2㎝). /국립중앙박물관

인류 최초로 문자를 사용한 곳, 그래서 당대의 철학과 과학을 후대에 전하며 세계 문명의 기틀을 마련한 곳이 메소포타미아지만, 지금까지 국내에서 그 유물을 보기란 어려운 일이었다. 하지만 이제부터 1년 반 동안은 서울 용산의 국립중앙박물관에 가면 된다. 이 박물관은 미국 메트로폴리탄박물관과 공동 기획으로 3층 상설전시관에 ‘메소포타미아실’을 신설하고 22일부터 상설전 ‘메소포타미아, 저 기록의 땅’을 개최한다.

기원전 6세기에서 31세기까지, 까마득한 초(超)고대의 산물인 유물 66점은 어느 하나 경탄스럽지 않은 것이 없다. 무려 4000년 전의 유물인 신(新)수메르의 섬록암 유물 ‘구데아 왕의 상’(높이 44㎝)은 다부진 몸과 경건한 표정, 사실적인 팔 근육의 묘사가 시선을 사로잡는다. ‘오른팔이 튼튼한 자가 왕이 될 수 있다’는 것이 당대의 불문율이었다고 한다. 이 상이 이상적인 묘사라면, 기원전 2300년까지 연대가 올라가는 구리 합금 유물 ‘통치자의 두상(頭像)’(높이 34.3㎝)은 눈매와 수염의 극사실적인 묘사가 반만년 전 인류의 얼굴을 소환한다.

기원전 2300~2000년의 ‘통치자의 두상’(높이 34.3㎝). /국립중앙박물관

메소포타미아 건축 중에서 가장 잘 알려진 것이, 마동석 출연 할리우드 영화 ‘이터널스’에도 나온 이슈타르 문이다. 신(新)바빌로니아 시대인 기원전 7~6세기의 이 건축물과 행렬 길을 장식했던 ‘사자 벽돌 패널’(높이 97.2~99.7㎝)도 이번 전시에 나왔다. 점토에 유약을 바른 이 유물들은 당시 바빌론이 얼마나 화려하고 장대한 곳이었을지 웅변해 준다. 그보다 앞서 기원전 10~7세기 신(新)아시리아 제국의 궁전 내부를 장식했던 석판 부조 ‘조공 행렬에 선 외국인 마부’와 ‘강을 건너라고 지시하는 아시리아 군인’에선 살아 움직일 듯 정교한 조각 기술이 드러난다.

결국 문명의 열쇠는 문자였다. 13점의 쐐기문자 점토판 문서는 그 인과관계와 역동력을 설명해 준다. 기원전 3100년 무렵의 점토판은 세로 4.5㎝의 작은 공간에 맥아와 보릿가루를 수령했다는 거래 내역을 빼곡하게 적어 놓았다. 문자는 농업을 전문화하고 상업을 촉발했으며 계급을 분화시켰다. 이 박물관 양희정 학예연구사는 “세계에서 오직 자기들만 문자를 가졌다는 것은, 모두 일반 전화를 쓰는 상황에서 혼자만 스마트폰을 쓰는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2024년 1월 28일까지, 무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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