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금과 총장님의 리조트..검찰의 면죄부
사학비리로 여러 차례 교육부 지적을 받은 수원대학교와 수원과학대학교. 학교법인 고운학원 소속인 두 학교가 교비 횡령 혐의로 2017년 수원대 총장에서 물러난 이인수 씨 소유의 리조트에 교비로 계속 일감을 몰아주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뉴스타파 취재결과, 수원대와 수원과학대는 각종 학교 행사를 이 씨의 리조트에서 개최하고, 학교 건물도 리조트 측에 저가에 수의계약으로 임대해 주고 있었다.
두 학교와 이 씨의 리조트 간 내부 거래는 여러 차례 검찰 수사 대상에 올랐지만, 석연치 않은 이유로 번번이 혐의 없음 처분을 받았다. 검찰이 학생 등록금을 동원한 이 씨의 부당한 리조트 장사에 면죄부를 줬다는 비판이 나온다.
‘교비 횡령’ 이인수 전 총장 리조트에 여전히 교비 지출
2022년 6월 20일. 경기도 화성시에 있는 라비돌 리조트에선 수원대 교직원 40여 명이 참석하는 워크샵이 이틀간 개최됐다. 리조트에서 열린 워크샵은 4시간 가량 세미나를 하고, 이른 저녁을 먹는 일정으로 구성됐다. 학교는 직원들에게 “워크샵에는 불참하더라도 석식 참석은 가능하다”는 공지를 보냈다. 이날 석식은 1인당 3만 9000원의 중식 코스요리. 하지만 이날 워크샵에 참석한 수원대의 한 직원은 이런 행사가 반갑지 않았다고 말했다.
학교에도 공간이 많은데 굳이 직원들이 일과 중에 차를 타고 리조트에 와서 워크샵을 할 필요가 있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학교가 또 다시 리조트 매출을 올려주기 시작하는구나 생각했어요.
- 수원대 직원
열흘 뒤인 6월 30일에는 수원대 전체 교수가 참여하는 연수회가 역시 이 전 총장의 리조트에서 개최됐다. 지난 4월과 5월에는 수원대와 수원과학대 학생들이 대학 투어를 한 후 리조트에서 식사를 하는 행사도 있었다. 이렇게 지난 석달간 수원대와 수원과학대가 이 씨의 리조트에 지출한 교비는 수 천만 원이 넘을 것으로 예상된다.
라비돌 리조트는 지난 2017년 말 수원대학교 총장에서 해임된 이인수 씨가 대표로 있는 주식회사 라비돌이 운영하는 곳이다. 이 씨, 이 씨의 아들과 딸이 100%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가족회사다.
검찰이 덮은 '수원대-리조트 거래 내역' 19억
지난 2017년 10월, 뉴스타파는 수원대가 이 씨의 리조트에서 구입해 교직원들에게 제공해 온 생일케이크 가격이 최소 6배 가량 부풀려졌을 가능성이 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이후 교육부는 수원대에 대한 실태조사를 벌였고, 수원대와 리조트 간 부당 거래 의심 사례를 적발했다.
교육부가 적발한 부당 거래 의심 규모는 2013년 3월부터 2017년 9월까지 4년 6개월 간 19억 원 가량. 교육부는 이 내역 가운데 상당수가 교비 사용 목적에 위반된다고 보고 이 전 총장과 학교 직원들을 업무상 횡령과 배임 혐의로 검찰에 수사 의뢰했다. 사립학교법 시행령(제13조)에 따르면, 학생 등록금 등으로 조성된 교비는 학교 교육에 필요한 경우에만 지출해야 한다.
하지만 뉴스타파가 2013년부터 2017년까지의 수원대와 리조트 간 거래내역을 입수해 보니, 의심스러운 대목은 한 두가지가 아니었다.
일단 학교에서 진행된 각종 입학식, 학위 수여식, 개교 기념일 행사가 라비돌 리조트에서 개최됐다고 기록돼 있었다. 학교 교육과 전혀 상관이 없는 이인수 전 총장의 부친 추도식, 언론사 사장 초청 설명회 등이 라비돌 리조트에서 개최되면서 교비가 쓰였다는 내용도 확인됐다. 그런데도 검찰은 해당 거래내역에 대해 '혐의없음' 처분했다.
검찰의 수사 시점에서도 이상한 점이 발견됐다.
