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 임금인상 위해 8000억 희생..승자 없는 '불법점거 50일'
파업탓 근로자 생계 위협 속 핵심 용접공 떠나 일손도 부족
도크 점거 '불업 파업' 전례.."형식적이라도 손배 청구해야"
대우조선해양(042660) 하청노조 파업이 50일 만에 타결을 앞뒀지만 노사 누구도 이득이 없는 상처뿐인 파업이라는 오명을 남겼다. 하청노조는 5%대 임금 인상과 노조 사무실을 얻어냈지만 한국 조선 산업은 8000억 원에 달하는 물리적 손실뿐 아니라 대외적인 신뢰도에도 타격을 입었다.
◇공권력 투입 여론 악화에 막판 타결=협상 막판까지 노사가 팽팽한 줄다리기를 한 부분은 손해배상 문제다. 5%대 임금 인상과 노조 사무실 요구 등은 쉽게 타협했지만 한 달 넘는 불법 점거에 따른 손실에 대우조선과 하청 업체들이 하청노조를 대상으로 손해배상 청구를 검토한 데 대해 노조 측이 강력히 반발했다.
이에 파업 중단 조건으로 손해배상 청구를 하지 말 것을 요구했는데 막대한 손해를 본 대우조선과 일부 협력사들이 이 조건을 수용하지 못하면서 협상이 길어졌다. 이에 사측은 향후 파업을 벌일 경우 불법적인 형태로 하지 않겠다는 조건을 추가하고 하청노조가 이를 받아들이면서 타결을 앞뒀다.
특히 하청 업체 폐업에 따른 근로자들의 고용 승계에 대해서도 노사 간 이견이 팽팽했지만 극적 타결로 이어졌다. 협상 결렬 시 경찰 등 공권력을 투입하겠다는 정부의 압박과 23일 여름휴가 전에 협상을 마무리 짓겠다는 노조 측의 판단으로 타결됐다. 대우조선 사내협력사협의회 관계자는 “손해배상 청구 문제나 협력사 폐업에 따라 실직한 조합원의 고용 승계 문제에 대한 의견 차가 좀처럼 좁혀지지 않았다”며 “이달 말부터 대우조선 여름휴가가, 8월 초에는 협력사들의 휴가가 이어지면서 이번 주 합의가 안 되면 문제가 심각해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고 말했다.
◇5% 임금 인상 위해 8000억 원 매출 희생=50일가량 이어온 대우조선 파업으로 8000억 원에 육박하는 손실을 기록했다. 당장 올해 4분기 안으로 초대형원유운반선(VLCC) 등 선박 4척을 인도해야 하는데 불법 점거 장기화로 적시 인도가 불가능해졌다. 또 선박 건조에 필요한 블록이 시간이 갈수록 증가하면서 내업 공정도 중단됐고 2도크·플로팅도크도 영향을 받아 최대 한 달 가까이 인도 지연이 계속되고 있다.
대우조선 측은 진수 지연으로 하루 260억 원의 매출 감소와 60억 원 규모의 고정비 손실이 발생한다고 추산했다. 여기에다 인도 일정 미준수로 인한 지체보상금도 월 130억 원가량 발생한다.
한 달 넘는 파업으로 대부분 근로자들의 생계가 위협 받으면서 옥포조선소에는 사람들이 썰물처럼 빠지고 있다. 조선의 핵심인 용접공들은 전국 건설 현장으로 흩어져 당장 일할 사람이 없다.
건조 중단이 길어지면서 이달 18일부터는 정규직 420명의 휴업이 시작됐다. 이들은 휴업 때문에 받던 임금에서 30%가 깎였다. 하청 업체 10곳가량이 파업 이후 폐업했고 여기에 속한 수백 명의 근로자가 일터를 떠났다. 조선 수주 호황을 맞은 조선소에서 한 명의 근로자도 아쉬운 상황인데 장기 파업으로 역설적으로 일감이 사라지자 하청 업체 채용 공고에 ‘신용불량자 환영’ 문구까지 붙었을 정도다.
핵심 시설을 무단 점거해 회사에 대규모 손실을 초래하는 방식으로 하청노조는 사측과의 협상력을 높였다. 조선 업계 관계자는 “과거 원청노조도 파업할 때는 크레인만 점거해 배를 건조할 수 있는 길을 열어줬다”며 “이번에는 조선의 심장 격인 도크를 점거해 생산을 아예 중단시켰다”고 말했다.
하청노조의 도크 점거에 따른 실제 피해가 발생한 가운데 대우조선 측의 손해배상 청구가 없으면 경영진에 즉각 배임 혐의가 적용될 수 있다. 대우조선 관계자는 “형식적이라도 손해배상 소송을 진행해야 한다”며 “하지만 이보다 손해를 눈감고 넘어가면 불법 파업을 용인한다는 신호를 줄 수 있어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박호현 기자 greenlight@sedaily.comCopyright © 서울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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