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독직폭행' 정진웅, 항소심서 '무죄'.."고의성 인정 안 돼"
이른바 ‘검·언 유착 의혹 사건’ 수사 과정에서 한동훈 법무부 장관을 폭행한 혐의로 1심에서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받은 정진웅 법무연수원 연구위원(사진)이 항소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서울고법 형사2부(재판장 이원범)는 21일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독직폭행 혐의로 기소된 정 연구위원에게 징역 4개월에 집행유예 1년, 자격정지 1년을 선고한 1심을 깨고 무죄를 선고했다. 독직폭행은 검찰 등 인신구속에 관한 직무를 행하는 이가 직무 중 폭행의 죄를 범해 상해를 입힌 경우 적용한다.
재판부는 “피고인에게 폭행의 결과 발생 또는 그 위험성을 용인하려는 의도를 가졌다는 미필적 고의가 있었다고 인정할 수 없다”고 밝혔다. 정 연구위원이 한 장관을 폭행할 고의가 있었다고 보기에는 증거가 부족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재판부는 검찰의 주장처럼 정 연구위원이 손으로 한 장관의 팔과 어깨를 잡고 몸 위에 올라탔다고 볼 객관적 증거가 확인되지 않는 데다 휴대전화를 확보하려다 의도치 않게 중심을 잃고 한 장관 몸 위에 떨어졌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했다. 다만 재판부는 “검사의 증명이 부족해 형사책임을 인정할 수 없다고 판단했지만, 피고인의 직무집행이 정당했다고 확인하는 취지가 아니라는 점을 피고인도 잘 알고 있을 것”이라며 “다시금 직무에 복귀하더라도 영장 집행 과정에서 피고인 행동에 부족했던 부분과 돌발 상황에서 피해자가 겪어야 했던 아픔에 깊이 반성하고 성찰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정 연구위원은 선고 직후 “검찰과 1심 재판부가 오해하셨던 부분을 바로잡아주셔서 감사하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 장관은 “법무부 장관으로서 개인 관련 형사사건에 입장을 내는 것이 적절하지 않다”고 밝혔다. 검찰은 “항소심 판결은 순간적으로 이뤄지는 유형력 행사와 그에 대한 고의를 인위적으로 분리한 것이므로 납득하기 어렵다”며 상고하겠다고 했다. 정 연구위원은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 부장검사이던 2020년 7월29일 법무연수원에서 당시 검사장이던 한 장관의 휴대전화 유심칩을 압수하려다 한 장관을 폭행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당시 한 장관은 이동재 전 채널A 기자가 이철 전 밸류인베스트코리아(VIK) 대표에게 제보를 강요했다는 이른바 ‘검·언 유착’ 연루 의혹으로 검찰 수사를 받고 있었다.
검찰은 정 연구위원의 폭행으로 한 장관이 전치 3주 상해를 입었다며 독직폭행과 상해 혐의를 적용했다. 재판에서 정 연구위원은 폭행 의도가 없었으며, 한 장관이 휴대전화를 조작해 증거를 인멸할 우려가 있어 제지했을 뿐이라고 주장했다. 정 연구위원은 1심에서 유죄를 선고받은 후 지난해 8월 법무연수원 연구위원으로 좌천됐다.
이 사건으로 재판에 넘겨진 이동재 전 기자는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으며, 현재 2심 재판을 받고 있다. 이 전 기자와 공모한 혐의를 받은 한동훈 장관은 지난 4월 증거가 불충분하다는 이유로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
김희진 기자 hji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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