애초 교육부는 2018년 수원대를 수사의뢰하면서 2013년부터 2017년까지를 수사대상 기간으로 요청했다. 하지만 검찰은 엉뚱하게도 2008년부터 2013년에 대해서만 수사를 진행했다. 교육부가 수사 의뢰한 기간은 모른채 하고, 같은 시기 시민단체가 검찰에 고발한 기간(2008~2013)에 대해서만 수사한 것이다.
검찰이 수사한 라비돌 리조트의 케이크 비용도 이상했다. 검찰은 케이크 값이 부풀려졌다는 의혹과 관련해 "생일케이크 가격은 개 당 2만 5000원이다"라는 학교 측 주장을 그대로 인정했는데, 뉴스타파가 확인해 보니 라비돌 리조트에는 2만 5000원 짜리 케이크가 없었다. 검찰이 라비돌 리조트에서 팔리는 케이크 가격도 확인하지 않고 무혐의 처분한 것은 아닌지 의심되는 대목이다.
뉴스타파는 2019년 수원지검에서 해당 사건을 담당했던 검사에게 연락해 "왜 교육부가 수사의뢰한 기간이 수사대상에서 빠졌는지" 등을 물었다. 검사는 “불기소 처분한 이유까지 확인해 주기는 어렵다”고 답했다.
월 53만 원 내고 건물 통째 임대, 홀 하나 빌려주고 하루 1100만 원 매출
검찰이 이인수 전 총장 가족 소유 리조트 영업에 면죄부를 준 건 이 뿐만이 아니다. 수원대와 같은 재단 소속의 수원과학대학교는 2011년 학교가 교비 300억 원을 들여 건립한 8000평 규모의 컨벤션센터 ‘신텍스’를 라비돌 리조트에 10년 넘게 독점 임대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학교 교비로 지어진 학교 건물에선 원칙적으로 수익 사업을 할 수 없다는 교육부 지침을 어긴 것이다.
2017년까지 적용된 교육부 지침에 따르면, 학교 건물은 교육 목적으로만 사용돼야 한다. 그 대가로 학교는 각종 취득세와 재산세를 면제 받는다. 하지만 수원과학대는 2012년부터 쭉 학교 건물을 리조트가 영업할 수 있도록 빌려줘 왔다.
2014년, 수원대 교수협의회는 당시 학교법인 이사였던 이인수 전 총장과 관련자들을 업무상 배임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학교가 리조트 측에 혜택을 주기 위해 경쟁 입찰도 없이 임대했다는 이유였다. 하지만 이 때도 수사 결과는 무혐의였다.
학교 측은 검찰에 “공간이 빌 때 대여를 해주는 게 학교 재정에 도움이 될 것으로 판단했다. 3차에 걸쳐 입찰 공고를 냈으나 학교에서 제시한 ‘전제 조건’을 맞춘 입찰자가 없어서 수의 계약을 맺을 수밖에 없었다"고 진술했다. 검찰은 이 말을 그대로 인정했다.
당시 학교 측이 검찰에 진술한 임대 전제 조건은 두 가지. ‘연수나 세미나 목적 외에는 사용할 수 없고', '수업과 학사일정에 지장을 초래하지 않아야 한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첫 번째 조건부터 지켜지지 않았다.
뉴스타파가 확인한 결과, 라비돌 리조트는 신텍스에서 대관사업을 하며 일반적인 연수나 세미나로 볼 수 없는 종교 단체 행사, 가수 콘서트를 유치했다. 심지어 건축법 시행령상 '교육연구시설'인 학교 건물에선 허가없이 운영할 수 없는 예식사업을 10년 넘게 진행했다. 이렇게 처음부터 임대조건도, 법도 지키지 않고 운영돼 왔음에도 검찰은 학교 측의 주장만 믿고 혐의 없음 처분을 해 준 것이다.
그렇다면 리조트 측은 학교 건물에서 각종 영업을 하면서 얼마의 임대료를 냈을까. 금융감독원 공시 자료에 따르면, 2015년부터 2019년까지 라비돌 리조트가 수원과학대에 낸 임대료는 월 평균 2700만 원이었다. 2019년 교육부의 정한 적정 임대료 기준(8700여만 원)의 30% 수준에 불과했다. 코로나19가 시작된 2020년에는 300만 원, 2021년에는 53만 원으로 대폭 줄어 들었다.
