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초강대국 위해 '주 64시간' 허용..노동·안전 규제 푼다
대기업 세액공제율 높이고
단지 용적률 490%로 상향
정부가 ‘반도체 산업 초강대국’을 만들기 위해 노동·안전 규제를 대거 풀기로 했다. 반도체 업종에 대해 주 64시간까지 연장근로를 허용하고 화학물질관리법 규제도 완화한다.
이창양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21일 경기 화성시에 있는 동진쎄미켐 발안공장을 방문해 이 같은 내용을 담은 ‘반도체 초강대국 달성전략’을 발표했다. 동진쎄미켐은 일본의 수출규제 이후 국내 최초로 극자외선(EUV) 노광 공정용 포토레지스트를 개발, 성공적인 민관 협력 모델로 평가받는 업체다.
정부는 먼저 반도체 등 국가전략기술의 설비투자 세액공제를 확대하기로 했다. 현행 6∼10%인 대기업 세액공제율을 8∼12%로 2%포인트 올린다. 중견기업(최대 12%)과 중소기업(최대 20%)에 대한 세액공제율은 조정하지 않고 대기업만 높였다. 정부는 추가 세제혜택 가능성도 열어뒀다.
9월부터 연장근로 확대
장비·화학물질 규제 완화
노동·안전 규제도 대폭 풀어준다. 현재 일본 수출규제 품목 연구·개발(R&D)까지 확대 허용해온 특별연장근로제(주 52시간 → 최대 64시간)를 9월부터 전체 반도체 R&D로 확대키로 했다. 화학물질·안전 규제도 설비교체가 잦은 반도체 산업 특수성을 감안해 국제기관 인증을 받은 장비는 취급시설 기준 적용을 면제키로 했다. 또 유·누출 확산 방지 장치가 있을 경우 긴급차단설비 등의 시설 기준 적용을 면제키로 했다.
이번 대책에는 대규모 신·증설이 진행 중인 용인·평택 단지를 대상으로 하는 인프라 지원 방안도 담겼다. 용적률을 현행 350%에서 490%로 최대 1.4배 상향해 한정된 부지에서 설비 신·증설을 허용한다는 내용이다. 이들 산업단지에 쓰이는 전력·용수 비용에 대한 국비 지원도 검토키로 했다.
정부는 이번 대책이 9년 연속 전체 세계 반도체 시장점유율 2위, 메모리 시장점유율 1위 등 외형적 성과에도 정작 반도체 산업 생태계 전반은 취약해졌다는 위기감에 따라 마련됐다고 설명했다. 실제 주요국들은 반도체 산업 육성을 위해 대규모 지원에 나서고 있다. 미국은 반도체 시설과 R&D 투자에 5년간 520억달러(약 68조원)를 지원하는 법안을 논의 중이다. 일본은 반도체 첨단 기업 지원을 위해 올해 7740억엔(약 7조4000억원) 규모의 추경 예산을 긴급 편성했다. 정부는 이번 대책을 통해 반도체 업계가 향후 5년간 340조원의 투자 계획을 원활히 진행할 수 있도록 인프라 지원뿐 아니라 규제·인허가 특례를 적용한다는 계획이다.
“중소기업 노동시간 늘 것”
유출 사고 등 위험 지적
이번 대책과 관련, 업계에서는 중소기업 반도체 노동자들의 근무시간이 늘어날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특별연장근로는 재난, 재해 등 예외적인 경우에만 허용한다는 취지였지만 예외 사항과 범위가 늘어나면서 중소기업 노동자들의 근무시간이 연장될 수 있다는 것이다.
노동문제연구소 ‘해방’ 오민규 연구실장은 “정부의 특별연장근로 승인율은 최근 90% 이상에 달할 정도로 서류를 거의 안 보고 통과시키는 수준이 됐다”며 “특별연장근로를 위해서는 개별 노동자의 동의를 받아야 하는데 노조가 없는 사업장은 회사의 요구가 그대로 관철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오 실장은 “특히, 중소기업 반도체 회사들은 R&D 인력과 생산 인력이 겹치는 경우가 상당수”라며 “결국 중소기업 반도체 노동자들의 노동시간이 연장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국제기관 인증을 받은 장비는 취급시설 기준 적용을 면제키로 한 것에 대해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들린다. 반도체 제조에 사용되는 화학물질은 한번의 유출 사고만으로도 치명적인 위험을 초래할 수 있는 만큼 성급한 기준 면제 등은 재고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박상영·이재덕 기자 sypar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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