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더위로 수분 섭취 부족해 '변비'에 많이 노출
변비는 전 인구의 5~20% 정도가 겪을 정도로 흔하다. 여름철 수분 섭취량이 부족해지면서 변비를 호소하는 사람이 늘어났다. 변비란 배변할 때 무리한 힘이 필요하거나, 대변이 매우 딱딱하거나, 변을 보고도 잔변감이 들거나, 배변 횟수가 1주일에 3회 미만일 때를 말한다.
변비는 원인에 따라 원발성 변비(기능성 또는 특발성 변비)와 2차성 변비로 구분한다. 2차성 변비의 원인으로는 기질적 국소성 질환, 전신 질환, 약 사용 등이 있다. 2차성 변비의 원인이 아닌 대장이나 항문 직장의 기능 이상을 원발성 변비라고 한다. 원발성 변비가 90% 이상을 차지한다.
이처럼 변비는 장 운동이 늦어지거나, 장 운동은 정상이지만 대변을 만들 정도로 섭취한 음식량이 적을 때 많이 발생한다. 특히 65세 이상 고령인은 줄어든 신체 활동과 당뇨병 등으로 인한 장 운동이 늦어지는 서행성 변비와, 음식과 수분 섭취가 적어 생기는 변비가 아주 흔하다. 이 밖에 국내 암 발생률 3위인 대장암으로 인해 대장이 막혀 변비가 생기기도 한다.
변비는 보통 △식사량이 충분하지 않을 때 △물을 충분히 마시지 않을 때 △변의(便意)를 느낄 때 변을 보지 못할 때 △배변 습관이 일정하지 않을 때 △임신 중일 때 △운동 부족할 때 △환경 변화가 있을 때 등에 잘 생긴다.
드물지만 복용 중인 약으로 인해 변비가 생길 수 있다. 제산제(특히 알루미늄이 다량 함유된 제산제), 고혈압 치료제 일부, 코데인이 함유된 진통제나 감기약, 진경제(복통에 사용하는 약물), 우울증약, 철분 제제 등이 변비 원인이 될 수 있다.
변비 치료에 다양한 약이 쓰이고 있다. 이항락 한양대병원 소화기내과 교수는 “변비 치료를 위해 부피 형성 하제ㆍ대변 연화제ㆍ삼투성 하제ㆍ자극성 하제 등이 있고, 최근 장관의 연동운동을 중계하고 장관에서 분비를 자극하는 세로토닌 수용체 작동제 같은 약도 나왔다”고 했다.
고령인에게 생기는 변비는 단순히 소화 문제를 넘어 평소에는 알아차리지 못했던 ‘신체 노쇠(frailty) 신호’일 수 있다. 서울아산병원 연구팀(장일영ㆍ정희원 노년내과 교수ㆍ임지혜 전문의)이 강원 평창군 거주 만 65세 이상 1,277명을 조사한 결과, 신체 노쇠 고령인 가운데 변비 환자가 건강한 고령인보다 4배 이상 많았다.
신체 노쇠는 노화(aging)가 축적된 결과로, 신체 기능이 떨어져 일상생활에 지장이 생기거나 낙상 가능성이 높아진 상태를 말한다. 정희원 교수는 “코로나19로 실내에서 주로 생활하다 보니 활동량이 크게 줄어 변비 증상이 생긴 노인이 늘어났을 것으로 추측된다”고 했다.
변비를 대수롭지 않게 여기다 뒤늦게 대장게실염으로 고생할 수도 있다. 게실(憩室ㆍdiverticulum)은 위나 대장 등 장기 바깥에 돌출된 작은 주머니를 말한다. 대장에서 많이 발생한다.
변비인데 복통이 생기고 시간이 지나도 호전되지 않고 점점 심해지면 대장게실염을 의심할 필요가 있다. 특히 열이 나고 혈변(血便)이 생기면 위급한 상황일 수 있으니 즉시 병원을 찾아 진료를 받아야 한다.
변비를 예방하려면 하루에 20분씩 땀이 날 정도로 걷거나 조깅하는 등 규칙적으로 운동하는 것이 좋다. 아니면 자신의 배를 시계 방향으로 마사지하거나 손바닥으로 배를 두드리며 복부 근육을 자극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이우용 삼성서울병원 외과 교수는 “대변을 보면서 스마트폰을 보거나 모바일 게임을 하는 사람이 많은데 변기에 오래 앉아 있으면 장 활동이 떨어져 변비가 악화할 수 있다”며 “화장실에서는 빨리 일을 보고 최대한 일찍 나오는 습관을 갖는 게 좋다”고 말했다.
아침에 냉수 한 잔으로 대장의 연동운동을 유도하고, 평소에도 물을 자주 마셔 대장운동을 활성화시키는 것도 중요하다. 밥ㆍ국 등의 음식으로 수분을 섭취하는 것은 한계가 있으므로 하루 2L 정도의 물을 의도적으로 마시는 것이 좋다.
인스턴트나 육류 위주의 식습관을 가지고 있다면 채식 위주로 식단을 바꿔 섬유질을 보충하는 것이 필요하다. 채소ㆍ과일을 자주 먹고 미역ㆍ다시마 같은 해조류도 충분히 섭취하는 것도 좋다.
[변비를 예방하는 습관]
□아침 식사를 꼭 먹는다.
□아침 식사 후 15분 이내 화장실에 간다.
□배변 시 너무 오래 앉아 있거나 책 보기ㆍ흡연은 피한다.
□자주 좌욕해 항문 주위 혈액순환이 잘 되도록 한다.
□섬유질이 풍부한 음식(채소ㆍ과일ㆍ현미ㆍ옥수수ㆍ콩ㆍ통밀 등)을 먹는다.
□물은 최소한 하루 1.5L 정도 마신다.
□커피ㆍ차ㆍ술 등은 되도록 삼간다.
□걷기ㆍ달리기ㆍ수영 등을 통해 배변에 도움되도록 한다.
□윗몸 일으키기ㆍ똑바로 누워 다리를 30도 정도 올린 상태를 유지하는 운동이 좋다.
권대익 의학전문기자 dkw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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