라비돌 리조트가 수원과학대에 낸 임대료가 얼마나 터무니없는 수준인지는 어렵지 않게 확인된다. 신텍스 건물의 가장 큰 공간인 ‘그랜드볼룸홀'의 대관료가 하루 1100만 원에 달하기 때문. 라비돌 리조트가 이 홀을 하루만 외부에 빌려줘도 53만 원 월세의 20배가 넘는 매출을 올릴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수원과학대의 한 교수는 “수원과학대 규모에 비춰봤을 때 학교에는 그렇게 큰 컨벤션센터가 필요하지 않다. 신텍스가 지어진 직후부터 학생이나 교직원은 거의 사용하지 않고, 라비돌 리조트가 그 건물로 사업을 했다. 학내에선 리조트 영업을 위해 학교가 해당 건물을 지은 게 아니냐는 얘기까지 나왔다”고 말했다.
뉴스타파는 교육부에 "대학교가 이런 식으로 저가에 학교 건물을 리조트에 임대하고, 예식업 등 각종 사업을 해도 되는지" 등을 질의했다. 교육부는 임대료 문제에 대해선 수원과학대 측이 교육부에 보낸 답변을 전달했다. “수원과학대에서 임대료 관련해 ‘코로나 19 확산과 장기화에 따른 영업제한 등을 감안해 임대료를 감면했다’고 답했다”는 내용이었다. 예식장 운영이 불법이 아닌지를 묻는 질의에 대해선 “다른 법령상 학교 내 설치할 수 없는 시설과 업종이 아니어야 한다. 이에 대한 구체적인 사실관계는 관할 지자체의 판단이 우선할 것”이란 애매모호한 답변을 내놨다.
그런데 교육부와 질의 응답이 오가는 사이 웃지 못할 황당한 일이 벌어졌다. 라비돌 리조트의 홈페이지에서 '신텍스 예식 사업' 부분이 슬그머니 사라진 것이다. 라비돌 리조트 측이 학교 시설을 임대해 영리 목적으로 활용해 온 사실을 숨기려 한 것은 아닌지 의심된다.
국정감사에서도 논란이 됐던 검찰의 '수원대 봐주기 수사' 의혹
검찰의 수원대 봐주기 수사 의혹은 하루 이틀 일이 아니다. 2015년, 검찰이 이인수 전 총장의 7500만 원 교비 횡령 혐의에 대해 벌금 200만 원으로 약식 기소한 것을 법원이 정식 재판에 회부해 1000만 원의 벌금을 확정한 일도 있었다. 수억 원대의 회계 부정 문제로 압수수색을 받은 대학들도 있었지만, 2011년 감사원 감사부터 2020년 교육부 감사까지 수십억 원대 회계 부정이 여러 차례 적발됐던 수원대는 단 한 번의 압수수색도 받지 않았다.
2018년 국회 국정감사에서도 강제 수사의 필요성이 제기됐지만, 검찰은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 김병국 전국대학노조 정책실장은 "검찰이 수원대 이인수 전 총장의 정관계 인맥 등의 눈치를 보고 여러 차례 봐주기 수사를 해온 게 아니냐"고 지적했다.
우리가 합리적인 의심을 해볼 수밖에 없겠죠. 수원대 이인수 전 총장과 김무성 전 새누리당 대표가 친구 관계, 조선일보 일가하고는 사돈 관계고요. 그런 눈에 보이지 않는 힘이 활용되지 않았는지, 검찰이 증거가 있어도 제대로 들여다보거나 인정하지 않고 불기소할 수 밖에 없는 상황들이 만들어지지 않았는지 생각해 볼 수 있는 거거든요.
- 김병국/전국대학노조 정책실장
학교법인 재산에서 이인수 일가 재산으로 둔갑한 리조트…‘27년 내부거래’
수원대와 수원과학대, 그리고 라비돌 리조트를 둘러싼 의혹의 시작은 수십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1994년, 당초 실버타운으로 지어진 이 리조트는 원래 수원대와 수원과학대의 재단인 학교법인 고운학원의 재산이었다.
뉴스타파가 입수한 28년 전 학교법인 고운학원 이사회 회의록에 따르면, 당초 법인은 실버타운을 지어 그 수익을 학교에 보태겠다고 했는데 공사가 마무리 될 즈음 추가 자금 조달이 어렵다며 매각 처분을 결정했다.
당시 110억 원 가치의 건물을 매입하는데 실제 필요한 대금은 부채를 제외하고 6억 원 가량. 학교법인 고운학원은 교육부로부터 승인을 얻은 뒤 매각을 위한 공개입찰 공고를 냈다. 그런데 낙찰받은 사람은 공교롭게도 이인수 씨의 외삼촌인 신모 씨였다. 게다가 금감원 공시자료에는 이인수 씨가 1999년부터 이 리조트의 지분 100%를 소유하고 있다고 기록돼 있다. 결국 110억 원짜리 리조트가 단 돈 6억 원에 이인수 전 총장 일가의 재산으로 둔갑한 것이다.
이렇게 리조트가 이 총장 일가에 넘어간 뒤, 수원대는 교수 채용 과정에서 채용 대상자들에게 리조트 회원권 구매를 요구했고, 이런 사실이 1995년 교육부 감사로 확인됐다. 당시 리조트 영업에는 교직원들도 동원됐다. 1990년대 수원대에서 근무했던 한 전직 직원은 “리조트에서 열리는 결혼식에 학교 직원을 동원하는 등 각종 불법 행위가 벌어졌다”고 말했다.
2009년부터 2021년까지 라비돌 리조트가 수원대와 수원과학대를 통해 벌어들인 돈은 75억 원 정도(금감원 공시 기준)다. 공시 자료로 확인되지 않는 과거 매출액까지 포함하면, 두 학교가 리조트에 지출한 교비 액수는 더 늘어날 것으로 추정된다.
수원대-수원과학대, 경영난으로 통폐합 결정…학생들 “돈을 다 어디에 썼나” 반발
최근 수원대와 수원과학대는 학교를 통폐합한다는 방침을 발표했다. 수원과학대를 폐교하고, 수원대 정원을 확대한다는 것이다. 수원과학대가 신입생 모집이 미달돼 학교 재정이 어려워졌다는 게 통폐합의 이유인데, 폐교 소식을 접한 수원과학대 학생들은 반발하고 있다.
저희 학과에 과실도 없어서 쉬는 시간에 학생들이 그냥 맨 바닥에 앉아 있고요. 셔틀버스도 진짜 몇 대 없어요. 하교할 때 그거 타려고 하면 엄청 (줄이) 길게 늘어져 있어서 맨날 택시 타고 갔어요. 그렇게 등록금 낸 만큼 혜택을 받지도 못했는데 갑자기 학교가 없어진다고 하니까 제 입장에서는 너무 억울해요.
- 수원과학대 재학생 A씨
코로나 때문에 제대로 실습하지도 못해서 등록금이 교육에 더 들어갔을 것도 아니고요. 코로나가 완화된 후에도 학교식당조차 운영을 안 해서 학생들이 매점에서 간식으로 밥을 먹는 상황인데요. 대체 학교가 왜 적자가 나고 재정이 부족하다는 것인지 모르겠어요. 이상한 방식으로 돈을 다 써 놓고 이제와 학생을 포기하는 상황이 되니까 저희가 더 화가 나고 납득이 안 되는 거예요.
- 수원과학대 재학생 B씨
수원대와 수원과학대는 학생들이 낸 등록금을 쌓아두기만 하고 제대로 교육에 활용은 하지 않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2013년에는 전국 최초로 수원대 학생들이 등록금 환불 소송을 진행해 승소하기도 했다. 수원대가 학생들이 낸 등록금을 학생들에게는 제대로 쓰지 않은 채 적립만 했다는 게 법원 판결로 확인됐다. 하지만 이후에도 사정은 나아지지 않았다. 2021년 수원대와 수원과학대가 학생 등록금으로 쌓은 적립금은 각각 3700억 원과 950억 원으로 전국 최고 수준이다. 반면 학생 1인당 교육비는 전국 대학 평균에 훨씬 못 미친다. (아래 그림 참조)
수원대·수원과학대 “더 이상 취재 오지 말라” 답변 거부
뉴스타파는 수원대와 수원과학대, 두 학교를 운영하는 학교법인 고운학원 측에 질의서를 보내 '수 년간 리조트에서 각종 행사를 개최한 것이 이인수 전 총장의 영향 때문은 아닌지', '리조트가 입찰 조건을 지키지 않았는데도 왜 계속 학교 건물을 임대하는지', '학교 재정이 어렵다면서 교비로 리조트에 일감을 몰아주는 것이 적절한지' 등을 물었다.
학교 측은 “답변할 내용이 없고, 취재에 협조할 이유도 없다. 수원대에 더 이상 취재를 오지 말라”고 답했다. 이인수 전 총장과 이 전 총장이 대표로 있는 라비돌 리조트에도 공식 질의서를 전달하고 답변을 요청했지만, 아무런 답변도 들을 수 없었다.
뉴스타파 홍여진 sarang@newstapa.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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